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의 보양식 오리고기
무더위가 한창이다. 오늘처럼 33도가 넘는 고온다습한 한국날씨는 8년 전 선교여행을 갔었던 태국의 날씨와 비슷한 듯하다.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나고 힘이 든다. 이럴 때일수록 잘 먹고 더위를 잘 이겨야 한다.
한 지방에 7년을 지냈지만 별로 이야기를 나눠본 적 없는 지방 목사님께서 함께 식사를 하자고 초대를 해 주었다. 나와 동갑인 그 목사님은 외모도 성품도 차분하신 분이다. 평소에 좀 더 친해지고 싶은 마음은 있었는데 때마침 먼저 연락을 주셨기에 반갑고 감사한 마음으로 초청에 응했다. 약속한 날 나 외에도 같은 또래 후배목사 한명까지 세 명이 모였다. 초대한 목사님은 자신이 목회하는 교회 근처 식당을 예약했다며 오리백숙집으로 우리를 데려갔다. 주문한 한방오리백숙이 이미 준비되어 있었다. 날도 덥고 몸도 허한 느낌이었는데 귀한 음식으로 대접해주시니 얼마나 감사한 마음이 들었는지 모른다.
이 날 먹은 한방오리백숙은 국물 맛이 너무 좋았다. 한방재료를 넣어 끓여서 그런지 국물색이 전체적으로 어두웠지만 참 맛있었고 고기도 쫄깃하면서 부드러웠다. 부추를 한 가득 넣어서 익혀 먹었는데 오리와 부추와 국물의 궁합이 아주 좋았다. 실제로 오리고기와 부추는 좋은 궁합이다. 식이섬유와 각종 비타민, 미네랄이 풍부한 부추는 따뜻한 성질을 가지고 있어서 찬 성질의 오리고기와 함께 먹으면 더 좋다고 한다. 부추 외에도 오리고기와 궁함이 좋은 것은 단호박이다. 단호박의 풍부한 베타카로틴이 몸 속 활성산소를 제거하는데 도움이 되지만 쪄서 먹으면 체내 흡수율이 10%밖에 되지 않지만 오리고기와 조리하면 오리고기의 기름이 단호박의 베타카로틴의 흡수를 최대 7배까지 올려준다고 한다.
“소고기는 누가 사준다고 해도 먹지 말고, 돼지고기는 누가 사준다고 하면 얻어먹고 오리고기는 돈 내서라도 사먹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오리고기가 몸에 좋다는 말이다. 오리고기는 날아다니는 등 푸른 생선이라고 불릴 만큼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하다. 오리고기의 불포화지방산은 69.3%로 고등어의 70.6%에 거의 유사하다. 특히 대사활동에 필수인 나이신 등이 풍부하고, 각종 비타민과 무기질 함량이 높은 식품이다. 비타민 A와 B가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어 성인병뿐만 아니라 발육을 촉진하고 피로회복, 면역력강화에 좋다. 콜라겐과 황산 콘드로이틴 등은 피부건강과 뼈건강에도 도움을 준다. 특히 체중조절할 때 고기맛을 충분히 느낄 수 있어 다이어트에 큰 도움이 된다.
10년 전 뉴욕에서 살 때 플러싱 메인스트릿 부근 중국음식점에 걸려있는, 맛있게 구워진 빵빵한 붉은 색깔의 북경오리요리가 늘 먹어보고 싶었다. 중국에서는 ‘베이징 카오야’라고 부르는데 ‘구운북경오리’라는 뜻이다. 겉에 설탕이나 물엿 옷을 입힌 오리 껍질과 속살 사이에 에어를 집어넣어 몸을 풍선처럼 만든 뒤 훈제로 기름을 빼고 바삭하게 구워진 북경오리의 껍질이 그렇게 맛있어 보였다. 북경오리는 껍질 맛이라고 하는데 언젠가 꼭 먹어보리라.
닭고기와 오리고기는 국내에서 소비되는 가금육(家禽肉)을 대표한다. 하지만 닭고기는 우리나라 국민 한사람이 연간 10kg 가까이 섭취하지만 오리고기는 1kg도 채 안 먹는다. 닭고기도 맛있지만 오리고기가 몸에도 좋고 맛도 있는데 왜 오리는 닭보다 덜 인기인 걸까? 한국인이 오리고기보다 닭고기를 선호하는 것은 닭을 더 많이 사육하고 오리 요리법이 덜 발달했기 때문일 것이다.
맛은 닭고기가 더 담백하지만 오리고기는 지방 함량이 닭고기보다 두 배 이상이어서 맛이 부드럽다. 하지만 다이어트 중이라면 오리고기보다 닭고기가 낫다. 오리고기의 100g당 열량이 319kcal(날것)로 닭고기(180kcal)보다 훨씬 높기 때문이다.
오리로 만들 수 있는 요리는 닭처럼 다양하다. 백숙, 탕, 불고기, 등이 있지만 닭고기와 다르게 훈제한 고기를 마트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방금 전 인터넷으로 900g 훈제오리고기가 통으로 포장된 제품 2마리를 22,350원에 주문했다. 이틀 후에 도착할 훈제오리고기를 에어프라이어에 좀 더 굽고 부추무침을 만들어 집에 있는 두 여인들과 함께 즐겨야겠다.
임석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