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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2-02-12 22:51
   
아픔이 중심이다
 글쓴이 : dangdang
조회 : 89  
   http://www.dangdang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6974 [139]

 

 

아픔이 중심이다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모임’(고난모임)이 33살이 되었다. 젊은이들이 점점 나이 드는 것을 불편해하는 것처럼, 고난모임의 심정도 유별(有別)나지 않을 것이다. 마치 별러서 휴가 나온 젊은이에게 벌써 제대할 때가 되었냐고 의아해할 때, 불편해하던 표정과 어슷비슷하다. 인큐베이터 시절부터 함께 한 사람으로서 마치 나이만 먹는 듯하여 민망한 느낌이 든다.

 

  처음 고난모임이 출발하면서 세운 목표는 가능한 한 빠른 해체였다. 물론 우리가 사는 동안 과연 양심수가 없는 그런 세상이 올까 싶었던 것도 사실이다. 만약 고난모임의 존재가 의미 없는 그런 시절이 온다면 언제든 기쁜 마음으로 사라질 준비가 되었다고 자부했다. 그만큼 우리 시대에 대한 믿음이 적었기 때문이다. 아직 군사독재의 연장선에 있던 1988년도의 일이다. 

 

  사실 30년 전만 해도 인권단체는 우리 시대의 허물만큼 많았다. 억울한 사람의 숫자만큼 편이 되고, 곁을 주던 ‘의인’들이 많았던 그때는 그런 의미에서 괜찮은 시절이었다. 요즘은 버젓이 ‘불의는 참을 수 있어도 불이익은 참지 못한다’고 하지 않는가? 그 시절에는 거대 담론이 무성했지만, 한 개인의 소소한 아픔도 이야기 거리가 되었다. 그만큼 시절은 어두웠지만, 사람들의 눈빛이 맑았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2022년 1월 현재 양심수 ‘제로’이다. 고난모임이 후원하던 담장 안의 유일한 인물이었던 제주 강정마을 평화운동가 송강호 박사도 세밑에 석방되었다. 해마다 장기수 노인들을 모시고 다니던 효도나들이도 더 이상 계속할 수 없다. 그런 지경인데 요즘 고난모임이 계간 <고난함께>를 발행하면서 소식지의 지면을 늘리고, 발간 부수를 확장하였다.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소식지를 100쪽씩 내는 것은 무리수처럼 느껴진다. 과연 그런 용틀임이 가당한 것일까? 

 

  그 배경을 따지자면 이젠 고난모임 말고 또 다른 인권단체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유이(有二)하게 NCC 인권센터와 감리교 고난모임 두 기관이 한국교회에서 명목을 유지하고 있다. 종교마다, 교단마다 유사한 이름으로 존재하면서 서로 협력하고 힘을 모았던 때가 엊그제처럼 느껴진다. 천주교의 경우 교황이 누구보다 강력한 메시지를 내기 때문에, 더 이상 나이브 한 인권단체들의 역할이 없다고 했다. 영화 ‘두 교황’에서 인상적으로 등장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사람의 고통 앞에서 중립은 없다”고 하였다.

 

  사람들은 종교의 역할로 이웃사랑을 손꼽는다. 무수한 인권단체들은 선한 이웃으로서 존재해 왔다. 물론 모임이나 단체를 조직하지 않더라도 이웃의 고통과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와 건강한 시민사회는 견고히 뿌리내렸다. 반대급부로 여전히 현실에서 역반응과 빈구석도 만만치 않다. 겨우 한 달 남은 대통령 선거 국면에서 서로 인권대통령이 될 것을 자부하는 후보자들을 보고 싶다.

 

  올해 1월, 고난모임은 이사회를 마치고 새로 살림을 꾸렸다. 그리고 인간의 존엄과 공동체의 평화를 깨뜨리는 억압, 폭력, 소외, 차별 속에서 평화를 나누려는 의지를 재삼 다짐하였다. “지극히 작은 자 하나”(마 25:45)를 강조하신 예수님의 눈으로 보면 이 세상의 중심은 아픔이 있는 곳이고, 고난받는 이웃들과 함께 하는 일은 그리스도인에게 특권이다. 

 

  “몸의 중심으로/ 마음이 간다/ 아프지 말라고/ 어루만진다

  몸의 중심은/ 생각하는 뇌가 아니다/ 숨 쉬는 폐가 아니다/ 피 끓는 심장이 아니다

  아픈 곳 !

  어루만져 주지 않으면/ 안 되는/ 상처 난 곳

  그 곳으로/ 온몸이 움직인다”(정세훈, ‘몸의 중심’)

 

  바라기는 올해도 정의와 평화의 ‘편’에 서서 억울한 이웃들의 ‘곁’에 머무르기를 소망한다. 고난이 유익이란 말씀은 아마 “가장 가치 있는 것들은 대개 고난이라는 포장지로 싸여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그리스도인으로서 언제든 품어야 할 유일(有一)한 시대정신이 있다면 그것은 ‘고난’일 것이다. 이를 통해 나 자신이 주님 앞에서 “지극히 작은 자 하나”임을 깨닫게 된다면 더없는 행복일 것이다.  

 

송병구/색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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