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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120]
 
 
 
     
 
 
 
작성일 : 21-11-27 22:12
   
부름 받아 나선 이 몸
 글쓴이 : dangdang
조회 : 101  
   http://www.dangdang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6578 [131]

 

부름 받아 나선 이 몸

 

올해 초에 몇 년 동안 궁금해하던 친구 K와 연결되었다. 신학교 1학년 때 기숙사 단짝이었는데, 2학년 때 학교를 떠났다. 그는 전라남도 장흥 출신이었다. 늘 자신이 촌에서 왔다고 했지만, 똑똑한 것만큼은 서울내기 누구도 따라오지 못하였다. 의식이 또렷하고, 바른말 잘하던 배경은 그가 5월 광주의 세례를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 친구가 신학교를 자퇴한 것은 자신은 목사감이 아니라는 자각 때문이었다. 2학년 2학기 도중에 그만두었으니 나름 고민이 길었던 셈이다. K는 국문학을 전공하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1년 이상 진학을 준비하던 중 학력고사가 거의 임박해서 군에 입대하였다. 학적이 없어 더 이상 연기가 불가능하였다. 한 젊은이가 벼르던 진로의 기회를 빼앗겼으니 얼마나 불운한 일인가!

 

제대한 K는 서울에 머물 곳이 없어 내 첫 목회지 문수산성교회에 와서 잠시 지냈다. 독수공방하던 작은 방에서 둘이 한겨울을 났다. 그는 다시 1년 동안 도전했으나 결국 국문학과 진학에는 뜻을 이루지 못하였다. 그리고 나서 다시 선택한 곳이 한신대 신학과였다. 6년 만에 제 자리로 돌아온 셈이다.

 

K 목사가 보르네오섬에 있는 작은 나라 브루나이 선교사로 떠난 때는 16년 전이다. 그리고 드믄드믄 연락이 오가다가 한동안 두절 되었다. 아예 연결 자체가 쉽지 않았는데, K가 밀림으로 들어갔기 때문이다. 올해 2월경, 대구에서 올라오는 기차 안에서 카톡 전화를 받았는데, 7년 전부터 말레이지아 령 보르네오 밀림으로 들어가 원주민 사역을 한다고 했다.

 

말길이 트이자 종종 말문이 오가면서 사역의 이모저모를 들을 수 있었다. 그는 밀림의 우기, 지독한 모기, 문명의 밖에 사는 생활의 불편 속에서 지금의 터전을 잘 닦았다. 다만 전기시설이 없어 밤마다 경유발전기를 돌려 겨우 서너 시간 전기불을 쐰다고 했다. 언젠가 이런 말을 들었다. “다 적응이 되는데 밀림에 살면서도 돈 없는 것은 적응이 안 되더라.” 이젠 나이가 들어 선배 입장이 되고 보니 선교비 부탁도 어렵다고 하였다.

 

K는 발전기용 경유를 사기 위해 종종 밀림 길을 뚫고 도시로 나가야 한다. 왕복 예닐곱 시간씩 아슬아슬한 곡예 운전을 해야 한다고 했다. 날마다 거르지 않고 쏟아지는 열대성 비로 비포장길이 미끄러운 까닭이다. 그나마 좋은 것은 하루종일 도시에 머물면서 마음껏 와이파이를 낭비하면서 세상 소식을 과식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그 틈에 카톡 전화도 가능하였다.

 

두고두고 마음에 걸렸다. 전기공사가 가능하냐고 했더니, 태양광을 설치할 수 있지만 목돈이 든다고 하였다. 가정용 태양광 패널과 파라볼라 안테나를 합하면 모두 900만 원이다. 당장 떠 오른 이름이 밀림 솔라 프로젝트였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어두운 밀림 속 선교센터에 빛을 밝힐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진 선물일까? 색동교회 교우들에게 자신에게 성탄 선물을 하는 셈 치자고 권하였다.

 

놀랍게도 프로젝트는 술술 풀렸다. 마음을 먹자마자 바로 문자로 소식이 왔다. “목사님, 작은 봉투를 교회에 놓고 왔어요. 선한 일에 써 주세요. 돌아가신 어머니를 생각하며 가족이 모은 뜻입니다.” 거의 10분의 1이었다. 바로 전화하여 프로젝트 성사의 씨앗으로 사용하겠다고 약속하였다. 이번에는 신학교 동기와 이야기 나누던 중에 덥석 응답을 받았다. 이미 교회 안에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었기에, 교회 안에서 두루 뜻이 통한 듯하다.

 

K 선교사에게 생각보다 빨리 복음을 전할 수 있던 것은 은혜였다. 그는 오랫동안 기도하던 일이 이루어졌다면서 몹시 기뻐하였다. 1980년대에 K 선교사의 청춘은 몇 차례 태클을 당했다. 그는 자신의 진로를 바꾸려고 했지만, 오히려 자기 고향보다 훨씬 오지로 들어가 나보란 듯 남보란 듯 자족하며 살고 있다. 돌아보니 똑똑하기는커녕, 그의 미련함을 보신 하나님은 부름 받은 대로 K를 쓰시는구나, 싶다.

 

올해는 신학교 입학 40주년을 맞았다. 지난 주간에 동기들이 모여 기념밥을 먹었다. 코로나 때문에 미루고 미룬 끝에 함께 나들이한 것이다. 공교롭게도 그날 독재자 J가 죽었다는 뉴스가 종일 화제가 되었다. 신학에 입문한 1980년대, 우리가 몸을 사리고 두려움으로 몸서리쳤던 바로 그 자였다.

 

그 밤에 촛불을 밝히며 기도회 열고 모처럼 부름 받아 나선 이 몸을 힘차게 불렀다. 모두들 오랜만에 부른다며 감회에 젖었다. 요즘 교회가 어쩌니저쩌니해도 그나마 신학교 동기들은 어슷비슷한 정의감으로 살려고 애쓴다. 40년 세월 부대끼고 살면서 여전히 설익은 마음을 서로 기대면서 지내니 참 고마운 일이다. 

 

송병구/색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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