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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2-06-08 22:38
   
비닐 씌우기
 글쓴이 : dangdang
조회 : 76  
   http://www.dangdang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7654 [124]

 

비닐 씌우기 

 

요즘 주위는 뻐꾸기가 한창이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 마당에 나와 있으면 ‘뻐꾹 뻐꾹’하는 뻐꾸기의 소리가 청아하다. 밭에서 풀을 뽑거나 작물에 물을 줄 때도 뻐꾸기 소리는 가까이서 들린다. 내 귀는 뻐꾸기 소리만 들을 수 있도록 개조되었을까? 다른 새들의 소리도 있지만 6월이 오면 유난히 뻐꾸기 소리만 들리는 것이 신기하다. 

 

뻐꾸기 소리가 온 산에 울려퍼지면 제일 먼저 콩 심을 준비를 한다. 그렇잖아도 지난 금요일은 교회 목사님이 하루 종일 내가 농사짓는 밭을 갈아주고 두둑을 만들어 주셨다. 집 뒤에 있는 밭은 돌이 많다. 트랙터가 지나갈 때마다 텅텅거리는 소리가 요란하다. 소리가 난 지점을 쫒아가면 흙 속에 커다란 돌이 박혀있다. 거의 내 머리만한 것들이나 손바닥만한 돌들이다. 그것들을 캐거나 주워서 밭 가장자리에 갖다놓는다. 작년에도 그런식으로 하여 담장을 만들 정도로 쌓아놓았다. 거의 10년 동안 많은 돌들을 골라냈지만 올해도 나오고 또 내년에도 나올 것이다. 지난 주일과 월요일에 내린 비로 흙에 묻혀 있던 돌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흙이 씻겨내려 가면서 본의 아니게 정체가 탄로난 것이다. 눈에 보이는 크고 작은 돌들이 어마무시하다. 올해도 돌을 골라내는 작업을 하게 된다. 그런 돌들은 비닐을 덮다가 한쪽으로 치워놓고 가을걷이로 빈 밭이 될 때 수레를 끌고 가서 싣고 온다. 풀만큼이나 돌도 참 많은 것이 내 밭이다. 

 

비가 제법 온다기에 두둑에 비닐 덮는 작업을 했다. 마침 목사님 댁에 수동 비닐 덮개 농기구가 있어 빌려왔다. 작년에 비한다면 엄청 쉽게 비닐을 덮는 것이다. 좀 이른 때에 콩을 심기는 했는데 방법을 작년과 달리 했다. 이유는 소독되지 않은 콩을 심어야 했기 때문이다. 빨갛게 소독된 종자는 새들도 먹지 않는다. 씨앗에 소독이 되었는지 안됐는지 그 멀고 높은 곳에서도 귀신같이 안다. 시력도 좋고 후각도 엄청 좋은가보다. 그래서 먼저 콩 심을 곳에 물을 흠뻑 주었다. 그런 다음 콩을 두 세알 정도 넣고 흙을 덮은 뒤 다시 물을 준다. 물을 두 번 주는 이유는 비가 하도 오지 않아 콩이 발아되지 않을까 염려가 되어서다. 그렇게 한 뒤에야 비닐을 덮는다. 이중 삼중의 수고가 필요한 것이지만 심어놓은 종자를 잃지 않기 위한, 새들의 침입으로부터 콩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전략이다. 아니나다를까 물을 준 뒤 콩 두 세알을 넣고 저만치 갖다가 돌아오니 어랍쇼? 분명 내가 넣어놓은 콩이 없어졌다. 콩이 놓였던 자리만 수두자국처럼 동그랗게 자국이 나 있었다. 어느새 날아와 채어간 것이다. 분명 신경을 쓰고 심었는데도 말이다. 해가 산을 넘어갈 때까지 집 뒤의 밭은 두둑 8개에 비닐을 덮었다. 

 

이튿날 주일에는 예배를 드리고 온 뒤에 건너편 밭의 비닐을 덮었다. 마침 함께 농사를 짓기로 한 동료가 시간이 나서 함께 할 수 있었다. 비닐을 덮고 있는데 빗방울이 한두 방울 떨어졌다. 3월부터 5월까지 내내 비가 오지 않아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는데 다행히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비닐을 덮고 있는데 동네의 어떤 아저씨가 지나가더니 비를 맞히고 비닐을 씌우지 않느냐고 일러준다. 아저씨는 분명 귀하게 내리는 비를 그냥 흘려보내는 것이 안타까워 지나가다 말을 건 것이리라. 아저씨 말이 일리는 있으나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것처럼 건너편 밭이 그렇다. 좀 멀리 있다 보니 발길도 손길도 거의 5년 동안 주지 않았었다. 그래서 이번에 밭을 갈면서 흙먼지만 잔뜩 날리고 땅이 깊이 갈리지 않는 불상사를 겪었다. 그런 밭이었으니 비가 내릴 때 흠뻑 맞히는 것이 밭에도 좋고 작물에도 좋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를 맞으며 비닐 씌우는 강행을 한 것은 또 언제 마음이 이 밭으로 올지 판단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쨌든 혼자서 하는 것보다 둘이 하는 것이 일의 능률이 높은 것은 사실이었다. 혼자서 했다면 과연 400평 되는 곳을 해 낼 수 있었을까? 비닐을 덮고 난 뒤 비를 빨아들이라고 30센티 간격으로 구멍을 뚫었다. 들깨를 심기 위함이다. 나머지 못한 곳은 다음주 토요일에 와서 마저 덮기로 했다. 

 

비가 점점 세차게 내리기 시작했다. 등골이 오싹해지는 차가운 빗줄기였지만 아, 얼마나 반가운 비인가. 옛 어른들은 사람이 주는 물보다는 잠시 잠깐이라도 하늘에서 내리는 비가 농사에 훨씬 더 도움이 된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내가 백날 호수로 물을 줘도 물은 흙 위만 적실뿐이다. 흙 속 깊이까지 닿는 것은 빗줄기다. 비가 그친 뒤 밭으로 나가니 어느새 참깨 순들이 쑤욱 얼굴을 디밀고 올라왔다. 덩달아 풀들도 경쟁에서 뒤지지 않고 더 많이 올라와 있었다. 그래도 좋다. 몇 날은 저녁마다 물을 주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되니 말이다. 이번 비로 농부들의 무거운 마음이 조금이나마 가벼워졌기를 기도한다.  

 

황은경/농촌선교훈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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