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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121]
 
 
 
     
 
 
 
작성일 : 22-07-21 00:48
   
풀풀풀, 너를 어찌하랴!
 글쓴이 : dangdang
조회 : 66  
   http://www.dangdang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7879 [126]


풀풀풀, 너를 어찌하랴!

 

농사는 풀과의 전쟁이다. 풀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밭에 가는 기분이 달라진다. 올해는 5월까지 긴 가뭄과 씨름을 했다. 또 일교차도 심해서 작물을 심고 나서도 여러 날 심란한 마음을 가누지 못했다. 그런데 그런 씨름과 심란한 중에도 딱 한가지 괜찮은 점이 있었다. 그것은 5월임에도 불구하고 밭이나 들에 그 흔한 풀이 예년에 비해 덜 보이는 것이었다. 가뭄 때문이었다. 풀도 가뭄에는 맥을 못 추는 듯 보였다. 가급적 수분을 증발시키지 않으려고 줄기를 최대한 땅바닥으로 기어 자랐다. 그리고 잎은 그리 크지 않도록 최대한 애쓰는 듯 했다. 가능한 자신의 몸 안에 들어있는 수분을 보호하기 위한 처방이었다. 왠지 고소했다. 너도 농부의 마음을 알아달란 의미였다. 그래서 5월까지 딱 한번 예초를 하였을 뿐이다. 모내기를 앞서 논둑 정리 한번과 집 주위에 얕게 올라왔던 풀을 정리한 것이 고작이었다. 비록 가뭄으로 작물들이 몸살을 앓고 있긴 했지만 풀이 없는게 이렇게 좋을 수 있다니. 설령 중간에 비가 온다하더라도 풀은 이대로만 지속된다면 좋겠다는 바램이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우러나왔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 풀은 자라지 않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때를 기다리고 있었을 뿐이었다. 긴 봄 가뭄이 가고 6월부터 장마가 시작되지 않았던가. 그 비는 7월 중순인 지금도 간헐적으로 하지만 잠시 잠깐이지만 아열대성 폭우로 또 마음을 심란케 한다. 가뭄을 해소시켜주는 비였지만 적당을 모르는 기후는 농사를 짓는 사람의 마음에 생채기를 남겨놓는다. 여하튼 비는 지겹도록 내리고 있다. 날이 갤 만하면 내린다. ‘장마 끝’이라며 외친 세탁기 광고 문구가 그리울 정도다. 거의 두 달 내린 비로 밭을 바라보는 내 눈은 근심이 가득하다. 6월 10일 경에 장마 시작 전 바삐 콩을 심었다. 그때만 해도 헛골에 풀이 많지 않았다. 호미로 긁으면 없어질 정도였다. 기분좋게 콩을 심고 난 뒤 거의 일주일 동안 비가 왔고, 그 일주일 동안 밭을 가보지 못했다. 먼 발치에서만 밭을 바라볼 뿐이었다. 갑자기 쏟아진 폭우로 밭은 엉망이 되어가고 있었다. 두둑이 무너지고 맨 위의 흙이 고랑을 타고 맨 아래로 흘러 내려왔다. 그 유명한 세계 문명지의 발원이었던 4대 강들의 비옥한 토양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간접적으로 알 수 있었다. 쏟아지는 급류에 밭의 상류는 거의 돌짝밭이 되어갔고, 밭의 하류는 위부터 쓸려내려온 고운 흙들이 헛골을 가득 메워 내가 두둑에 콩을 심은 것이 아니라 평지에 심었던 것처럼 변했다. 이 또한 심란했다. 왜냐하면 두둑이 평지가 되면서 물길이 사라져 버려 이대로 비가 더 심하게 온다면 물이 어디로 길을 낼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불도 무서운 재해지만 물도 무서운 재해이므로 장마가 지속될 때는 늘 긴장을 하면서 지내야 하는 것이 시골살이다.

 

비가 걷혔다. 자연스럽게 밭으로 향했다. 웁스! 내 눈을 의심했다. 분명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풀은 내 눈에서 멀었는데, 한바탕 쏟아진 비로 헛골은 그야말로 풀 천지였다. 콩은 물길에 쓸려갈까 온 힘을 다해 흙을 붙잡고 있는데 풀은 마치 제 세상인 듯 머리를 빳빳이 들고 하늘을 향해 솟아오르고 있었다. 불과 일주일 사이에 콩과 풀은 역전이 되었다. 먼저 두둑 사이를 돌아봤다. 쓰러진 콩은 일으켜세우고 쓸려나가거나 죽은 모종이 있었던 자리에는 콩을 다시 심었다. 어떤 곳은 흙이 너무 쓸려나가서 움푹 파여 마치 작은 계곡처럼 변해 버렸다. 발을 디딜 만한 곳이 없었으나 그 와중에 풀은 파인 곳을 피해 잘도 자라고 있었다. 부직포를 깔았어야 했을까? 그랬다면 풀의 공격을 막아내었을까? 그랬다면 흙이 덜 쓸려나갔었을까? 이런저런 생각들이 앞섰다. 그러나 물은 이미 엎질러진 후니 이런저런 생각을 한들 무슨 소용이겠는가. 올해도 어김없이 선전포고를 한 풀과 담판을 짓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타협은 없다. 그렇게 해서 비가 그치는 중간중간 풀과의 싸움을 시작했다. 나는 기습전, 난타전, 뽑기전, 시간전을 열심히 펼치고 있으나 풀의 전술은 나의 전술을 뛰어넘었다. 그래도 밀리는 전세 속에 그나마 희소식이 있다. 참깨밭에서 조금씩 승전보가 들려온다는 것이다. 그것은 참깨의 키가 커지면서 서서히 풀을 누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 기쁜 소식에 참깨밭 입구에서 아래를 바라보니 기세좋던 풀들이 참깨 숲에 빛을 받지 못하여 자라지 못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희망이 보이는 것이다. 콩은 아직 풀이 우세하긴 하지만 이 또한 시일이 지나면 승전 소식을 전해주리. 물론 그때까진 나는 끊임없이 전술을 펴내야 하겠지만. 그래도 뭐든 때가 있으니 그것으로도 충분한 위안이 된다. 그 위안으로 오늘도 낫을 들고 헛골로 향한다. ​ 

 

황은경/농촌선교훈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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