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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122]
 
 
 
     
 
 
 
작성일 : 22-10-22 22:15
   
먹고사니즘
 글쓴이 : dangdang
조회 : 45  
   http://www.dangdang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8337 [109]

 

 

먹고사니즘

 

  사람들마다 평범한 희망이 있다. ‘제 때에 밥을 먹고, 제대로 일을 해서, 평안히 잠을 자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이 밥을 먹는 것이 아니라 밥한테 사람이 먹히고, 사람이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일한테 사람이 치이고, 사람이 잠자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잠에 빠져 산다’고들 한다. 그래서 불편하고, 불안하다. 모두 ‘먹고사니즘’ 때문이다. 경제도 먹고 사는 일의 한 부분이 되어야 하는데 마치 행복과 미래를 다 좌우하는 가치 전반의 문제처럼 취급된다. 

 

  서울 종로5가에 서울디아스포라교회가 있다. 필리핀 사람들이 모인 외국인 공동체로, 2년 반 전에 처음 예배 처소를 마련하고 어엿한 교회로 출발할 즈음, 강단에 걸 십자가를 부탁받았다. 필리핀에서 공수해 온 ‘나라’라는 고향 소나무로 십자가 가로 부분을 날개 모양으로 표현하였다. 그리고 이름을 ‘날개 십자가’라고 붙였다. 비록 객지에서 사는 처지이지만, 하나님의 날개 아래 보호를 받기를 소망하는 마음을 담았다(룻 2:12). 

 

  그들이야말로 ‘먹고사니즘’을 위해 한국에 온 사람들이었다. 어느새 필리핀 노동자 이주 30년을 맞았다. 그들은 교회에서 ‘타향살이 30년- 필리핀 이주민노동자들의 이야기’란 토크쇼를 열면서 그동안 한국 생활을 회고하였다. 배꼽을 잡고 웃다가 서럽게 울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그들의 애환이 너무 많았다. 한국인의 입장에서, 갑(甲)의 자리에서 결코 헤아릴 수 없는 바닥의 진실인 셈이다.  

 

  한국에 온 지 30년이 된 다섯 명의 교인들이 축하를 받았다. 놀랍게도 그들은 한국말을 제대로 할 줄 모른다. 밤낮 일하느라, 쫓겨 다니느라, 죽을 둥 살 둥 살아내느라 한국어를 제대로 배울 새가 없었던 것이다. 특별한 날이니만큼 교회는 무슨 선물을 준비했을까? 30년 된 필리핀 형제들에게 한국 이름을 만들어서 불러주었다. 성은 필리핀에서 따온 ‘피’ 씨이고 돌림자는 대한민국에서 빌려와 ‘한’(韓)이다. 

 

  필리핀 공동체의 대다수는 불법체류 노동자이다. 처음에는 합법적으로 비자를 받아서 입국했지만, 계속 눌러앉으면서 불법이 되었다. 자신이 선택한 일이다. 놀라운 것은 그들은 무시를 당하고 괄시를 받으면서도 한국을 천국으로 여긴다고 하였다. 30년 동안 출입국관리소의 단속을 피해 다니면서 간을 녹이며 살았지만, 그래도 한국은 살만한 곳이라고 했다. 필리핀에 남겨둔 많은 식구들을 먹여 살려주는 고마운 나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한국 사람, 한국 이름을 지닌 이 땅에서는 스스로를 ‘헬조선’이라고 불렀다. 한동안 지속된 사회현상이었다. 다행한 것은 몇 해 전부터 ‘이민을 가네, 어쩌네’ 하는 전염병 같던 빈정거림이 쑥 들어갔다. 반대로 자부심이 넘쳐나기 시작하였다. 뭐든지 좋은 것에는 모두 코리아의 ‘K’자를 붙이는 새 풍속도는 고무적이다. ‘K-드라마, K-방역, K-컬처, K-한국 음식, K-손흥민’... 이를 국뽕이라고 부른다니, 자부심의 또 다른 모습일 것이다. 

 

  하긴 대한민국은 UN이 생긴 이래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이 된 유일한 나라이다. 단군 이래 지금의 한국인은 국력에 있어서 더 이상 주눅 들거나, 꿀리는 법이 없다. 그럼에도 문제는 여전하다. 경제력 지수와 함께 욕망 지수도 함께 높아간다는 점이다. 삶의 내용과 질이 모두 숫자로 계량화되면서 인간미의 가치는 설 자리를 잃고 있다. 결국 우리 사회는 물질생활은 여유가 있을지 몰라도 정작 인간다움을 잃었다. 기쁨이나 감사는 찾아보기 어렵고, 갈등과 경쟁, 비교의식와 혐오가 웃자라고 있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위험한 사회구조를 갖고 있다. 힘없는 사람에게는 더욱 위협적이다. 며칠 전 평택에 있는 에스피씨(SPC) 계열의 빵 공장 에스피엘(SPL)의 소스 제조 공정에서 일하던 ㄱ(23)씨가 기계에 끼여 숨진 사고가 대표적이다. 회사는 2인 1조의 작업 수칙을 무시한 결과, 결국 안전사고를 낸 것이다. 이 사고는 사람들의 일상과 가까운 파리바게트와 관련이 있기에 더욱 공감을 불러왔다. ㄱ씨가 죽기 전까지 만든 소스를 넣은 샌드위치 제품이 매장으로 공급되었다는 소식은 충격적이다. 노동자의 ‘먹고사니즘’을 이용한 기업 차원의 이익추구에는 표정이 없다.

 

  노동자의 죽음은 외국인이든, 한국인이든 구별하지 않는다. 계층사다리의 맨 아래에 있는 사회적 약자들은 법의 우산을 쓰지 못한 채 너무 많이 희생되고 있다. 날마다 반복되는 추락사고, 끼임사고, 압사사고, 감전사고, 화재사고 등 모든 불행은 보호받지 못하는 ‘먹고사니즘’에서 비롯된다. 그들 앞에서 망연자실한 사람이 가족만이어서는 안된다. 우리 사회가 중대재해처벌법을 만들고, 노란봉투법을 제정하려는 이유는 ‘먹고사니즘’에 인간적인 얼굴을 부여하려는 최소한의 의미이다.

 

송병구/색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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