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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122]
 
 
 
     
 
 
 
작성일 : 22-08-12 02:38
   
통수식(通水式)
 글쓴이 : dangdang
조회 : 58  
   http://www.dangdang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7978 [122]

 

통수식(通水式)

 

이천에서 목회를 할 때 일주일간 중국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같은 지방 목회자들과 처음으로 나간 해외여행인데다가 초등학교 3학년이던 큰아들과 동행을 했으니 나름 뜻깊은 여행이었지요. 짧은 기간 참 여러 곳을 방문했습니다. 여행은 북간도 명동촌을 들렀다가 백두산을 등정하고, 길림성 농촌의 한족 마을에 자리한 가정교회까지 방문해서 하룻밤을 한족 가정에서 보냈습니다. 그리고 베이징에 들러 만리장성과 베이징 시내 관광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를 하였지요. 중국에 대한 첫인상이 꽤 강렬하게 남아서 지금까지도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곤 합니다. 토요일, 잘 짜인 일정과 풍성한 경험 덕분에 뿌듯한 마음을 안고 교회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교회 분위기가 이상했습니다. 어딘가 모르게 서먹하고, 밖으로 표현하지 못하는 불만들이 가득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담임목사가 없는 일주일 동안 교회에 큰일이 하나 일어났습니다. 우물을 판 것입니다. 교회는 야트막한 작은 동산 위에 자리하였는데, 교회에서 사용하는 우물이 날이 가물면 부족하곤 했습니다. 물론 평소에는 별문제가 없었고요. 그 주간에 마침 동네에 우물을 파는 큰 장비가 들어왔던 모양입니다. 몇몇 집에서 우물을 판 후에 장비 사용에 여유가 생겼습니다. 그걸 보고 교인들 몇 명이 우물 파는 장비가 동네에 들어온 김에 교회 우물을 새로 파자며 재빠르게 일을 추진했던 것입니다. 덕분에 아주 저렴한 비용으로 단숨에 새 우물을 판 것입니다. 물도 아주 펑펑 잘 나왔지요. 

 

문제는 우물의 위치였습니다. 교회 터를 보면 맨 위에 주택이 자리 잡았고, 예배당이 중간에, 그리고 예배당 옆으로 교회 마당이 아주 완만한 경사를 이루고 있었지요. 기존의 우물은 주택 바로 밑에 있었습니다. 높이로 치면 교회 마당 꼭대기 쪽에 자리했고요, 새로 판 우물은 마당 맨 아래쪽 예배당 출입문과 가까운 곳에 자리했습니다. 가장 낮은 곳이었기 때문에 물이 잘 나올 수밖에 없는 위치였습니다. 교인들은 새 우물을 보고 누가 들을세라 조심스레 이야기합니다. “이 물은 건수(乾水)야, 물이 깨끗하지 못하다니까.” 교인들은 갑작스레 우물을 판 일이 영 마뜩잖았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담임목사도 부재중이었는 데다가, 자기들도 전혀 모르게 일이 진행되어 며칠 사이에 교회에 우물이 생겨버렸으니까요. 게다가 샘의 위치는 건수(乾水)가 나오는 곳, 예전에 우물터에서 제외되었던 곳이었으니 불평스러운 마음이 가득했던 것입니다. 

 

주일을 맞으면서 고민이 되었습니다. 우물 때문에 마음이 상한 교인들의 모습이 눈에 선했습니다. 그대로 두면 두고두고 불평과 원망이 쌓일 게 뻔했습니다. 무엇보다 내 마음에도 속상함이 가득했습니다. 비용을 적게 들여서 우물을 파려고 했던 그 마음이 충분히 이해되었지만, 한편에선 추진하는 과정의 미숙했던 모습이며, 건수(乾水)를 파버린 결과를 생각하면 자꾸 화가 올라왔습니다. ‘이 상황을 어떻게 하지?’하는 마음으로 뒤척였습니다. 이왕 파놓은 우물을 다시 메울 수도 없고, 문제점을 들춰낸다고 속상함이 해결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답은 하나였습니다.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그렇게 방향을 정하자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통수식!’ 생각이 났습니다. 우물 판 것을 온 교인이 다 함께 감사하고 축하하는 자리를 만들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주일을 맞으면서 부지런히 리본과 장갑도 준비하고, 주방에서 전 교인이 사용할 컵을 꺼내어 탁자 위에 세팅했습니다. 주일 예배 후에 온 교인이 우물 앞에 모였습니다. 개회를 선언하고 예식 후에 우물 통수식을 거행했습니다. 리본을 끊고 모든 교우가 손에 손에 컵을 들었습니다. 모터를 작동해서 물을 힘차게 끌어 올려 컵에다가 물을 받았습니다. 그리고는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자는 영원히 목마르지 아니하리니 그 속에서 영생하도록 솟아나는 샘물이 되리라”(요4:14)하고 외친 후에 “아멘!”하며 물을 다 함께 마셨지요. 통수식 이후 교회에서는 우물에 대한 뒷말이 다시 나오지 않았습니다. 

 

현재 목회하고 있는 우리 교회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어느 날 외출하였다가 돌아와 보니 남선교회 회원들이 화단 나무들을 가지치기해 놓았습니다. 화단에는 잘생긴 반송 2그루와 아직 한참 자라야 하는 어린 반송 2그루, 그리고 단풍나무며 각종 활엽수와 관상수들이 어울려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예배당을 지을 당시, 화단을 조성할 때와는 다르게 나무들이 제법 자라서 자리가 좁아졌지요. 나무들이 옹색하다고 가지치기를 한 것입니다. 그런데 아뿔싸! 가지치기하면서 멋지고 품위 있는 반송들을 잘록하게 몽땅 잘라놨습니다. 돌아와 그 모습을 보고 얼마나 망연자실하였던지. 말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열심히 가지들을 잘라내고, 화단을 정리했을 남선교회 회원들의 땀에 배인 얼굴들이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속상했습니다. 수고했다는 말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밤새워 뒤척였습니다. 문득 잊고 있던 그 옛날의 통수식이 생각났습니다. 말을 아꼈지요. 그리고 몇 주 후에 통수식 이야기를 했습니다. 알아들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일로 깨달은 것 하나. 어느 공동체에나 통수식은 필요하구나. 

 

이광섭목사 / 전농감리교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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