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 출발선 앞에서
(<하나님 앞에서 사는 부부 제자도>, 프랜시스 챈, 리사 챈 지음, 두란노출판)
나는 개인적으로 크리스천 리더들이 제공하는 영적 훈련이나, 신앙교육을 받는 것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타국에 살면서 신앙 안에서 교제하는 모임이나 영적 훈련에 목마름이 있던 나는 이 책을 읽는 동안, 저자 부부에게 크리스천 결혼학교의 강의를 생생하게 듣는 기분이었다. 결혼 전의 나는 하나님과의 관계가 최우선이었고 매일 기도생활, 말씀 묵상에 힘쓰며 주님과 친밀히 교제하며 내 영혼을 돌보았다.
지금도 여전히 하나님과의 교제를 간절히 원하지만 결혼하고 타국으로 넘어와 신랑과 단둘이 아기를 양육하면서 그 간절함은 내 육체적 피로에 잠식되어 버렸다. 말씀 묵상을 하는 날보다 못하는 날이 많아지고 아기가 잠들고 나면 내 시간을 조금 보내다가 잠들어 버리는 날이 많았다. 기도생활은 매일 한다고는 하지만 평온한 날보다는 내가 살기 위해서, 견디기 힘든 날이면 하나님 앞에 나아가 무릎을 꿇었다.
우리 부부는 자주 다투거나 부딪히진 않지만 이따금 우리가 서로에게 마음 상하게 되는 날을 돌이켜 보면, 영적으로 건강할 때보다는 서로가 주님 안에서 충분히 영혼을 돌보지 못해 예민하거나 날이 서있는 날이었다. 이 책은 우리 부부가 결혼식을 올리기 몇 주 전, 함께 들은 결혼 예비학교에서 받은 책인데, 결혼 전과 신혼 때 읽었던 느낌과 이번에 읽으면서 드는 감정은 사뭇 달랐다. 결혼 전이나 신혼 때는 이 책을 읽으며 ‘꼭 이렇게 살리라..!!’ 다짐했다면, 이번엔 ‘그동안 무엇이 중요한지 많은 것을 잊어버린 채 살고 있었구나’하고 회개하고 회개했다.
“하나님과의 관계가 든든하지 않다면 결혼생활을 개선할 도리는 없다. 조용한 공간을 찾아 당신을 지으신 하나님을 만나 대화를 나눠 보라. 하나님께 당신의 죄를 고백하고 용서를 구하라. 당신을 위해 죽으신 예수님께 감사하라. 성령의 내주하심을 구하라.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에서 돌이켜 영원한 빛 가운데 거하시는 하나님을 따르라.” p65
“주님의 임재를 지속적으로 인식해야 한다. 언제나 주님께 더 가까이 가야 한다. 어떻게 하면 더 주님처럼 될 수 있는지 항상 주님께 여쭈어야 한다.” p129
저자는 성령의 열매들이 삶에서 보이지 않는다면, ‘내 안에는 성령이 있는가?’라고 물어야 한다고 한다. 결혼생활이 왠지 잘못 흘러간다고 느껴질 때, 부부 관계가 건강하지 않다고 생각이 들 땐 내 옆에 있는 배우자를 탓하는 게 아니라 먼저 내 안을 들여다보는 건 어떨지. 내 영혼은 매일 주님의 사랑에 회복되고 있는지, 내 안에 그리스도의 사랑이 가득 차 배우자와 자녀에게 흘려보낼 상태인지, 내 안에 성령은 있는지, 그리하여 일상의 순간순간 성령의 열매가 흘러나오고 있는지 점검해야 할 것이다.
“그리스도 안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그에 걸맞은 일들을 하고, 성령의 열매가 넘쳐나야 한다. 그럴 때 우리는 비로소 사랑과 기쁨과 화평과 인내와 친절을 배우자에게 쏟을 수 있다.” p87
책을 읽으면서 결혼 전의 나와 결혼 후의 나, 그리고 아기를 키우고 있는 지금의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하나님 나라와 의를 구하는 것, 주님께서 우리 부부에게 맡기신 사명보다 나와 배우자, 그리고 아이 우리 세 식구가 이 땅에서 어떻게 잘 살지, 어떻게 행복하게 살지를 더 고민했던 건 아닌지.. 저자는 우리는 모두 하나님으로부터 부르심을 받았고, 그 부르심을 결혼보다 우선순위에 두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는 배우자나 자식을 위한 삶이 아니라, 오직 그리스도만 위한 인생, 주님만을 섬기는 삶을 추구해야한다고 말한다.
“지금부터라도 하나님과 연합하는 일은 세상에서 당신이 가장 열성을 내는 일이 되어야 한다.” p66
세상에 하나님을 보여주는 것은 교회의 목적이며, 결혼의 목적이라고 말하는 저자는 결혼의 청사진은, 우리를 향한 그리스도의 사랑이 우리에게 차고 넘칠 때 우리는 하나님께 받은 그 사랑을 배우자에게 쏟을 수 있고, 부부를 그렇게 만들어주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세상 사람들에게 전할 수 있다고 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선 우리는 그리스도의 지체가 되어 진심으로 기뻐해야 한다고 한다. 서로에게 내어줄 수 있을 만큼 자신을 그리스도로 가득 채우라고.
“주님과 더 가까이 있으라. 주님 안에서 기뻐하라. 그래서 주님의 몸 된 지체인 당신을 주님이 먹여 살리고 돌보시게 하라.” p128
“그리스도를 닮아 가는 노력이 더 성실해질수록, 자연스럽게 우리는 하나님께서 부여하신 역할대로 잘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p126
“아름다운 사람들이 아름다운 결혼을 만든다. ... 아름다운 결혼을 보여주는 최고의 그림은 남편과 아내가 모두 예수님처럼 되는 목표를 가질 때 나온다.” p127
저자는 부부 두 사람이 다시 사명에 집중해야한다고 이것이 주님이 우리에게 주신 명령이라고 강조한다. ‘제자를 삼으라.’는 그 명령. 부부의 삶의 중심에는 이 두 단어를 품고 이 사명을 우선순위에 두라고 말한다.
“결혼은 팀으로 노력하는 것이다. 결혼은 남편과 아내가 모두 사명에 헌신할 때 최고로 작동한다.” p171
이국땅에서 아기를 키우며 정신없이 살고 있는 가운데 주님께서 이 책을 책장에서 꺼내 읽게 하시고 읽는 동안 내 영혼을 매만져 주시는 기분이 들었다. 이 책은 결혼을 앞두고 있는 이들이 같이 읽어도 좋겠고, 배우자가 될 사람을 기도하며 기다리는 이가 읽어도 좋겠다. 배우자와 함께 읽으며 부부가 함께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점검해 본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결혼을 이야기하는 어느 신앙 서적보다도 그리스도인에게 결혼생활은 어떤 의미인지 부부 두 사람이 어떤 길을 가야 하는지 그리고 참다운 부모의 역할까지 복음적으로 상세히 이야기해주기 때문이다. 이 책을 덮으며 하나님께서 우리 부부를 연합하게 하신 이유와 하나님께서 우리 부부에게 맡기신 사명은 무엇인지 다시금 상기하며 그것을 위해 기도한다. 이 경주를 온전히 마치기 위해 출발선에서 다시 신발 끈을 고쳐 묶는 마음으로.
김은진 (윌로우리버 연합감리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