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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1-11-09 00:09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 (The Last Duel, 2021)
 글쓴이 : dangdang
조회 : 128  
   http://www.dangdang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6467 [157]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 (The Last Duel, 2021)

 

이진경 목사의 영화일기

 

영화의 배경은 14세기 중세 봉건영주 시대 백년전쟁이 한창인 프랑스다. 생사를 넘나든 전장에서 우정을 쌓은 친구에게 자신의 아내가 겁탈을 당했다는 사실을 안 기사는 결투 재판을 신청한다. 겁탈에 대한 확실한 물증과 증인이 없고 당사자들의 주장은 엇나가는 상황에서 기사는 최후의 수단으로 신의 정의를 구하며 목숨을 건 결투 재판을 요청한 것이다. 한 여인을 둘러싼 두 남자의 결투, 이렇게만 본다면 흔히 볼 수 있는 익숙한 전개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리들리 스콧 감독의 최신 작 《라스트 듀얼》은 중세라는 시대 속에서, 종교가 신의 이름으로 사회 전반을 지배하고 있었던 시대 속에서 이 송사 사건이 얼마나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신앙의 전제 아래 진행되었는지를 똑똑히 보여준다. 종교 지배라는 허상과 부조리의 민낯을 낱낱이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사건의 최초 발단은 모욕을 참지 못한 부인 마르크리트의 용감한 고발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고발은 인정받지 못하고, 그녀의 처지는 악의적이고 무지한 종교적 이념에 의해 난도질당한다. 유죄판결이 좌절되려는 순간 남편인 장 드 카르주는 신의 이름을 건 결투를 요청한다. 이 결투의 성격은 이기는 자가 하나님께 옳다고 인정을 받는다는 결투 재판(trial by combat)이다. 하나님은 정의의 편에 선 자의 손을 들어주실 것이기에 상대의 목숨을 빼앗고 이기는 사람이 하나님께서 인정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누구의 말이 진정으로 옳은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결투에서 이긴 자의 말이 옳은 것이다. 마땅한 사람의 책임과 의무를 하나님께 미루는 비겁함이야 우리 스스로에게도 익숙한 일이지만 신앙의 맹목 시대에 자행되는 비겁함은 상상을 뛰어넘는다. 하지만 영화는 종교 지배의 민낯을 드러내는 것을 넘어 그 당시 여성을 취급하는 사회의 태도도 고스란히 보여준다. 결투의 순간 마르크리트는 사슬에 묶인 채 남편과 그 친구의 결투를 지켜본다. 만일 남편이 죽는다면 신이 상대방의 정의를 인정하신 것이니 그녀는 무고죄로 화형을 당해야 한다.

 

영화는 프랑스 역사상 공식적인 인정 하에 실제로 거행되었던 마지막 결투 재판을 소재로 한다. 흥미롭게도 영화는 이 사건을 당사자 세 사람의 시선으로 반복하여 보여준다. 그런 면에서 영화는 하나의 사건을 등장인물 각각의 다른 시선으로 재현한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위대한 고전 《라쇼몽》(1950)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법에 있어서는 비슷하나 두 영화가 보여주는 선명한 차이점도 있다. 《라쇼몽》이 진실의 진위를 묻는다면 《라스트 듀얼》은 진실의 주체를 묻는다. 즉, 누구의 진실이 실체에 가까운가를 묻고 있는 것이다. 영화의 1장 ‘장 드 카루주가 말하는 진실’에서 장의 진실은 아내를 사랑하고 존중했다는 믿음이었으며, 2장 ‘자크 르 그리가 말하는 진실’에서 자크의 진실은 겁탈조차도 상대가 원한 사랑이었다는 믿음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3장, ‘마르그리트가 말하는 진실’라는 제목이 화면에 떠올랐다 사라질 때 감독은 ‘진실’이라는 단어를 잠시 남겨놓는다. 이로써 감독은 모두에게 넌지시 말하고 있는 것이다. 오직 마르그리트의 진실만이 실체에 가깝다고. 그렇게 감독은 마르크리트를 편든다. 시대의 약자와 희생양의 진실, 그것을 편든다.

 

누구도 거짓을 말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 심지어 친구의 아내를 겁탈을 했던 자크조차 스스로 진실을 말하고 있다고 믿고 있었다는 사실은 진실과 관련된 중요한 요소를 일깨워준다. 어떤 경우에 있어서는 결정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이 진실 자체가 아니라 누구의 진실인가라는 것. 스스로가 구원 받은 신의 백성이라고 믿고 주장한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하나님은 고아와 과부와 나그네의 진리를 들이미셨다. 최후의 죄인들이 나는 죄가 없다고, 영벌을 받을 만한 무슨 죄를 지었냐고 반박했을 때 예수께서는 빈민들과 외국노동자들, 장애인들과 소수자들의 진리를 들이미셨다. 너의 진실보다 그들의 진실이 더 실체에 가깝다고, 약자와 희생양들의 진실이 언제나 더 실체에 가깝다고 선언하셨다. 참으로 무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나의 진실이 그저 진실이면 되는 것이 아니라 약자와 소수자와 희생양들의 진실과 겨루어야 한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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