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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123]
 
 
 
     
 
 
 
작성일 : 22-07-10 02:06
   
바자 르르르
 글쓴이 : dangdang
조회 : 78  
   http://www.dangdang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7816 [148]

 

바자 르르르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는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누군가 이런 평가를 했다. “이전과 이후는 달라질 것이다. 과잉생산, 필요 이상의 소비, 지출, 이동, 모임, 공간이 줄어들 것이다.” 아마 윤리적 규범에나 어울릴 희망사항이었을 것이다. 당장 물가는 치솟는데, 그렇다고 소비가 주춤거리는 것도 아니다. 

 

  ‘패스트 패션’이란 말이 있다. 브랜드란 이름으로 고급화한 옷들은 유행을 최우선으로 빠르게 생산하고, 소비되고, 버려진다. 미처 팔리지 못하는 옷들은 곧장 쓰레기장으로 가는데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전체의 85%를 버린다고 한다. 너무 빠른 유통시스템은 생산과 소비 그리고 폐기의 가속도를 높이고 있다. 

 

  사람의 소비성향이 분명한 개성을 지니듯, 날마다 버리는 쓰레기에도 고유한 지문이 있다고 한다. 장 보드리야르는 <소비의 사회>에서 “당신이 버리는 것이 무엇인지 말해봐요. 그러면 나는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말해주겠습니다”라고 한다. 내가 버리는 쓰레기봉투 안에는 자신의 성향, 취미, 정체성을 입증할 만한 온갖 잡동사니 정보를 품고 있다.  

 

  착한 소비는 가능할까? 흔히 소비는 소소하게 낭비하는 것이라고 한다. 물론 소비에서 윤리와 정의를 따지는 일은 피곤한 일이다. 그럼에도 공공의 유익을 위한 의미 있는 소비생활은 가능하다. 온라인 유통이나 인터넷 소비로 불리는 현대인의 가상공간 장터는 속도감에서 편리하지만, 과도한 쓰레기를 양산하는 까닭에 지구의 근심을 불러오고 있다. 편의성과 수월함이 반드시 미덕만은 아니다.  

 

  시장은 페르시아어로 바자르(bazaar)라고 부른다. 흔히 중동 지역의 저잣거리를 뜻하지만, 자선을 위해 임시로 문을 연 시장을 뜻하기도 한다. 튀르키예(Türkiye) 이스탄불의 그랜드 바자르가 대표적이다. 이곳은 유사 이래 동서 대륙을 연결하는 관문으로 평가받는다.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실크로드의 경제벨트를 잇는 중요한 고리로서 역할 때문이다. 

 

  시장은 그 시절의 물류와 함께 빠르게 흘러가지 않는다. 그랜드 바자르에는 옛 비잔틴제국과 오스만제국의 유행의 흔적들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그곳에서 한나절 붉은 눈을 밝힌 끝에 무쇠로 만든 열쇠십자가 컬렉션을 완성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게다가 십자표지의 가죽책, 향로 십자가, 그리스 이콘 3점은 곁들인 수확이었다. 나라는 바뀌어도 시장은 변하지 않는다는 증거처럼 느껴졌다. 

 

  바자르는 문명의 집하장이기도 하다.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 있는 초루스 바자르 역시 규모와 활기에 있어서 남부럽지 않다. 스타디움처럼 현대화된 장터는 그랜드 바자르와 달리 대부분 작은 크기의 점포가 옹기종기 붙어 있다. 시장을 물밀듯 스쳐 가는 사람들의 행색도 대체로 추레하게 느껴진다. 시장은 가난한 사람들이 함께 사는 공간이었다. 곳곳에 놓인 화덕에서 구워낸 우즈베키스탄 빵 리뾰슈까는 단연 인기이다. 보드카 한 병을 고르는 사람, 담배 몇 가치를 구하는 수레꾼 곁에는 어김없이 크고 동그란 빵이 놓여있다. 수많은 인종이 공존하듯 피스타치오 열매만 하더라도 이란이냐, 우즈베키스탄이냐 여러 출산지로 나뉜다. 

   

  시장은 상품만 모인 곳이 아니다. 견물생심이라고 유혹하는 상인과 흥정하는 행인의 밀고 당기는 즐거움도 있다. 우리나라 재래시장들에는 값싼 이익보다 후한 즐거움이 있다. 서대문 영천시장은 알차고, 안양중앙시장은 넘친다. 광장시장은 흥미진진하고, 평창 5일장은 실속이 있다. 재래시장에서 과소비는 낭비가 아닌 미덕처럼 느껴진다. 상품을 넘어, 일상의 분위기와 즐거움을 함께 소비하기 때문이다. “나는 시장에 간다. 얼마나 행복한가?”(윤두선, 중증장애인독립생활연대대표).

 

  오늘 색동교회에서 소박한 바자회가 한창이다. 매장에는 입어보고 맞으면 단돈 1천원에 살 수 있는 청바지들이 둘둘 말려있다. 집에서 1년쯤 숙성시킨 매실과 오미자, 개복숭아 효소들과 아기자기한 다육이 화분들이 오손도손 차려있다. 낡은 가죽성경을 리모델링하는 표지갈이도 인기이고, 사용하던 장신구들도 헐하게 구입할 수 있다. 반찬가게 부럽지 않은 육개장 국맛은 덤이고, 청년들이 판매하는 김밥과 음료 세트에 모두들 넘치게 값을 치룬다. 더 이상 말해 무에랴. 쏟아지는 웃음은 덤이다. 코로나19의 잠으로 부터 벗어나려고 용을 쓰는 중이다. ​ 

 

송병구/색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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