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끈한 매운 맛의 만능소스 스리라차(Sriracha) 핫소스
요즘 이 스리라차 소스에 푹 빠졌다. 질퍽한 우리나라 고추장과도 다르고, 매운맛 식초라고 할 수 있는 타바스코와도 다른 질감이고, 중국의 라요깐마와도 전혀 다른 스리라차 소스맛의 매력에 이렇게 반하게 될 줄은 몰랐다. 강력하고 깔끔한 매운맛과 새콤한 맛의 개운함이 혀와 코를 자극하고 중독시켜 자꾸 먹게 된다. 소스자체의 맛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서는 뜨거운 흰밥에 비벼먹는 것이 최고이다. 구운 식빵에 발라 먹어도 아주 맛있다. 혹시 여러분도 드셔 보셨는가?
아마도 쌀국수 집에서 갈색의 해선장과 함께 놓여있는 빨간색 스리라차 소스를 곁들여 먹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150년 이상 미국 핫소스의 대명사였던 타바스코소스 판매에 제동을 건 스리라차 소스는 1980년대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현재 미국 핫소스 시장에서 10%의 점유율을 차지하게 되었다.
타바스코 소스는 멕시코산 타바스코고추, 소금, 식초만으로 만들지만, 스리라차 소스는 멕시코산 할라피뇨고추와 소금, 식초, 그리고 마늘과 설탕이 더 들어간다. 타바스코는 고추식초라고 부르는 게 맞을 정도로 신맛이 강하지만 스리라차는 신맛이 적으면서도 신맛과 매운맛이 절묘하게 어우러졌다. 설탕과 마늘이 조금 들어가서 그런지 달콤한 맛도 들어있고 감칠맛도 있다. 타바스코보다 훨씬 강력한 매운맛과 단맛과 감칠맛이 추가된 스리라차는 햄버거 피자집 외에도 타바스코가 오르지 못했던 쌀국수 같은 아시아 푸드 테이블 등반에도 성공할 만큼 커버리지가 넓다, 요즘엔 도미노, 피자헛, 서브웨이 같은 곳에서도 쓰인다.
스리라차 소스를 구입하려고 아시아마트에 가니 스리라차이름을 단 유사 브랜드들이 많이 있다. 원조 스리라차소스를 구입하려면 몇 가지 팁이 있다. 첫째 초록색 마개를 확인해야 한다. 신선한 재료를 사용한다는 의미에서 녹색 마개가 씌워져 있다. 둘째 마스코트로 닭이 그려져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 소스를 만든 데이빗 트란이 1945년생 닭띠여서 닭모양을 넣었다고 한다. 그래서 수탉소스라고 부른다. 셋째 후이퐁(HUY FONG FOODS)라는 회사명을 확인해야 한다. 후이퐁이라는 회사명에 대해서는 잠시 후 설명하겠다.
1964년 미국의 개입으로 국제적으로 확대된 베트남전쟁이 8년간 지속된 이후 참전국들이 돌아가고 북베트남이 무력통일을 이뤄 1976년 베트남 사회주의 공화국이 탄생하게 된다. 1978년 베트남의 민주주의 진영 사람들은 보트를 타고 난민지위로 수많은 나라의 바다를 떠돈다. 백만 명에 이르는 그 난민을 보트피플이라 부른다. 이 중 삼분의 일은 바다를 떠돌다 폭풍과 해적을 만나 사망했다.
스리라차 소스의 개발자이자 후이풍푸드의 CEO인 데이빗 트란(77)은 중국계 베트남인으로 베트남 육군 소령이었다. 그도 1979년 한밤중에 부인과 4살배기 아들과 함께 배를 타고 고국을 떠났다. 그 배에는 다른 삼천 명의 난민들이 타고 있었다. 데이빗 트란의 가족은 홍콩으로 탈출하였다. 한달 후에 어렵게 망명 허가를 받고 미국땅에 도착한 뒤 LA동쪽 차이나 타운에 정착했다.
트란은 미국에서 쌀국수에 넣을 매운 소스를 찾다가 자신의 입맛에 맞는 고추소스를 발견하지 못했다. 결국 직접 고추소스를 만들어 판매하기로 결심하였고 용접을 독학으로 배워 소스를 만들기 위한 기계를 만들고 동양풍의 핫소스를 개발하게 되었는데 바로 스리라차소스이다. 그리고 자신의 가족을 미국까지 데려와준 화물선을 잊을 수 없어 그 화물선 이름인 후이퐁을 사용하여 후이풍 푸드(HUY FONG FOODS)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그가 만든 소스는 처음에 그의 집 근처에 있는 아시아 레스토랑에 공급되지만 입소문을 통해 꾸준히 매출이 증가했고 후에는 서양식 레스토랑, 마트, 일반 가정집에도 퍼져나갔다. 35년간 브랜드라이센스는 물론 대대적인 광고조차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스리라차 소스는 미국인의 입맛을 바꿀 정도로 폭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 결과 연 2500만병이상의 판매와 10억 달러 이상의 매출달성을 하며 타바스코와 더불어 미국을 대표하는 핫소스의 양대산맥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스리라차 소스는 굉장히 글로벌한 소스이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있어서만이 아니다. 중국(화교) 출신의 베트남사람 데이빗 트란이 멕시코의 할라피뇨고추를 가져다 태국식으로 만들고 미국에 판매하여 매운맛 열풍을 일으킨 후 전 세계적인 소스로 키웠기 때문이다, 데이빗 트란은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난민 출신 사업가로 동남아시아 이민자들의 우상이 되었다.
매년 8월부터 11월까지 고추가 생산되는 칠리 시즌에는 공장이 주 6일 24시간 동안 풀가동된다. 이 기간에는 시간당 16만 2000병이 생산되며 제조된 소스는 35일간의 숙성 기간을 거친 뒤 FDA검사를 받고 납품된다. 그런데 올해 세계적인 가뭄으로 인해 할라피뇨 고추의 수급이 어려워져 2022년 4월 19일에 6개월동안 생산이 중단되었다. 이로 인해 사재기 현상이 일어난 것도 모자라서 LA에 있는 쌀국수 식당에서는 미개봉 스리라차를 가져오면 음식을 공짜로 주겠다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임석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