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를 위한 기도 고리
사순절과 함께 경건하게 봄을 맞는다. 성회(聖灰)수요일로 출발하였다. 당장 3월 첫 금요일은 세계기도일(World Day of Prayer) 예배를 드렸다. 세계 여성들이 중심이 된 기도일 행사는 세상의 아픔과 연대하고, 이웃의 고민과 공감하면서 세상에 봄을 만들어 가려는 일이다. 세계기도일은 사순절의 정신을 담고 있다.
세계기도일은 가장 오래된 초교파 여성기도운동이다. 독일의 알리안쯔 세계기도동맹(Alianz)이나, 영국의 코벤트리 용서기도(‘Father forgive’) 캠페인처럼 세계의 그리스도인이 함께 하는 중보기도 운동이다. 비슷한 시기에 세계 여성의 날과 어울려 그 간구가 역사적이다. 해마다 바뀌는 기도 주제국은 최근 몇 년 동안 프랑스, 이집트, 바하마를 거쳐 쿠바로 이어졌다. 주제국은 예배문을 작성하면서 그들의 아픔과 소망을 담아낸다.
이집트를 보기로 들어보자. 이집트 곱틱교회는 주요한 초대교회로 지난 1,400년 이상 아랍과 이슬람의 지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구 12퍼센트의 그리스도인이 대대로 신앙을 지켜오고 있다. 이집트 역시 다른 이슬람 국가들처럼 여성들은 사회적으로 차별받고 있다. 당시 미 국무장관 켈리는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여성이 동등한 파트너로 참여할 때 극심한 분쟁을 예방하고 평화를 구축, 수호하기가 쉽다”고 말하였다. 사실 전쟁에서 가장 큰 피해자는 여성이며, 가정과 인권 그리고 경제적 희생을 직접적으로 겪는다.
아마 이집트에서 가장 유명한 여성을 한 사람 꼽으라면 이집트 공주(출 2:9)일 것이다. 그는 나일강에서 떠내려가는 갈대 상자를 건져 한 아기를 구하였고, 자신의 양자로 삼아 궁중에서 양육하였다. 아이를 죽이지 못하고 운명의 강에 흘려보낸 히브리 노예의 모정을 가슴으로 이해한 까닭이다. 그 물에서 건져낸 아이가 모세(출 2:10)였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이집트 왕자’의 해방가는 여전히 흥미진진하다.
몇 해 전 시나이반도에서 일어난 테러로 급격히 악화 되었지만, 이집트는 성지순례를 하며 빼놓지 않는 친근한 나라이다. 무엇보다 이집트는 아기 예수님의 피난지였고, 광야의 수도자들이 은거하던 경건한 땅이며, 그리스도교의 보물창고인 시내 산 카타리나 수도원이 있다. 람세스의 유적과 기자 피라미드를 보면 출애굽 전후의 비극과 해방을 느낄 듯하다. 성경에 따르면 출애굽의 이집트와 아기 예수의 피난처가 된 이집트는 두 가지 양면이 합하여 위대한 역사가 되었다. 모두 어머니와 아기가 출발점이 된 하나님의 사건이었다. 그렇게 여성들의 수난의 삶에 공감하며, 약자들의 한숨과 간구를 통해 하나님은 구원을 이루어 가신다.
해마다 세계기도일 예배에 참석하면서 온 세상을 위해 기도하지만, 결국 우리 자신을 위해 기도하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우리나라도 세 차례나 주제국으로서 기도의 은혜를 누렸다. 일제강점기인 1922년에 시작하였으니 역사가 벌써 백 년을 헤아린다. 세계 여성들은 우리 민족의 독립과 민주화 그리고 통일을 염원하며 한마음을 모아 주었다.
2022년 세계기도일은 잉글랜드와 웨일즈 그리고 북아일랜드 여성들이 예배문을 작성하였다. 영국과 아일랜드는 겔틱 신앙 전통을 공유하지만, 수 세기 동안 오랜 분쟁으로 갈등이 깊었다. 세계적 테러 지역으로서 북아일랜드가 오명을 벗은 지가 얼마 되지 않았다. 평화교육 공동체인 코리밀라(Corrymeela)의 가톨릭과 개신교 간 종교분쟁 해결 노력이 큰 역할을 하였다. 4년간 논의 끝에 1997년 평화 협상을 맺었고, 이는 1998년 ‘굿 프라이데이 협정’으로 발전하게 됐다.
올해 기도일에는 모든 참여자들이 우크라이나인들이 겪는 전쟁의 참화와 위기 앞에서 기도를 망설이지 않았을 것이다. 전쟁은 우크라이나 어린이와 여성들, 모든 가족에게 치명적인 공포와 해악을 끼치고 있다. 러시아와 벨라루스 사람들도 예외일 리 없다. 오만한 푸틴 대통령은 국제사회로부터 전쟁범죄자란 오명을 썼다. 평화를 지키기위해 필요한 것은 평화에 대한 강한 열망과 수호하려는 의지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대한민국은 흔들리는 실험대 위에 서 있다.
“그대가 온 세상 모든 기도의 고리들을 기억하기를”(매크리나 위더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