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운하고 칼칼한 민물생선의 진한 감칠맛 생선국수
내가 사는 이천은 도시와 농촌이 함께 있는 도농복합시이다. 도시지역은 동(洞)으로, 농촌지역은 읍(邑)과 면(面)의 행정구역으로 불린다. 우리집은 시내에 위치한 교회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대규모 아파트단지라서 도시와 별반 다를게 없지만 이천에 살면서 이곳이 시골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몇 번 있다.
첫 번째는 5일마다 열리는 이천장날이다. 장날이 되면 시내에 있는 관고전통시장 주변에 약초부터 화초, 사탕, 어묵, 족발, 각종곡식들과 옷 등등을 판매하는 장사꾼들의 왁자지껄한 풍경이 시골의 정서 물씬 느끼게 해 준다. 도시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장날풍경을 마주할 때마다 정겹기도 하고 이곳은 시골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두 번째는 차를 타고 도로를 지날때면 종종 고라니를 만날 때다. 도시에서 고라니를 어떻께 볼 수 있겠는가? 가끔 시내중심가 도로에서 고라니가 발견되기도 한다. 세 번째는 오늘 소개할 음식을 처음 봤을때이다. 그 음식은 생선국수이다. 이천에 오기 전에는 한번도 접할 수 없었던 생소한 음식, 생선국수 때문에 이곳이 시골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처음 생선국수라는 간판을 보았을 때 굉장히 낯설었다. 도대체 생선국수는 무엇일까? 궁금했다. 추어탕은 미꾸라지를 갈아서 끓인 음식이라면 생선국수는 어떤 생선은 재료로 사용하는 걸까? 궁금했다. 내가 본 생선국수집은 진리동 육교 근처에 있는 신갈미 추어탕,생선국수집으로 이천맛집 중 하나이다. 궁금증을 가지고 한번 가 본 이후 입맛이 없을 때마다 먹으러 가는 단골집이 되었다. 가격도 비싸지 않다. 몇 년전까지만 하더라도 7000원이었는데 요즘 물가가 올라서 8000원으로 인상이 되었다.
생선국수는 다양한 민물생선들을 푹 고아서 발라낸 살과 체에 밭친 국물에 고추장과 고춧가루, 된장과 다진 마늘을 넣고 끓이다가 국수를 넣고 익으면 깻잎, 미나리, 쑥갓을 넣고 끓여 먹는 매운탕 느낌의 국수이다. 어죽과 비슷하지만 차이가 있다. 생선국수는 보통 어죽을 만드는 방식에 쌀 대신 국수를 넣어 끓이는 것이다. 아마도 국수가 먹기 좋고 훌훌 잘 넘어가니 어죽에 국수를 넣어 먹어보다가 분리된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어죽의 사촌쯤 되는 음식이 생선국수일 것이다.
생선국수는 민물고기 비린내가 날 것도 같은데 이곳에서는 비린내가 전혀 없다. 양도 푸짐하게 먹을 수 있다. 고추장 베이스의 진득한 국물과 부서진 생선살의 밀도 높은 진한 감칠맛이 혀를 휘감는다. 개운하고 칼칼한 국물이 돌아서면 또 생각나게 만든다. 국수도 쫄깃하고 맛이 있다. 국수를 다 먹으면 밥을 볶아서 먹을 수도 있는데 안먹으면 후회할 정도이다. 한번도 안와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와본 사람은 없을 정도로 한번 맛보면 다시 오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아삭한 백김치와 배추김치가 나오는데 얼큰 칼칼한 국물맛 때문에 시원한 백김치를 더 먹게 된다.
언젠가 강릉의 유명한 장칼국수집에 30분을 줄을 서서 대기하다가 먹은 적이 있었다. 그 장칼국수는 9000원이었다. 먹고 난 뒤 “겨우 이 정도 맛을 보기 위해 30분이나 줄을 서서 기다렸다가 먹어야 하나?”하는 회의감이 들은 적이 있었다. 그 장칼국수에 비하면 8000원짜리 이천의 신갈미 생선국수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훨씬 맛있고 푸짐하고 영양도 가득하다.
어죽은 해안지역에서의 향토음식이며 별미음식이고 영양가 높은 반유동식이어서 노인들의 보양음식으로도 많이 쓰인다. 어죽은 조상들이 즐겨먹던 전통음식이다. 조선 숙종 때 발간된 산림경제에는 어죽에 대한 기록이 있고, 영조 때 발간된 증보산림경제에는 붕어죽 만드는 법과 어죽이 서민들의 보양식으로 유명하다고 기록하고 있다. 또, 일제 강점기인 1929년, 충북 예산군 응봉면의 예당저수지 착공 당시 일본인들이 배정된 식량을 중간에 착복해 먹을거리가 부족해진 인부들은 주민들이 즐겨 먹던 어죽 조리법을 배워 주린 배를 채웠다고 한다. 그 맛이 너무도 좋아 예당 어죽이 입소문을 타서 ‘어죽 원조’로 일컬어지게 되었다. 예당에는 어죽뿐만 아니라 생선국수도 유명하다.
예당에서 한 시간 거리 떨어진 충북 옥천군 청산면에는 2018년 조성된 생선국수 음식거리가 있다. 생선국수의 본향으로 알려진 청산면에서 60년 전통을 잇는 식당 8곳을 선정하여 생선국수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매년 4월에 옥천청산면에서는 생선국수축제도 열린다.
혹시 얼큰한 장칼국수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생선국수를 한번 먹어보면 입맛에 딱 맞을 것이다. 도시에서는 먹기 힘들 것이니 충북에 갈 일이 있을 때 생선국수집이 보이면 꼭 들어가 맛보면 좋겠다. 충북 예당이나 옥천까지 가기 힘들면 이천에 있는 신갈미생선국수집을 추천하는 바이다.
임석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