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터에서 온 부활소식
부활절은 그리스도교의 가장 큰 명절이다. 세계 모든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생일로 하고 있지만, 특히 정교회는 ‘부활의 교회’라는 정체성에 대한 자부심이 넘친다. 가톨릭교회 십자가가 고난을 강조한다면, 정교회 십자가는 영광을 강조하는 배경이다.
정교회가 부활절기 성찬 예배에서 부르는 부활찬양송은 여운이 깊다.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셨네. 죽음으로 죽음을 멸하시고 무덤에 있는 자들에게 생명을 베푸셨나이다.”
그리스 정교회 교인들은 부활절기 7주간 내내 전통적인 부활 인사를 드린다.
“크리스토스 아네스티”(주님은 부활하셨습니다).
“알리토스 아네스티”(주님은 ‘정말’ 부활하셨습니다).
그리스의 경우 대부분 국민이 정교인이지만, 심지어 그리스도인이 아닌 사람도 마치 성탄절에 ‘메리 크리스마스’하듯, 서로 부활축하 인사를 주고받는다. 부활절기에 그리스를 여행하는 사람들이 알아둘 요긴한 상식이다.
정교회의 부활절기는 큰 자부심이다. 부활주일 단 하루 축하하는 대개의 경우와 달리 부활절기 7주간 내내 49일 동안 일상의 축하를 하는 이유이다. 비로소 사순절의 까다로운 금식규정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때이기도 하다. 한국에 거주하는 세계 각국의 정교회 교인들은 주일마다 저마다 자신의 언어로 따로 예배드리는데, 부활을 맞이하는 파스카 예배만큼은 모두가 모여서 함께한다. 그만큼 민족과 언어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대축일인 셈이다.
세계교회가 나누는 공통적인 부활 축하 상징은 ‘삶은 계란’이다. 부활란(復活卵)에 오색 무늬와 그림으로 정성껏 기쁨을 채색하는 일은 부활을 맞이하는 과정이다. 부활절 첫 목요일 EPA 연합뉴스(4.21)는 우크라이나 전쟁 중임에도 서부 도시 르비우에서 보낸 따듯한 사진 한 장을 전한다. 주민들이 동부에서 온 피난민들과 함께 방공대피소에서 부활란에 그림을 그리는 모습이었다. 어떤 경우이든 부활란은 생명의 소중함을 고백하고 있었다.
정교회는 부활절에 나누는 삶은 계란에 붉은색을 물들인다. 사람들은 자기 부활란을 들고 돌아다니며 서로 부딪치는 놀이를 하는데, 누구 것이 더 단단한가를 겨루는 것이다. 예수님이 무덤 문을 깨뜨리고 나오셨다는 부활 장면을 재현하는 놀이풍습이 익살스럽다. 마치 바위 무덤을 깨뜨리듯, 단단한 불신앙을 깨뜨리려는 모습이다.
사람들에게 부활란을 배달해 주는 짐승은 토끼이다. 부활절 축하 카드에 반드시 토끼와 색계란을 그리는 배경이다. 유치원 아이들은 토끼 가족과 함께 부활절을 배우는 셈이다. 사순절을 시작할 즈음부터 서양에서는 부지런히 토끼 모양의 초코렛을 선물한다. 평소에 사람들은 토끼처럼 부활절 계란을 굴리는 놀이를 한다. 노란 수선화가 부활을 알리는 트럼펫이란 별명을 얻었듯, 토끼는 ‘부활절 토끼’란 명예로운 이름을 얻었다.
동물의 생태를 연구하는 아담스(Richard Adams)는 토끼의 성격을 흥미롭게 분석하였다. ‘토끼는 알지 못하면 전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두 종류의 반응을 보이는데, 먼저 놀래서 깡충 뛰어 달아나거나, 그 다음에는 의심스럽게 다가와 조심조심 알아본다.’ 그래서 이런 농담도 생겨났다. “의심을 품지 말고 부활을 믿어라. 심지어 토끼도 믿는데...”
주님의 부활은 단 하루 동안 축하하는 데 그치지 않고, 부활절기 7주간뿐만 아니라 일 년 52주 작은 부활절마다 선포하고, 기쁨을 나눌 과연 복음 중의 복음이다. “우리는 슬픔과 비탄이 우리 마음에서 기쁨을 훔쳐가려고 할 때마다 예수님의 부활을 통해 ‘기쁨이 온 세상에 왔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한국정교회 주교 암브로시우스 조그라포스).
송병구/색동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