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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122]
 
 
 
     
 
 
 
작성일 : 22-10-27 23:32
   
한참 지나서 전성기
 글쓴이 : dangdang
조회 : 42  
   http://www.dangdang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8366 [131]

 

한참 지나서 전성기

 

신현희(안산나눔교회)

 

  13년 전이다. 연애시절, 생일 선물로 자전거 한 대를 사줬다. 라탄 바구니가 달린 예쁜 미니벨로(바퀴가 아담한 자전거)였다. 녹색과 흰색, 검은색. 자전거의 프레임이 특이하게 생겨 요즘 타고 다니는 전기 자전거 아니냐는 오해도 받는다. ‘자전거를 타고 싶다’는 곁님의 말은 순간 쾌청한 날씨에 지나가는 바람 같은 충동이었는데, 그것을 진지하게 받은 눈치 없는 전도사가 조금씩 모으고 모아 자전거를 선물 한 것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별로 쓰임 받지 못한 채, 수년 동안 계단에, 신발장에, 베란다에, 창고 짐짝들 사이에 세워진 채로 그저 묶여 있었다. 좁은 집 한구석 자리 차지하고 있는 자전거를 보노라면 ‘아내는 그때 정말 자전거가 타고 싶어서 그런 말을 했을까?’ 하는 지질한 남편의 속 좁은 원망도 나왔다. 

 

  이사 네 번 다니는 동안 뽀얗게 먼지가 앉았다. 급기야 어디로 가 있었는지도 모르게 실종되었다가 돌고 돌아 아버지 댁, 간만에 청소하던 중 발견되어 다시 우리 집으로 왔다. 기능과 안전에 문제는 없는지 동네 골목길로 타고 나갈까 했더니 이것저것 고장이라 탈 수 없는 상태였다. 

 

  반짝이는 선물이었을 때 녀석을 생각하니 애잔한 마음이 든다. 앞 타이어 속 튜브가 터졌는지 완전히 주저앉았고 곳곳에 찰과상이 나고, 녹슬고, 삐걱대는 그 모습이 안타까워 고치기로 했다. 집 근처 수리를 겸하는 자전거 점포로 갔다. 사장님도 이리저리 둘러보더니 특이하게 생겼다며 2만원 내라신다. 시간이 좀 지나기는 했지만 적어도 그 가게에 있는 어떤 자전거보다 예쁘다. 얼마 걸리지 않아서 수리가 끝났다. 처음만큼은 아니지만 꽤 늠름하다. 가늘고 예쁜 흰색 타이어는 갈라지고 색이 바래서 교체를 할 수 밖에 없었다. 대신 검은 타이어가 탄탄하게 버티고 섰다. 구리스 칠을 해서 촤르르 돌아가는 체인과 부드러운 패달, 느슨해진 브레이크도 조였다. 각종 원형의 집합체인 이 자전거가 제 구실을 하게 되어 기뻤다. 아내는 요즘 자전거를 타기보다 걷기에 관심이 많고, 아이들 타기에는 크고 높으니 좀 겸연쩍기는 하지만 애초에 선물을 했던 주인에게로 다시 돌아왔다.

 

  나는 주중 새벽기도와 전도를 이 녀석과 함께 하고 있다. 새벽 찬공기를 가르고 민첩하게 교회로 가는 골목길은 차로 더디게 가는 것 보다 훨씬 빠르다. 불과 2-3분 거리다. 근거리에 심방을 갈 때나 우체국, 주민 센터에 갈 때도 좋다. 왠지 여성들이 애용할 것 같은 장바구니는 전도용품이나 비타민을 넣고 다니기 그만이다. 환골탈태! 거듭남이 따로 없다. 그 어느 때보다 자주, 길고 짧은 거리를 오가면서 이제야 제대로 쓰임 받고 있다. 

 

  자주 만나니 애정이 깊어졌다. 기특한 마음에 곳곳에 상처 난 곳도 색을 칠해줬다. 헝겊에 광택제를 묻혀서 구석구석 닦아줬다. 심하게 덜컹거릴 때면 풀린 나사를 조여 줘야한다. 손이 이만저만 가는게 아니다. 2층 사시는 아저씨가 자전거 애호가이신지 1층 현관에 누구나 쓸 수 있게 펌프를 가져다 놓으셔서 멀리갈 것 없이 종종 타이어 공기압도 해결이다. 어두운 창고에서 있었던 때가 언제였나 싶을 정도로 곳곳에 함께 다닌다. 기다림이 길었는데 뭔가 술술 풀리는 느낌이라 불안한 마음도 생긴다. 

 

  자전거 전용도로로 나가서 힘차게 패달을 밟아보니 문제점이 다 해결된 것은 아니다. 변속할 때 뻣뻣한 느낌도 있고, 조금만 세게 밟으면 체인과 톱니의 맞물림이 어색하다. 조금 손을 본다 해도 동네에서 살살 타고 다니는 것이 좋겠다. 낡아서 좋은 것도 있다. 어디 가지고 가서 잠깐 세워놓을 때, 누구 손을 탈까 싶은 염려가 적다. 워낙 길에 흔하기는 해서도 그렇겠지만 낡은 자전거는 더더욱 관심 없으니 공연히 잃어버릴까 걱정하지는 않아도 된다. 자물쇠를 사두기는 했다. 편의점 앞에 세워놓을 때 꼭꼭 채우지 않고 잠깐 기대놓아도 걱정이 안 된다. 

 

  바구니에 성경 가방을 넣고 정장에 자전거를 타고 나서면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진다. 기형도의 시에 등장하는 것처럼 <동네 목사>하면 자전거 아니겠나? 체력과 기량은 전성기 시절만 못하지만 근성과 경험으로 좋은 성적을 내는 베테랑 운동선수처럼 낡은 자전거가 한마디로 멋지다. 아무리 예쁘고 비싼 이동수단이라도 사람을 태우고 달려야 그 진가가 드러난다. 정작 쓰임 받는 때는 가장 화려할 때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아픈 진실도 그 속에서 발견한다. 어쩌면 가장 자주 오래 달리고 주인의 손이 많이 가는 지금, 이 자전거의 전성기일지도 모른다. 집 계단 중간에 세워진 그 자전거가 왠지 행복해 보인다. 비록 한 때일지 모르나 그 녀석에게는 쓰임 받는 시절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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