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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123]
 
 
 
     
 
 
 
작성일 : 22-08-27 22:28
   
그들의 안녕
 글쓴이 : dangdang
조회 : 44  
   http://www.dangdang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8056 [115]

 

그들의 안녕

 

  독일 방문 후 시차(時差) 적응 중이다. 밤새 뒤척이다 마치 새벽에 깊은 잠에 빠진 것처럼 아직 한여름 밤의 꿈을 꾸는 듯하다. 독일과 시차는 겨우 7시간이다. 이미 썸머타임이 적용된 시간이다. 겨우 일곱 시간을 좁히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예전처럼 밤낮이 자유로와지려면, 외국에 머물렀던 만큼 기간이 필요하다는 말이 합리적으로 느껴진다. 그럼에도 안전하게 집에 돌아오니 얼마나 안심이 되던지, 환대받았던 날들조차 어느새 아뜩하게 느껴진다.

 

  독일에 오래 머물만한 친척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없다고도 말하지 않는다. 남의 나라에 사는 동포들은 모두 멀고도 가까운 친척과 같다. 20년 만에 만나는 교우들은 잠시 낯설었을 뿐, 하루 이틀 지나니 평소 이곳에서 살아온 사람처럼 어울릴 수 있었다. 우리 부부는 멀리 떠난 조카 식구가 집안 일가를 찾아가듯, 친척들의 환영 속에 한 달간 지내다 돌아왔다. 마음속으로 공동체의 인정이 응당 이 정도는 돼야지, 싶었다. 반갑고 고마운 일이다.

 

  한국인의 집에서 환영 저녁 식사 자리를 열었다. 예전에도 복흠한인교회의 떠들썩한 행사는 늘 한국인의 집에서 모였다. 주위가 여유로운 학교의 빈공간을 임대했기 때문에 한국인들의 소란스러운 잔치가 가능하였다. 사실 한국인의 집과 같은 시설이 독일 어느 도시에나 있는 것은 아니다. 복흠에 근거를 둔 민중문화모임 회원들이 비용을 추렴해 월세로 얻은 것이다. 여기서 팔순잔치도 치루고, 장구 장단도 배우며, 요즘은 영어 취미활동도 한다.

 

  예전과 달라진 것이 있었다. 독일 한인사회는 20년 전만 해도 모두가 바빴다. 아직 한참 근무 중이던 50대 초반이 주요 세대였다. 앞으로 은퇴 시기가 닥치면 무엇을 할까 염려했지만, 이제 막 대학에 진학하는 2세들의 미래가 더욱 걱정스러운 즈음이기도 하였다. 20년의 공백을 실감한 것은 더 이상 그런 고민들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1세대 중에 아직 현역에 있는 사람은 전무하였다. 부부가 함께 일한 이들은 은퇴자의 느긋함과 여유를 부리는 중이다. 더 이상 예전처럼 멀리 여행을 다니지는 못하지만, 그런 까닭에 서로 더 자주 어울렸다. 

 

  올 여름 독일정부는 6, 7, 8월 세 달 동안 한 달에 9유로(Euro)하는 초대형 할인티켓을 판매해 코로나19로 지치고 답답한 사람들의 가슴에 불을 질렀다. 겨우 9유로(약 12,000원)면 한 달간 전국의 완행열차와 시내버스와 전철을 얼마든지 탈 수 있다. 비싸기로 유명한 독일 대중교통의 폭탄 세일은 코로나19로 막힌 숨통을 풀자는 정부의 대담한 기획이었다. 평소 대중교통을 모르고 지내던 복흠의 한인들은 물론 20년 만에 찾아온 여행자까지 여기에 편승한 것은 자연스럽다. 복흠교회 여신도회에서는 기차로 두어 시간 거리에 위치한 프랑스 국경 아헨 시를 단체로 여행하였는데, 그 모습이 마치 주말에 중앙역을 점거한 축구팬들처럼 으쓱으쓱해 보였다. 

 

  민중문화모임이 주선한 환영모임은 예전과 다를 것이 없었다. 집집마다 ‘반찬 한 가지씩’ 준비해 와서 함께 나누어 먹었다. 그러니 반찬이 스무 가지가 넘는다. 평소 구경하지 못하던 토박이 요리를 구경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세상에, 반찬 한 가지면 어떤 규모의 잔치라도 부족함이 없다는 것은 광야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평소 교회에서 만나지 못했던 이웃들이 함께 하였다. 예전에는 늘 한국 소식에 목말라했는데, 스마트폰의 영향으로 이젠 한국에 사는 사람보다 정보가 더 세세하다. 다만 한국의 70대가 품고 있는 분노의 정서를 이곳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요모조모 반찬들처럼 생각이 자유롭고 발랄하다.

 

  독일 친척들은 여전히 한국을 사랑하고 그리워하지만, 예전처럼 한국방문에 목매지 않는다. 아마 그 이유로 일찍이 부모님은 세상 떠나시고, 동기 간도 늙었기 때문일 것이다. 더 이상 반겨줄 친지가 없는 것이다. 게다가 지지리도 가난했던 한국이 적어도 겉보기에 독일 이상으로 더 잘 사는 모습도 낯설다. 큰 차를 과시하고, 맛집을 찾아다니는 일상은 이질적이었다.

 

  늘 돌아갈 생각에 미련을 두었던 사람들은 이미 자녀들이 혼인하여 이 땅에서 살고, 또 손주들이 머물고 있는 이곳을 마침내 제2의 고향으로 삼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먼저 세상을 떠난 교우들 대부분은 이미 복흠 중앙공원묘지의 비슷한 구역에 나란히 자리 잡았다. 벌써 아홉 명이다. 거대한 정원인 그곳으로 순서 없이 이주할 것이라며 서로 농담처럼 말한다. 

 

  멀리 사는 친척을 방문하고 돌아온 지금, 저마다 사람답게 사는 적절한 능력이 필요함을 생각한다. 남의 나라에서 사는 동안 지금껏 이웃의 친절에 의지해 살고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노년의 삶에 친절은 더 많이 필요하며, 인내 역시 그만큼 요구될 것이다. 무엇보다 외로움에 기대어 외로움을 비비고 살아가는 세월은 앞으로 더욱 깊어질 것이라 여겨졌다. 불편한 잠자리를 단지 시차 탓만으로 돌릴 수 없는 이유이다. ​ 

 

송병구/색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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