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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123]
 
 
 
     
 
 
 
작성일 : 22-11-30 23:52
   
겨울 손님
 글쓴이 : dangdang
조회 : 28  
   http://www.dangdang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8570 [121]

 

겨울 손님 

 

이틀 동안 비가 내렸다. 가을을 보내고 겨울을 맞는 비가 되는 것이다. 일기예보도 12월이 시작되는 첫 주 강한 추위가 온다고 했다. 기온이 영하권에 머무는 것이 확실하게 겨울 느낌을 준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겨울 손님이 그다지 반갑지 않다. 수확하지 않은 콩이 아직 빈들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초록은 사라진지 오래요 단풍의 화려함도 지나간지 되었는데, 마른 콩은 쓸쓸하고 외롭게 가을을 보내고 겨울을 맞고 있다. 콩 탈곡 전문기사는 아직 연락이 없다. 

 

남들은 벌써 가을걷이를 마쳐 밭의 비닐을 벗겨내었고, 어떤 밭은 일찍 갈아놓기도 하였는데 난 아무래도 내년 봄이나 되어야 비닐을 벗길 수 있을거 같다. 지난 여름 너무 강하게 내렸던 비가 내 마음에 상처를 낸 듯 싶다. 그 상처는 농사 의욕을 확 주저 앉혔다.  그러다보니 작년에 비해 밭 갈무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마음만 먹으면 후딱 해치울 수 있을 터인데 그것이 쉽게 발동되지 않아 여짓껏 미루다 찬 바람을 맞은 것이다. 

 

비가 내려도 너무 내렸다. 보통 겨울을 앞두고 내리는 비는 부슬부슬이거나 촉촉촉이었는데 이번 가을 끝에 내린 비는 쏴쐬쏴하며 사정없이 내리쳤다. 장맛비나 폭우 못지 않은 기세였다. 이건 반칙이다. 겨울을 곱게 맞는 비가 아니라 걱정스럽게 바라보게 하는 비였다. 이렇게 내리는 비는 자꾸 마음을 졸이게 한다. 차라리 부슬부슬 천천히 종일 내리는 것이 나을 수 있다. 단시간 내에 폭우처럼 쏟아지는 것은 오히려 지반을 무너뜨리는데 일조한다. 겨울에 누가 배수로를 손을 봐 둘까나. 겨울 채비라면 으례 난방이지 않은가. 보일러 점검이나 등유나 연탄을 들여놓는게 겨울 준비였다. 그러나 앞으로는 배수구나 물꼬를 들여다봐야 한다. 그러잖아도 이전에 살던 집 뒤안을 살폈더니 낙엽이 배수로에 가득 쌓여 있음을 발견했다. 눈에서 멀어지니 마음에서도 멀어짐을 낙엽 쌓인 배수로를 통해서도 확인되었다. 이전이었다면 보는 즉시 치웠을텐데 지금은 내일 치워야지라며 미루는 것이다. 

 

비가 내리고 추워진다고 하여 며칠 전 주일 예배 후 새로 이사간 집 뒤뜰을 정리했다. 덕분에 공구를 들여놓을 만한 공간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봄에 썼던 모판을 비닐하우스 앞으로 옮겨놓으면서 항아리 놓을 자리도 마련됐다. 장독대 옆에는 파를 심었다. 꽤 쓸만한 공간이 나오면서 집이 조금씩 정리되어 갔다. 지난 월요일에는 오래간만에 마음 맞는 이들을 초대하여 긴 회포를 풀기도 했다. 10년 만에 처음 손님을 맞은 것이다. 오래 전 창고로 사용했던 거처를 여러 사람이 머물다 가며 하나씩 개조하고 수리하고 보수하면서 따뜻하고 넓고 환하게 바뀌기 시작했다. 앞서 머물다 간 사람들 덕분에 지금 내가 호강을 누리고 있다. 고마운 마음이 저절로 솟아난다. 

 

어제는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다고 하여 미루고 미뤘던 집냥이들을 데리고 왔다. 모두 낯선 공간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경계의 눈빛으로 사방팔방 둘러본다. 심장은 콩닥콩닥 뛰면서 낮은 포복 자세로 엉금엉금 기었다. 그리고 낮은 울부짖음으로 자신의 불안한 정서를 표현했다. 그중에 한 마리는 아직도 이불속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다. 밤새 야옹야옹거리다 새벽녘에야 울음소리를 멈췄다. 또 다른 냥이도 계속 탐색중이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자신의 채취를 묻히기도 하고, 안전한 공간을 찾으려고 여기저기 후비며 다니고 있다. 그래도 냥이들을 집에 옮겨놓으니 드디어 이사를 잘 마무리한 것 같아 마음이 놓인다. 

 

확실히 추운가 보다. 기온이 영하로 내려간 아침에 일어나니 집 안 온도가 15도였고, 낮에도 16도에서 멈췄다. 저녁이 되니 14도를 찍는다. 새로 이사한 집에나 옛집이나 춥기는 매한가지인 듯 하다. 그래도 좀 나은 것은 웃풍이 덜하다는 것이다. 이사오고 난 뒤 찬 기운이 만만치 않음을 느껴 외벽에 붙은 방은 단열벽지로 꼼꼼히 단열을 했다. 그랬더니 한결 따뜻했다. 확실히 손길이 닿은 곳은 갑자기 찾아온 겨울 손님을 잘 맞을 수 있었고, 손이 덜 간 곳은 부랴부랴 움직여 추위를 누그러뜨렸다. 오늘을 시작으로 12월 초순까지는 내내 춥다고 한다. 한파경보 문자가 수시로 날라왔다. 매서운 추위가 시작되는 때에 모두 건강 조심하시길 빈다.    

 

황은경/농촌선교훈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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