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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2-10-15 22:50
   
소풍 가는 길
 글쓴이 : dangdang
조회 : 38  
   http://www.dangdang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8302 [139]

 

 

소풍 가는 길

 

  아무리 상상력이 빈곤한 사람도 소풍에 관한 한 남다른 인상기가 없을 리 만무하다. 어려서부터 소풍 복이 많은 내 경우 성인이 된 지금까지 소풍 같은 인생을 산다고 여긴다. 하긴 인생을 가리켜 소풍으로 빗댄 노랫말도 있다. 날마다 때마다 소풍 같은 일상을 꿈꾸고 그리는 사람은 행복하다. 

 

  지금껏 가장 좋았던 소풍을 손꼽으라면 2008년 5월, 개성 유적을 방문한 일이다. 박연폭포, 선죽교, 숭양서원, 고려박물관 등 이젠 아스라한 이름들로 남았다. 오래 지속될 줄 알았던 개성관광이었다. 2007년(12.5)부터 2008년(11.29)까지, 겨우 일 년 남짓 열렸던 환타지 같은 문이었다. 

 

  1973년 가을에 수학여행을 갔던 설악산은 얼마나 멀고 험했던지 아직도 멀미 속에 기억한다. 대관령 구비구비 아흔아홉 고개를 넘었다. 강원도 산골 국민학생들의 설악산 기행은 대관령 위에서 강릉 앞바다를 내려다보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처음 본 동해바다는 강릉 시내를 삼킬 듯 위에서 넘실거렸다. 낙산사 홍련암, 설악산 흔들바위에 대한 기억이 아련하다. 남자아이들은 대개 삼선 추리닝 복을 입었는데, 유난히 촌티가 났을 것이다.    

 

  독일에서 목회하던 시절, 여름이면 버스를 세내어 단체 관광을 다녀오곤 했다. 한번은 네덜란드 레이덴(Leiden)을 방문하였다. 렘브란트의 고향으로 유명한 레이덴은 1608년 영국에서 신앙의 자유를 찾아 신대륙으로 항해를 떠난 청교도들이 잠시 기착한 곳이다. 이곳에서 1620년까지 머문 그들은 다시 닻을 올린 끝에 마침내 대서양을 건넜다. 신대륙 프리머스에 도착한 메이플라워호가 그 주인공이다. 놀랍게도 겨우 12년 남짓 머물던 그곳에다 자손만대가 누릴만한 장엄한 예배당을 건축하였다. 청교도답다.

 

  30주년을 맞은 복흠한인교회가 한 주간 로마로 수학여행을 다녀온 것은 두고두고 이야기 거리였다. 꼬박 24시간이 걸리는 장거리 버스 여행이었다. 로마 남쪽 벨레뜨리는 교황의 휴양지가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바로 인근에 이탈리아 감리교수양관이 있는데, 그곳에 머물며 낮에는 로마 일대를 관광하고, 밤에는 로마연합교회 홍기석 목사님을 청해 말씀을 들었다. 수양관 안에는 남쪽 나라 과일이 얼마나 흔천 한 지 날마다 고향의 즐거움을 만끽하였다.

 

  문수산성교회는 모내기 철이 끝나 짧은 짬이 오면 염하강이 내려다보이는 곰배 뒷산으로 야외예배를 갔다. 모두 경운기를 타고 줄줄이 갔다. 예배를 드린 후 보신과 영양을 보충하던 그 시절은 호랑이 담배 피던 때이다. 점심을 먹고 나면 모두 소나무 아래서 낮잠을 잔 후, 한바탕 노래자랑을 벌였다. 그리고 다시 교회로 줄줄이 돌아와 저녁까지 먹고 귀가하였다.

 

  코로나19로 마스크를 쓴 채 조신하게 지내던 교회가 비로소 기지개를 켰다. 색동교회는 10월 들어서 애찬을 시작하였다. 그리고 수련회를 못 가는 대신 가을소풍을 작정하였다. 바로 오늘이다. 연일 청명한 가을 날씨가 소풍 분위기에 한몫한다. 서둘러 떠나 대부도 흥성교회에서 예배드리고, 선재도로 건너가 목섬을 한 바퀴 산책한 후, 소망식당에서 점심을 먹도록 예약하였다. 그리고 바다향기수목원을 방문 후 속별로 차담을 나눌 것이다. 오는 길에 전곡항이나 궁평항에 들러도 좋을 것이다. 

  

  꼭 14년 전, 개성으로 나섰던 그해의 봄 소풍은 얼마나 화려했던가? 불과 1년 남짓 동안 두 차례나 개성을 다녀온 것은 역설적으로 불안정한 남북관계 덕분이었다. 소설집 <까치방>(이정환)에 담긴 단편 ‘부르는 소리’는 주인공이 경의선 기차를 몰고 고향 가는 길을 상상한다. 그는 남으로 피난 내려온 38 따라지였다. 기관사는 꿈속일 망정 서울에서 평양을 향해 운전하고 있다. 

 

  “개성에서 토성까지 그림처럼 이어지는 인삼밭이 있었다. 토성에서 사리원까지 이어지는 첩첩한 산악이 끝나면서 대동강 역까지 끝없이 청청하게 펼쳐지는 사과밭이 있었다. 그리고 대동강역에서 평양으로 들어서면서 그는 능라도와 부벽루를 보고 있었다. ... 빵- 바아앙---”

 

  거침없이 쏟아대는 미사일 틈에서도 평화에 대한 상상력을 잊어서는 안 된다. 개성 가던 소풍 길이 한때의 꿈이 아니라 지극한 현실이었음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잠시 머물려던 레이덴에 평생 뿌리를 내리고 살 것같이 견고한 예배당을 건축했던 청교도의 거룩한 고집을 배울 일이다. 마침내 하늘나라로 소풍 갈 때까지 꼭 붙잡고 살아야 할 평화의 복음이다.

        ​ 

송병구/색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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