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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123]
 
 
 
     
 
 
 
작성일 : 22-10-26 22:58
   
하나 보다 둘이 낫다
 글쓴이 : dangdang
조회 : 51  
   http://www.dangdang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8363 [115]

 

하나 보다 둘이 낫다. 

 

하나 보다 둘이 낫다. 인생사에서 매우 중요한 말이다. 지난번에도 썼다시피 이번 이사를 통해 이삿짐을 함께 날라줄 동무 하나 못 찾았다는 것이 잠시 살아오면서 관계에 대해 생각을 하였는데, 이건 농사에도 꼭 필요하고 중요한 말이다. 

 

동생이 떠나고 난 뒤 이후 혼자서 농사를 짓게 되었다. 굳이 짓지 않아도 되는데 흙에 매료된 이후 매년 농사를 지었다. 중간에 잘 된 것도 더러 있었고, 잘 안 된 것도 있었지만 –물론 안되는 날들이 많았다.- 그래도 매해 놓치지 않고 호미와 낫을 들었다. 사십 중반까지 힘이 넘쳐날 때는 거의 2미터 되는 깻단을 한아름씩 들어 옮긴적도 있었다. 사십 후반에 맞은 갱년기와 폐경기에는 힘에 겨워 주저앉는 날이 많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잘 버티고 농사를 이어왔다. 내 몸의 상태에 따라 그러기도 했지만 2017년부터 매년 새롭게 맞는 기후 변화에 농사도 갈수록 심으면 거두는 법칙이 무너지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기도 했다. 여하튼 근 5년을 혼자서 이어온 농사는 해를 거듭할수록 누군가와 함께하면 좋겠다 하는 옅은 희망을 품었다. 사실 힘이 넘칠 때는 혼자 해도 된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인생이 어찌 그런가. 오를 때가 있으면 내리막길도 있는 범. 내가 그 인생 법칙을 너무 간과했다. 미련하고 어리숙했다. 

 

미련하고 어리숙한 마음을 떨치고 올해는 내가 사는 마을 건너편에 있는 밭은 함께 할 동무를 찾았다. 음성에서 만난 동년배 선생과 의기투합하여 함께 농사를 짓기로 했다. 작물은 그나마 쉽다고 하는 들깨다. 몇 년을 놀린 밭이라 트랙터로 밭을 정리하는데 시간이 많이 들었다. 먼지는 물론이거니와 오랫동안 묵힌 땅이라 풀이 억세고 엉겨서 몇 번이고 트랙터 로터리에 끼여 꺼내는 일을 반복했다. 그렇게 하여 밭다운 밭을 만들고 난 뒤 여자 둘이서 비닐을 덮었다. 지나가는 마을 사람들이 한참을 안쓰럽게 바라보기도 하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둘은 아침부터 오후 늦게까지 해냈다. 그리고 물을 공급하기 어려워 비가 오는 일정을 살펴서 들깨 모종을 열심히 심었다. 직접 키워 심기도 하고, 교회 목사님과 이장님이 주신 모종으로 겨우 시기를 맞춰 심었다. 따지고 본다면 시기를 맞췄다기보다 세 번에 걸쳐 7월 중순에 마쳤으니 남들보다 한 달은 늦게 심은 것이다. 농사는 때와 시기가 중요한데 그것들을 놓쳤으니 진정한 농부가 되려면 아직도 먼 셈이다. 

 

올해는 유난히 잦은 비로 인해 눈에 먼 밭에 신경을 쓰기 어려웠다. 풀을 벨라 하면 비가 오는 통에 집 뒤의 밭은 몇 번 예초를 하였지만 건너편 밭은 한 번도 못했다. 그런 연유로 나중에 밭을 살피러 갔더니 풀이 밭을 완전히 덮을 판이었다. 기가 찰 노릇이었다. 저 풀 속에서 들깨가 자란다는 것, 아니 그것을 바란다는 것은 정말 나의 욕심인 것이다. 심기만 했지 그것을 위해 그 이후 내가 한 것이 무엇이던가. 최소한 풀 몇 번이라도 잡아주었어야 했는데 그 최소한의 일도 하지 못했으니 밭에도 들깨에도 미안하고 마음만 무거웠다. 

 

그런 가운데서도 계절은 바뀌었다. 수확의 계절이 온 것이다. 들과 산은 어느덧 울긋불긋하다. 마을 여기저기 밭에서는 들깨 수확과 타작이 한창이었다. 역시 부지런한 농부들은 다르다. 덩달아 내 마음도 바빠졌다. 지난 토요일에 벼 타작을 하면서 잠시 들깨밭을 보러갔다가 누런 풀섶 사이로 검게 마른 뜰깨를 보면서 착찹한 마음을 가눌 수 없었지만, 때와 시기를 놓치고 한 파종이었기에 수확에는 미련을 버려야 한다고 스스로를 달랬다. 그래서 들깨 베는 날을 가늠한 것이 어제였다. 혼자서 어떻게 벨 것인지 조금은 고민이 되기도 했다. 그런데 엊그제 저녁에 같이 들깨 농사를 짓자고 했던 선생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자신이 수요일에 쉬는데 들깨를 언제 베느냐는 것이었다. 오호라! 갑자기 천군만마를 얻은듯한 기쁨이 넘쳐났다. 그렇게 하여 어제 둘은 오전 10시에 만나 커피 한 잔 마신 뒤 오후 12시 30분까지 열심히 들깨를 베었다. 딱 두 시간 동안 룰루랄라 하면서 거둔 것이다. 물론 수확물은 심은 밭 면적에 비한다면 보잘것 없다. 선생은 많이 아쉬워했다. 다른 농부들 같으면 이만한 규모에 들깨 10말 이상은 나왔을텐데 우린 고작 1말 이상 나올까? 그래서 나는 때와 시기를 놓친 농사에 연연하지 말자고 위로했다. 도리어 난 그대와 시간을 내어 함께 할 수 있어서 참 좋았다고 했다. 만약 나 혼자 하였더라면 과연 오늘 안에 수확을 끝냈을 수 있었을까? 둘이서 같이 낫을 베니 두 시간 만에 후다닥 끝낼 수 있지 않았는가. 묵은 체증이 한꺼번에 내려간 기분이었다. 내년에도 같이 그리고 좀 더 규모있게 짓자는 농사계획까지 세웠으니 역시 혼자 보다는 둘이 하니 참 좋다.  

 

황은경/농촌선교훈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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