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오래되고 유명한 빵집 군산 이성당
딸아이의 절친한 친구가 군산에 살아서 우리 집에 올 때마다 사오는 빵이 있다. 군산 이성당의 빵이다. 단팥빵과 야채빵, 그리고 몇 가지 빵을 사왔는데 먹을때는 이 빵이 그렇게 유명한 빵인지 잘 몰랐다. 알고 보니 군산 이성당은 우리나라 가장 오래되고 유명한 빵집이다.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빵집은 군산 이성당외에도 대전 성심당, 안동 맘모스제과, 전주 풍년제과, 서울 태극당 등이 있다. 하지만 오늘은 군산 이성당 빵집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군산 이성당 빵집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매일 20분에서 주말에는 2시간까지 줄을 서야 빵을 살 수 있을 정도이다. 군산 사람들은 어렸을 때부터 다녔기 때문에 옛날에 먹던 잊지 못할 맛의 추억이 있는 곳이라서 찾아오고 외지인들은 소문을 듣고 찾는 빵집이다. 군산에는 이성당 때문에 프랜차이즈빵집의 장사가 안 된다고 한다.
군산 이성당은 전북 군산시 중앙로 177번지에 위치해 있다. 1920년대 일본인이 ‘이즈모야’라는 화과자점으로 문을 열어 영업해 오다가 1945년 해방 이후 한국인인 이석유씨가 현재 상호명으로 바꾸어 단 이후 대한민국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빵집이다. 과거에는 현재 이성당 빵집 앞에 시청이 있었고 관공서들이 많이 있었다. 시내중심이어서 그 때도 손님이 참 많았다고 한다. 복날에는 빙수가 하루에 천개 정도 팔렸고 소풍가는 날 아침이면 무지하게 바빴다고 한다. 당시 한 근에 300원 하는 근과자를 소풍 가는 날 학부모들이 많이 사러 왔다. 밤새도록 아이스케키를 만들면 장사꾼들이 사가서 팔았다고 한다. 예전에는 사탕과 센베과자도 수작업으로 만들었다.
현재 이성당빵집의 기본 빵 종류만 해도 100여 가지이고 쿠키종류까지 더하면 무려 400여 가지가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장 단팥빵과 야채빵을 사기 위해 온다. 다른 빵을 구입할 사람은 직접 매장에 들어와서 구입할 수 있지만 단팥빵과 야채빵을 사기 위해서는 따로 줄을 서야 한다. 늘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기에 평일 20분에서 주말에는 1-2시간 정도 줄을 서서 기다려야 살 수 있다. 흔한 단팥빵이 뭐 그리 대수일까 싶지만 단팥빵 맛을 보기 위해선 인내와 기다림이 필수다. 이 두 빵은 현재 하루 평균 만개가 전국각지에 택배로 배달된다고 한다.
이성당의 단팥빵은 초창기부터 있었다. 당시도 단팥빵의 인기가 가장 많았다고 한다. 현재 가격은 1800원이다. 맛은 아주 달지 않고 적당히 달달하다. 단팥의 양이 많아 빵의 2/3가 단팥이다. 빵은 쫄깃쫄깃하다. 과거에는 팥앙금을 다른 업체에서 공급받아 사용하면서 늘 품질이 아쉬웠다고 한다. 그래서 현재 대표인 이현주씨의 남편 조성용씨가 1984년 앙금생산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을 설립해서 그 많은 앙금을 직접 공급하고 있다. 이 앙금은 전국 유통량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야채빵은 1980년 이후에 생겼다. 가격은 2700원이다. 모양은 고로케처럼 생겼다. 속에 양배추와 양파와 당근을 달달 잘 볶은 후 후추로 간을 한 소가 가득차 있다. 야채가 식감이 다 물러지지 않고 씹는 맛이 아삭아삭 살아있다. 기름에 튀기지 않고 오븐에 구워내는 빵이라 고소하면서도 편안한 맛을 준다. 야채빵의 탄생이야기가 있다. 그전에는 사라다빵(샐러드빵)이 굉장히 유행했는데 사라다빵의 단점이 잘 상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감자가 잘 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감자를 빼고 한번 오브에 구워보자 해서 만들어진 빵이 야채빵이다. 사라다빵에 감자가 빠진 야채빵이 개발된 것이다.
이성당빵집에는 특별한 조식메뉴가 있다. 1980년부터 모닝서비스로 시작한 조식세트다. 가격은 6000원이고 내용물은는 구운 식빵 2조각과 바게트빵 2조각, 계란후라이, 사과잼과 크림치즈, 양배추샐러드와 토마토야채스프, 커피, 우유가 나온다. 합리적인 가격에 가볍게 먹을 수 있는 메뉴다. 오전 8-10시에 주문이 가능하다. 40년전 이 메뉴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하루에 2-3개 밖에 안팔려서 메뉴를 유지해야 하나 고민했지만 지금은 어렸을때부터 먹었던 이들이 그 맛을 보기 위해 많이 찾아온다고 한다. 군산에 갈 일 있으면 꼭 한번 먹어보고 싶은 메뉴다.
1945년 이후 현재 2022년까지 77년이 지났다. 어떻게 한결같은 맛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 현재 대표인 이현주씨의 인터뷰를 보니 빵을 만들 때 좋은 재료를 사용하고, 그 재료의 손질에 70%의 에너지를 쓰고, 손질된 재료를 항상 똑같은 방법으로 인내심을 갖고 만든다고 한다. 그녀는 이야기한다. “해왔던 것처럼 하는 게 가장 중요한데 처음에 우리가 어려운 시절에 손님이 하나만 와도 고마웠어요. 그런 처음에 가졌던 마음을 계속 가지고 가는게 우리가 백 년 그 이상도 할 수 있는 기본이라고 생각해요” “빵집이라고 하면 문열고 들어오기가 쉬워야 하기에 계속 만만한 빵집, 문열고 아무나 쉽게 들어올 수 있는 빵집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오랫동안 이어온 가업을 끈질기게 지켜내기 위해 그녀가 말하는 기본은 신선한 재료를 지키는 정직과 처음의 레시피를 유지하는 성실함과 인내심, 한명의 고객을 향한 고마움, 그리고 누구나 문 열고 들어오기 쉬운 편안함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오늘날 목회자와 교회가 배워야 할 요소이다. 딸의 절친이 오늘 저녁 군산에서 올라온다길래 단팥빵과 야채빵을 사다 달라고 부탁했다. 빵을 먹으며 이성당의 철학을 다시 한 번 배워보련다.
임석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