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전복국수
지난 주 밀양에 내려간 김에 2년 전 창원에 내려가서 기관사역을 하고 있는 후배를 만나고 왔다. 월요일 오후 3시 즈음 전화를 했더니 6시에 퇴근한다며 좋은 곳을 추천해 줄 테니 보고 오란다. 추천해준 곳은 밀양 하남읍 명례에 있는 명례성지이다. 어떤 곳일까? 궁금증을 가지고 가보았다.
명례성지는 1896년 경남지역에서 가장 먼저 설립된 천주교회 예배당으로 낙동강을 낀 언덕 위에 자리했다. 명례성지는 소금, 누룩 장수였던 카톨릭 순교자 신석복 마르코의 출생지가 있는 곳이다. 100여 년 전 초기 카톨릭 교회의 모습과 신자들의 신앙생활을 엿볼 수 있는 성모승천 성당 뒤로 채색되지 않은 건물이 있는데 이곳이 건축가 승효상씨가 설계한 순교자 신석복의 기념성당이다. 건물 위에서 내려 보는 낙동강의 풍경이 아름답다. 밀양에 가 볼 일이 있으면 꼭 한번 들려볼 만한 곳이다.
퇴근 시간에 맞춰 창원으로 향했다. 오래전 같은 지방에서 함께 목회했었던 후배 목사는 지금은 경남이주민노동복지센터에서 외국인노동자들을 섬기는 일을 하고 있다. 저녁식사시간이 되어 창원의 맛집을 알려달라고 하니 두 곳을 추천했는데 그 중에 한 곳을 가기로 정했다. 20분을 달려서 도착한 곳은 마산합포구 자산동에 위치한 전복국수집이다.
간판에는 전복국수라고 적혀있다. 가게도 크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배가 추천해서 데려올 정도면 뭔가 맛있는 집이 분명할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메인 메뉴는 전복어묵우동이다. 맛도 순한 맛과 얼큰한 맛을 선택할 수 있다. 가격은 8000원이다. 반찬은 김치와 단무지, 그리고 어묵과 해산물을 찍어먹을 수 있는 간장겨자소스가 나왔다. 주문 즉시 요리를 해서 시간이 걸렸다. 잠시 후 주문한 전복어묵우동이 나왔다.
전복국수집인데 메뉴에는 전복어묵우동이 메인 메뉴이고 막상 음식이 나왔는데 우동사리가 아닌 중면의 국수가 나온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일단 양이 가격대비 굉장히 푸짐하다. 비주얼도 합격이다. 전복한마리, 동태전, 가리비조개와 굴, 새우, 어묵과 버섯(목이, 팽이, 새송이)에 배추와 파까지 건더기가 푸짐하게 들어있다. 이걸 다 넣고 끓였으니 맛이 없을 수가 없다. 국물은 약간 매콤하고 고기를 베이스로 한 육수처럼 느껴졌다. 짬뽕같이 얼큰하지만 담백한 맛이 더 강하다. 어묵도 품질이 좋았다. 먹고 있자니 30년 전 감신대 신학생 시절 학교 근처 명옥이네로 불렸던 한마당이라는 식당에서 팔았던 잡탕라면이 떠오르기도 했다. 아주 맛있게 먹었다.
자산동이 골목지대라서 유동인구가 많지 않은 곳임에도 불구하고 이 집이 소문이 나서 점심에는 한참 대기를 해야 먹을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곳이 너무 유명해서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가든파이브 현대 측에서 입점을 부탁해서 테크노관 지하 1층에서도 분점이 생겼다. 창원시 마산합포구에 가면 꼭 먹어볼 만한 전복어묵우동을 서울에 사시는 분들도 송파구에서 먹을 수 있다. 창원 전복국수 한번 드셔보기를 추천하는 바이다.
중국의 진시황제가 불로장생을 위해 먹었다고 전해지는 전복은 오랫동안 귀하게 대접 받아온 수산물 중 하나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전복은 매우 진귀한 최상급의 식재료로 대접받았다. 조선시대 제주도로 발령 받은 관찰사가 한양으로 보내야할 공물 중 가장 신경을 써야 할 항목이 전복이었다고 한다. 이렇듯 귀한 수산물이다 보니 적은 양으로 가족 모두 나누어 먹을 수 있는 ‘죽’으로 만들어 먹는 것이 대표적인 방식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전복은 대규모 양식에 성공하면서 이제는 라면과 국수에 까지 넣어 먹을 정도가 되었으니 진시황제가 부럽지 않게 된 것이다.
임석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