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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122]
 
 
 
     
 
 
 
작성일 : 22-07-31 00:39
   
묘비에 새긴 뉴스
 글쓴이 : dangdang
조회 : 54  
   http://www.dangdang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7919 [135]

 

 

묘비에 새긴 뉴스

 

  예레반 호텔 식당에서 본 유로뉴스(euronews)는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어 보인다. 마치 한국의 YTN이 국내 뉴스에 집중한다면, 유로뉴스는 유럽의 지분을 공유한 방송사들의 연합답게 온 세상에 관심을 갖는다. 물론 CNN이 미국의 시각과 이익에 따르듯, 유로뉴스는 유럽의 관점을 따른다. 19가지 언어로 온 유럽을 포괄하고 있다. 

 

  유로뉴스는 30분마다 헤드라인이 바뀐다고 한다. 그만큼 세상은 뉴스거리로 가득하고, 뉴스 화면에서 보는 세상은 아주 긴박하게 느껴진다. 오늘도 헝가리 오르반총리의 인종혐오 발언은 뉴스를 타고 있었다. 그는 루마니아 방문 연설에서 유럽인과 비유럽인이 뒤섞이는 국가들을 겨냥해 “우리는 혼혈 민족이 아니며, 혼혈 민족이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해 뭇매를 맞고 있는 중이다.   

 

  온 지구의 날씨를 중계방송하듯 전하는 일기예보는 사람들의 관심사이다. 유럽은 물론 아프리카와 아시아에 이르기까지 지구는 폭염을 앓는 중이었다. 자신이 거주하는 공간에 대한 현재진행형 날씨에 민감한 만큼, 지구본을 돌리듯 중계하는 날씨는 언제나 관심도가 높다. 코로나19로 유럽 내 여행객이 늘어나면서 공항마다 업무 폭주도 뉴스거리다. 루프트한자 노조의 하루 파업 경고가 뉴스의 초점이 된 이유는 휴가철 절정기에 1천 편의 항공기 결항으로 유럽의 스트레스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중계는 뉴스에서 언제나 앞자리에 배치된다. 유럽 동쪽에서 치루는 전쟁이지만 치솟은 천연가스와 석유값은 물가와 치루는 생활밀착형 전쟁이기 때문이다. 곳곳에서 펄럭이는 우크라이나 깃발들에 담긴 평화염원의 메시지는 유럽인이라면 뉴스 속 세계가 남의 나라 사정이 아닌, 유럽 자신의 일 일수 밖에 없다. 가까운 역사를 거슬러보아도 세계전쟁은 유럽에서 일어났다. 1990년대 중반 발칸반도에서 벌어진 옛 유고연방 나라들의 전쟁은 나토(NATO)의 무력개입으로 진정되었지만, 여전히 유럽의 동과 서 그리고 남부유럽은 온갖 갈등의 뿌리와 원인을 내재하며 일상에서 사나운 어깨를 부딪고 있다. 

  

  남부 캅카스 지역의 아르메니아는 옛 소비에트의 부분이었고, 지금도 독립국가연합(CIS)의 일원이지만 지나가는 여행자의 눈으로 보면 정치적 유산은 눈꼽만큼도 찾아보기 어렵다. 예레반 시내의 공화국 광장에서 철거된 레닌 동상의 대체물을 고민하다가 비워 두기로 했다는 결정은 썰렁한 개그처럼 들린다. 이웃 나라 조지아는 2008년 러시아와 전쟁을 치룬 후 아예 관계를 단절하였다.     

 

  놀라운 것은 50년 이상 유물론적 소련 시대를 거친 아르메니아지만 놀랍게도 지극한 신앙의 유산으로 가득하다. 301년 첫 그리스도교 국가가 된 이래 아르메니아인들의 정신세계의 중심에는 신앙 외에 정치나 민족 등 다른 요소는 변두리적일 뿐이다. 150만 집단학살을 겪은 오스만제국 시대의 이슬람의 억압에도 마찬가지였다. 터키에 속한 아라랏산을 공유하는 방식 역시 신앙적이다. 터키 국기 속 초승달을 독점할 수 없듯이, 한여름에도 만년설 모자를 쓴 아라랏산이 오롯이 터키 만의 것이 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아르메니아의 신앙적 자부심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교회와 수도원들에서 찾아볼 수 있지만, 심지어 공동묘지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노라투스(Noratus) 묘지는 세반 호수와 가까운 시골 마을에 있다. 중세시대인 9세기부터 17세기까지 계속 이어온 800여 개의 묘비석인 돌 십자가(Khachkars)들은 믿음의 증인이다. 마치 소인국의 거석문화를 보듯 철 성분이 많은 붉은 묘비석들은 천년을 지켜 온 다른 세상이다. 모두 한결같은 아르메니아 생명나무 십자가를 새긴 묘비석은 크기도 문양도 제각각이나, 그럼에도 저마다 십자가에 새긴 문양은 한결같고 자유롭다. 

 

  공동묘지의 묘비석은 단순한 무덤을 알리는 표식이 아니다. 마을의 예배당이 파괴되어 예배할 공간이 없을 때 사람들은 묘비석처럼 생긴 돌 십자가에 모여 예배를 드렸다고 한다. 노라투스 공동묘지에 그 돌 십자가들을 가져다 둔 것은 나중 일이다. 어떤 묘비석은 당시 긴박한 뉴스를 새겨 두었다. 뉴스는 비극의 지점에서 멈춰 여러 세기를 이어 전해주고 있었다. 어느 혼인식 장면으로 아직 푸짐한 축하상이 차려져 있고, 서로 사돈이 된 두 집안의 부모는 춤을 춘다. 그때 외부에서 침입한 창을 든 마병은 신혼부부의 단꿈을 무참히 파괴하였다.

 

  공동묘지의 묘비석에는 가슴에 새겨도 모자랄 이야기가 담겨있었다. 오늘 유로뉴스는 30분마다 헤드라인을 바꾸어 전달하지만, 노라투스의 뉴스는 돌에 새겨 마른 이끼를 간직한 채 천년을 이어왔다. 세상에는 그저 흘려들어도 괜찮은 그런 뉴스거리는 없다.  ​ 

 

송병구/색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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