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의 부르심과 ‘탄소제로 녹색교회’
우리는 누구나 창조주 하나님의 명령에 따라 지구를 지키고 돌봐야 하는 지구정원사로 부름받았습니다(창 2:15). 돌봐야 하는 이유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두려워서만은 아니다. 지구가 생명의 생존이 불가능할 만큼 위급함도 있지만, 하나님이 그들을 ‘좋다’고 하셨고 지금도 사랑하고 계시기 때문이다.
우리는 30여 년 전부터 과학자들이 말해온 기후위기를 이제야 실감하고 있다. 상황이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만큼 위급한데, 우리는 여전히 책임 전가하거나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냐 반문하며 주저하고 있다. 사실 기후재난의 상황은 물론, 아름다운 산과 바다에 쌓여가는 폐플라스틱을 보면 두렵고 무기력해져서 어떻게 저항해야 할지 난감하기도 하다. 때로는 믿음으로 행동해 보았지만, 우리 삶이 미치는 선한 영향력이 약하여 염려가 크고 실망스럽기만 하다.
늦었지만, 세계 여러 나라가 기후재앙을 피하기 위해 30년 내 탄소중립을 이루고자 노력하고 있다.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행동하느냐에 달렸다. 그리스도인이 교회와 사회 속에서 최대한 탄소 배출을 줄이고, 또 남는 탄소를 상쇄하는 일에 얼마나 열심을 내느냐에 따라 미래는 덜 절망적일 수 있다. 앞장서 탄소중립에 동의하고 행동한다면 더 말할 것도 없다. ‘지키고 돌보라’ 하신 창조의 부르심을 생각하면, 그 동안 욕심껏 탄소를 배출해온 옛 습관은 버려야 한다. 지금까지 배출한 탄소만으로도 참 좋았던 곳이 곧 거주 불능 지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면 고민이 깊어진다. 탄소중립이란 것이 우리 삶과 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후에야 이뤄지기 때문이다. 중보기도가 필요하다. 코로나 팬데믹과 기후위기 앞에서 느끼고 있는 두려움과 절망, 주저함도 주 앞에 내려놓고,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우리를 도우시는 성령님과 연결되어 하는 기도가 필요하다. 우리의 힘으로 지구를 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이미 시작하신, 만물 곧 땅에 있는 것이나, 하늘에 있는 것들이 주로 말미암아 자기와 화목하게 하시는 하나님의 구원 사역에 동참하기 위해서이다.
창조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것, 시대를 분별하며 생활방식, 이동수단, 소비방식을 바꾸고, 교회와 함께 지금껏 배출해놓은 탄소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은, 기후위기 시대를 사는 그리스도인 기도요 삶이어야 한다.
우리가 먼저 변화하여 모두를 위한 다른 삶을 살아야만 지구는 지속가능할 수 있다. 더욱이 창조의 은총과 구속의 은총을 누리는 교회라면, 코로나 팬데믹과 기후위기의 큰 풍랑 속에서 담대히 물 위를 걷게 하시는 주님을 의지하여, 교회 안에서부터 탄소중립을 결심함으로, ‘탄소제로 녹색교회’를 선언하면 좋다. 팀을 만들어, 전력소모량과 온수 및 난방연료의 종류와 사용량, 각 교통수단의 운행거리, 쓰레기 배출량 등을 살피되, 그 의미를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워크숍을 열고, 교회와 성도들이 책임져야 할 탄소배출량과 그 출처를 분석해 2030년까지 앞장서 절반까지 줄여낸다면 지구의 미래는 덜 절망적일 수 있다. 스스로 배출하는 탄소량을 측정하는 저울 위에 올라가는 것은, 교회가 줄일 수 있는 배출량은 어느 정도고, 그를 위해 치러야 할 대가는 얼마고, 시간은 얼마나 걸릴지, 가시적 결과를 위해서는 자원과 노력을 어디에 집중해야 할지, 목표에 이르는 진행과정을 측정할 척도는 무엇이고, 순조로운 진행은 누가 보장할 수 있는지 등에 관한 기본 계획을 세워 목표지점까지 부단히 노력한다면, 우리는 모두가 골고루 풍성한 삶을 누리는 세상을 다시금 누리리라 믿는다.
조금 더 늦으면 돌이킬 기회조차 얻지 못할 수 있다. 지금 조금 불편하고 고통스럽다 할지라도, 하나님의 자녀 된 우리가 마을에서 자신이 속한 교회와 더불어 사랑하는 마음으로 지구를 바라보게 되길 소망한다. “지구를 사랑함으로 내 제자임으로 보이라, 지구는 물론 기후약자들이 네 이웃이니, 겨울에는 따듯하게 입고, 여름에는 시원하게 입어라. 음식을 절제하고 육식을 덜 먹어라. 물건을 사는 것과 쓰레기 버리는 것에 신중해라. 웬만한 거리는 차가 아니라 자주 걷고 자전거와 대중교통을 즐겨라. 나무는 쓰는 것 이상으로 심어라. 그것이 지구 사랑의 온도 1.5도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고, 네 이웃을 사랑하는 길”이라고 말씀하시는 주님 음성을 함께 듣고 함께 행하게 되길 소망한다. 단 한 사람도 이미 늦었다고 포기하지 않도록 한 마음으로 연결되어, 지구와 기후 약자들을 이웃으로 사랑함으로, 먼훗날 창조주 하나님 앞에 바로 설 수 있게 되길 소망한다.
유미호 /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