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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122]
 
 
 
     
 
 
 
작성일 : 21-12-25 23:42
   
송구영신
 글쓴이 : dangdang
조회 : 108  
   http://www.dangdang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6723 [123]

 

 

 

송구영신

 

  흔히 연초에 가장 자주 입에 올리는 사자성어가 ‘작심삼일’(作心三日)이라면, 연말을 맞으면서는 ‘우여곡절’(迂餘曲折)이니 ‘간난고초’(艱難苦草)와 같은 말을 한다. ‘전화위복’(轉禍爲福)과 ‘새옹지마’(塞翁之馬)처럼 비감함이 깃든 표현을 듣자면 지난 일년을 용케 살아냈구나 싶은 마음이 든다. 해마다 표현이 어슷비슷 반복하는 것을 보면 누구나 잘한 일 보다 미련이 더 많이 남기 때문일 것이다. 

 

  약간의 한자 지식이 있는 사람에게 중국식 어법은 재미있게 들린다. 중국인은 ‘한 해 수고 많이 하셨다’는 인사를 ‘씽꼴라’라고 한다. ‘매울 신’(辛), ‘쓸 고’(苦), ‘마칠 료’(了)를 합한 말이 ‘씽꼴라’이다. ‘맵고 쓴 고달픈 수고를 이제 마쳤다’는 뜻이다. 올해도 간단치 않은 시간이었지만 이제 마무리할 때이다. 

 

  2020년 2월부터 시작한 코로나19로 지금껏 인류는 예외없이 공포에 휩싸여 있다. 아직 위험을 크게 느끼지 않았던 초기에 사이렌과 같은 위기신호를 보냈던 곳은 중국 우한이었다. 당시 봉쇄된 우한 시에 갇힌 1천만 명은 오도가도 못하는 처지였다. 폐쇄된 그들은 서로를 향해 이렇게 외쳤다고 한다. “우한 짜요!” 한자로 ‘짜요’(加油)는 기름을 더하다란 의미인데 중국어로 ‘힘내라!’라는 뜻이다. 사람들은 비록 고립되었지만 다시 창문을 활짝 열고 푸른 하늘을 향해 희망의 숨을 들이 마실 때가 올 것을 믿었다. 

 

  시간은 맺고 풀면서 마디마디 삶의 긴장과 여유를 되풀이 한다. 그런 매듭 때문에 계획을 세우고, 성찰도 하면서 의미있는 세월을 만들어 간다. 1년이란 시간의 매듭은 ‘송구영신’(送舊迎新)이란 순간 때문에 아름다운 마무리가 가능하다. 송구영신은 끝과 시작이 연결된 마침이며 동시에 출발의 시간이다. 모든 끝은 시작과 이어져 있다. 우리 말 ‘마지막’은 ‘맏’과 ‘맏’, 곧 시작과 시작의 연결을 의미한다. 맏은 ‘맏아들,’ ‘맏배’하듯이 처음이란 뜻이다.  

 

  송구영신 즈음, 우리 가족은 각각 자신의 10대 뉴스를 정리한다. 1999년부터 시작한 일이 가족의례처럼 이어져 온다. 늘 비슷한 일을 맴맴 반복하는 직장인이나 학교 주위를 뱅뱅 도는 학생에게 눈에 확 띌만한 뉴스감을 찾는 일은 쉽지 않다. 다행히 정리하다보면 별별 일이 뉴스거리가 되었다. 부족한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제대로 살아보려는 마음도 다지게 된다. 당장 내게 힘들고, 어려운 일도 시간이 지나 거리를 두고 바라보면 가장 의미 있는 뉴스가 될 수 있다.

 

  인간이 경험하는 모든 시간은 헬라어로 ‘크로노스’라고 부른다. 그리스 신화에서 시간의 신 이름이기도 하다. 큰 복을 받으려면 크로노스를 붙잡으라는 말이 있다. 누구든지 시간의 신을 붙잡기만 하면 행운을 얻는다는 것이다. 어떻게 그 신을 붙잡을까? 딱 한 가지 비결이 있다면 시간의 신이 지나갈 때 머리카락을 움켜잡는 것이다. 

 

  주의할 것은 크로노스는 앞에만 머리카락이 있고, 뒤에는 머리카락이 없다. 그러니 크로노스가 앞에서 다가올 때 재 빨리 움켜쥐어야지, 이미 지나가고 난 다음에 쫓아가면 결코 붙잡을 수가 없다. 즉 시간은 미리미리 대비하며 살면 복이 있고, 흘러가고 나면 별 볼 일이 없다는 세간의 땅콩교훈이다. 

 

  그래서 시간을 관리하는 데는 기술이 필요하다. 앨버트 아인슈타인은 “시간이란 크고 작은 사건들이 있기에 존재하고, 잴 수 있다”고 하였다. 만약 내가 일상의 일들을 잘 컨트롤 하지 못한다면 그 일들이 나를 컨트롤 하려고 들 것이다. 터키 격언은 “절대로 죽지 않을 것처럼 이 세상을 위해 살고, 내일 죽을 것처럼 저 세상을 위해 살아라”고 일침을 놓는다. 그렇게 현실의 삶에 지극히 충실하다면 지극히 인간적이다. 그리고 어느 순간 모두 내려놓게 될 그 때, 미련 없이 자신을 비울 수 있다면, 그건 좋은 신앙일 것이다. 

 

  지금 내게 주어진 기회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은 아름답다. ‘씽꼴라’에서 마친다는 의미의 ‘료’자는 동시에 ‘깨닫다’, ‘밝다’는 뜻을 품고 있다. 송구영신의 시간이 아름다운 것은 ‘다시’ 오는 기회 덕분이다. 물론 ‘다시’는 무한히 반복되는 인생의 도돌이표가 아니다. 시간의 경계선 너머, 세월의 징검다리를 건너며 그렇게 ‘작심삼일’을 토로할 시간이 어느새 임박하고 있다. 

 

송병구/색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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