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싸하고 향긋한 봄의 보약 두릅
강원도 홍천이 고향인 아내와 결혼한 이후에 내가 먹는 음식문화의 차이가 있다고 한다면 이전보다 생선을 먹는 횟수가 적어지고 나물을 먹는 일이 많아진 것이다. 생선을 먹는 일이 적어진 것은 어릴 적 생선가시가 목에 걸려 고생했던 트라우마가 있는 아내가 생선요리를 잘 안 해준 것 때문이었고, 나물을 많이 먹게 된 것은 ‘나는 자연인이다’ 프로그램에 나올 정도로 산속 깊숙한 곳에 사시는 장인 장모님께서 자연산 산나물을 보내주시는 덕분이다, 최근에는 두릅을 꽤 많이 보내주셨다. 두릅은 4월에서 5월, 지금이 딱 제철이다.
‘봄의 보약’ ‘산나물의 왕’이라고 불리는 두릅은 독특한 향과 맛으로 봄철 입맛을 돋우기에 좋을 뿐만 아니라 영양도 풍부하다. 두릅은 세 가지 종류가 있다. 새순이 나는 곳에 따라 참두릅, 개두릅, 땅두릅으로 나뉜다. 3가지가 어떤 차이가 있는지? 효능은 무엇인지? 그리고 효과적으로 먹는 방법까지 알아보도록 하자.
참두릅은 ‘두릅나무’에서 자라난 어린 순이다. 보통 두릅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두릅이다. 두릅나무는 곁가지가 없이 한 가지에서 열린다. 참두릅에는 잔가시가 있어서 먹을 때 가시 부분은 손질해서 먹어야 한다. 제 시기에 따지 못하면 잎과 가시가 억세져 그냥 먹기에 힘들다. 참두릅은 씁쓸한 맛과 향이 다른 두릅에 비해 연한 편이기 때문에 두릅을 처음 접하는 사람이 먹기 좋다.
개두릅은 ‘엄나무’에서 자라난 새순이다. 엄나무는 손으로 만 질수 없을 정도로 가시가 많기 때문에 엄하다는 의미를 담아 엄나무라고 불린다. 모양과 맛이 드릅과 비슷해서 개두릅이라 부른다. 엄나무는 크기가 커서 하우스 재배가 어렵기 때문에 그 만큼 더 귀하고 드릅중에서 가장 가격이 비싸다. 최근 장모님이 보내주신 두릅이 개두릅이다. 개두릅은 언뜻 보면 참두릅과 구분하기가 어렵지만 참두릅보다 잎이 진하고 윤기가 난다. 씁쓸한 맛과 향도 참두릅보다 강하다.
땅두릅은 나무에서 나는 순이 아니라 땅속에서 자라는 순이다. 바람이 풀어도 흔들리지 않고 꼿꼿하게 홀로 살아간다 하여 독활이라고 불린다. 가시가 없이 잔털이 나 있고 속은 비어 있어 단단하지 않다. 일반 풀냄새와는 다른 특별한 향과 맛을 가지고 있으며 주로 나물이나 국에 쓰인다. 참두릅과 개두릅은 나무에서 자라나 맛과 향이 더 우수하긴 하지만, 땅두릅은 다른 두릅에 비해 수확하기 수월하다는 장점이 있다. 가격이 저렴하고 효능도 좋아 인기가 많다. 봄에 자라는 어린순은 나물로 무쳐먹고 뿌리부분은 약재로 할용한다. 당뇨병, 불면증, 통증완화에 효과가 있다.
두릅에는 사포닌 성분이 풍부하다. 사포닌은 항산화 작용으로 면역력 향상과 항암에 도움을 준다. 혈중지질과 혈당을 낮춰주는 데도 효과적이다. 혈액 순환을 돕고, 혈관 내 나쁜 콜레스테롤을 베설시키는 역할도 한다. 사포닌 외에도 식이섬유와 비타민K, 단백질이 풍부하여 항암효과와 뼈건강등 건강상 이점이 아주 만은 채소다. 두릅에는 뼈와 관절건강에 도움이 되는 비타민K 성분이 냉이의 1.5배, 달래의 3.5배나 된다. 두릅의 섭취는 연골보호, 관절염 완화에 도움을 준다.
두릅 특유의 향은 식물에 들어있는 휘발성 오일인 ‘정유 성분’ 때문이다. 이 성분은 마음을 안정시켜주고 몸에 활력을 주는데 효과적이다. 신경을 안정시키는 칼슘과 비타민C, B1도 풍부해서 불안과 초조함을 줄여준다. 두릅은 구매 후 최대한 빨리 섭취하는 것이 좋다. 그늘진 곳에 두면 2-3일 정도 보관할 수 있다. 보관 시에는 다듬지 않고 그대로 두는 것이 좋다. 며칠간 보관하려면 스프레이로 두릅에 물기를 충분히 뿌려주고 신문지나 키친타월에 싸서 보관하면 된다. 장기간 보관하기 위해서는 데친 후 밀봉해서 냉동실에 보관해야 한다. 다만 냉동 보관 시 두릅 고유의 향과 식감이 손실될 수 있다.
보통 두릅을 먹는 방법은 살짝 데쳐서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두릅을 가장 건강하게 먹는 방법은 두부와 함께 구워서 먹는 것이다. 두부는 대표적인 고단백 식품으로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한 음식중 하나이다. 불포화지방신은 우리 몸의 세포막을 형성하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조절하며 혈액순환을 돕는 성분인데 이렇게 먹으면 두부에 풍부한 불포화지방산은 두릅에 있는 비타민 K의 체내흡수율을 높여주고 두릅에 함유된 비타민K는 두부에 풍부한 칼슘을 뼈에 잘 흡수시키며 빠져나가는 것을 방지한다. 만드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두릅은 소금물에 살짝 데친 후 차가운 물로 식혀 물기를 최대한 꼭 짜 준다. 그리고 두부 위에 올린 다음 계란 물을 뿌려서 구워주면 된다. 너무 오래 구울 경우 비타민 사포닌 성분이 파괴될 수 있으니 살짝 노릇해 질 때까지만 구워준다. 노릇하게 구운 후 식초를 곁들인 초간장에 찍어서 먹으면 소화도 잘되고 비타민의 흡수도 도울 수 있다. 혹시 마트에 다신다면 향긋하고 알싸한 봄의 보약 드룹을 사서 두부와 함께 드셔보시라.
임석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