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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122]
 
 
 
     
 
 
 
작성일 : 22-10-13 01:13
   
보여야 버릴 수 있다.
 글쓴이 : dangdang
조회 : 38  
   http://www.dangdang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8287 [127]

 

보여야 버릴 수 있다. 

 

지난달 추석 연휴에는 추석 당일만 빼고 옆집으로 거처를 옮기는데 몸과 마음을 바쳤다. 바로 옆으로 하는 이사라 사람을 부르기도 애매하여 혼자서 감당하였는데 결론적으로 말하면 앞으로 이사하는 일은 없었으면 하는 바램이었다. 

 

10년 전 음성에 내려올 때만 해도 짐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보이는 곳엔 적당한 보따리와 크지 않은 가전제품들, 책이 전부였다. 초반에 동생과 살 때만 하여도 여유 공간이 꽤 있었다. 마루를 사용할 수 있었고, 집에 붙은 작은 창고 방에서도 다리를 뻗을 수 있을 만큼 공간이 낙낙했다. 그런데 10년을 살고 난 지금, 이번 이사를 통해 깨달았다. 하나님이 이 밤에 나를 부르신다면 나는 이렇게 답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여, 보소서! 이 많은 짐들을 두고 어찌 떠날 수 있겠습니까? 이 짐들이 정리되어야 뒤에 남아 있는 이들이 고생하지 않겠습니까? 조금만 더 여유를 주십시오. 이 짐들을 모두 정리되면 그 때는 흔쾌히 따르겠나이다.” 

 

그렇다. 10년 세월 속에 늘은 것은 내 얼굴의 주름과 잗다란 살림살이다. 나는 천성적으로 누가 준 것은 잘 버리지 못하는 성격이다. 또 내가 구매한 것도 잘 버리지 못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 둘이 찰떡궁합으로 맞붙어 누가 보면 정말 구질구질한 살림살이들이 여기저기 쌓여있었다. 그렇다고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쌓아두는 ‘저장강박증’ 환자는 아니다. 어느날 기분이 나면 집 안을 홀라당 뒤집어 정리한다든지 아니면 한 가지 품목을 눈여겨보았다가 정리하고 버리는 기분파이기도 하다. 아, 잘 정리하거나 버리지 못하는 것이 있다. 식료품이다. 이번 이사로 냉장고를 옮기는데 냉동고 안에 고기가 그렇게 많은 줄 미처 알지 못했다. 육식을 즐겨먹지 않은 탓에 선물 받은 좋은(?) 고기와 생선이 나의 요리 솜씨를 기다리고 있었다. 알지 않은가! 혼자서 먹겠다고 불판을 피우고 고기 몇 점을 구워먹긴 참 번거롭다는 것을. 모든 것은 같이 해야 맛이 나듯이, 먹는 것은 특히나 함께 먹어야 제 맛을 음미할 수 있다. 

 

그렇게 버리지 못하고 쌓아두고 보관하여 둔 물건들이 내 눈 앞에 펼쳐지는 순간, 아무리 내 물건이라고 하지만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한편으론 내가 정리하나는 정말 잘하고 살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 많은 짐들이 두어질 곳과 숨겨질 곳과 보이는 곳에 차곡차곡 있었으니 이 또한 깨알같은 재능이리라. 물론 두어질 곳과 숨겨질 곳에 있는 물건들은 해 아래 드러나지 않는 이상 사용할 일이 별로 없다는 것이 문제다. 그러니 아무리 좋은 물건이라도 아끼고 보관만 하여 둔다면 결국 아끼다 똥 된다는 말이 딱 맞다. 나도 내 생전에 처음 명품은 아니어도 좋은 가방을 잘 모셔두고 살았다가 습기와 곰팡이 손님에게 고스란히 내어주고 말았다. 얼마나 억울하고 분하던지 그 이후로는 좋은 가방은 탐하지 않게 되었다. 가방뿐이랴. 수련목회자 시절에 첫 사례비를 받고 샀던 계절별 정장도 제대로 입지도 못하고 장롱 속에 고이 모셔 놓았는데 이번 이사 때 과감히 고물상으로 보내버렸다. 

 

이렇듯 10년 세월에 묵혀두었던 수많은 짐들이 알곡과 가라지로 구분되게 되었다. 손이 잘 가고 잘 사용되는 물건은 알곡이요, 눈에는 보기 좋으나 사용하기에는 불편한 물건은 가라지로 분류되어 어떤 것들은 찬장으로, 옷장으로, 진열장으로 보내지고 어떤 것들은 50리터 종량제 봉투로, 재활용품 박스로, 아궁이로 던져졌다. 그중에 너는 알곡이냐 가라지냐를 고민하게 만드는 것들도 있었다. 그런 것들은 한 번 더 유예 기간을 주었다. 사실 이런 유예 기간을 둔 것들이 나중에 낭패를 주는 것이다. 어딘가에 쌓아두고 보관하여 두는 것들이 바로 유예 기간에 머문 물건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엄청난 망설임을 과감하게 끊지 않는다면 하나님이 다시 찾아오셨을 때 구질구질한 변명을 또 늘어놓을 것이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라도 모든 것들은 보이는 곳에 놓아 쓰이고 버려지게 해야 한다.  

 

이사는 현재진행중이다. 막판에 복병이 나타났다. 효소들이다. 10년 동안 무슨 이유로 담갔는지 모를 갖가지 효소들이 아직도 서너 번은 옮겨야 한다. 이렇게 모아졌던 이유도 눈에서 멀어졌었기 때문이다. 모두 밖으로 끄집어내고 빛 가운데 세워 놓았다. 모두 먹어치우리라. 마셔버리리라. ‘긴 병에 효자 없다’ 하듯이 긴 이삿짐 옮기는 것에 나의 몸과 마음은 지쳐가고 있다. 가급적 하고 싶지 않은 이사지만 혹여 언젠가 하게 된다면 그때는 나에게 더 늘어난 것은 나이 외에는 없었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숨겨놓지 말고 보이는 곳에 진열하여 하나씩 하나씩 정리하고 버리는 습관을 지녀야 하겠다. 물건뿐이겠는가. 내 삶 속에서 끙끙대는 짐들도 수시로 잘 가라고 손을 흔들어주도록 하자. 아! 몇 날만 참자.

 

황은경/농촌선교훈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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