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하지 않은 땅속의 과일 히카마
새로운 것을 접하게 될 때의 느껴지는 신기함이 있다. 첫 목회지인 양양에서 교인 중 한 분이 바다낚시를 나갔다가 잡아서 가져온 팔딱거리는 학꽁치를 보았을 때처럼 말이다. 도시에서 살았던 내가 생전 처음 본 긴 주둥이의 길쭉한 모양의 학꽁치의 모습은 새롭고 신선했다.
지난주에 오랜만에 그런 신기함과 신선함을 다시 느끼게 해 준 식물이 있었다. 그것은 히카마라는 멕시코감자이다. . 지인이 당뇨에도 좋고 몸에도 좋다며 전해준 히카마는 이전에는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식재료였다. 우리나라에 들어온 지 10년 정도 되지 않아 낮설지만 세계적으로는 건강식품으로 이름난 슈퍼푸드이다.
히카마는 콩과에 속한 여러해살이 덩굴 식물로, 멕시코 남부를 비롯하여 중미지역이 원산지다. 지역에 따라 히카마(Jicama), 지카마, 얌빈(Yam Bin), 멕시코 얌(Mexican Yam)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데 우리는 아직 정해진 이름이 없어서 히카마 또는 멕시코 감자라고 부른다.
히카마는 꼭지가 있는 마늘 모양의 감자 같다. 겉은 먹을 수 없는 황갈색 껍질로 덮여 있다. 흰색의 속살은 식감이 아삭하고 수분이 많으며 약간의 단맛과 아삭한 식감이 인상적이다. 멕시코감자라고 부르지만 일반 감자와는 전혀 다른 맛이다. 단맛 나는 무와 배와 마를 먹는 식감이랄까? 껍질을 까서 과일처럼 먹어도 나름 맛이 있다.
히카마는 열량이 적고, 섬유질 함량이 많다. 히카마에 다량 함유되어 있는 이눌린 성분은 급격하게 혈당이 상승하는 것을 막아주고, 췌장의 기능을 개선하여 당뇨 증상을 예방하고 개선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한다. 또한 히카마에 함유된 칼로리는 100g 기준으로 약 40칼로리로 정도로 낮은 편이며, 다량 들어 있는 수분과 식이섬유, 그리고 이눌린 등의 성분으로 인해 포만감이 쉽게 생기기 때문에 다이어트할 때 많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또 히카마는 비타민C 함량이 많다. 생 히카마 100g에 들어 있는 비타민 C의 양은 약 20.2mg으로, 하루 권장 섭취량의 34%에 해당한다. 이외에도 비타민E, 비타민B2, 엽산 등 비타민 B군에 속한 여러 가지 비타민이 들어 있다. 또 히스티딘, 발린, 트레오닌, 이소루신, 리신 등 다양한 필수 아미노산과 철분, 인, 마그네슘, 망간, 구리, 칼슘, 아연, 셀레늄 등 여러 미네랄이 들어있다.
이런 성분으로 당뇨, 고혈압, 대장암, 심혈관 건강, 콜레스테롤 수치 안정, 항산화작용, 면역력 강화, 소염작용, 빈혈완화, 소화효과, 장건강, 피부 손상 및 상처회복, 다이어트 등의 효능이 있다.
먹는 방법은 다양하다. 껍질을 까서 그냥 먹어도 되고,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샐러드에 넣어도 좋고, 채썰기를 하거나 슬라이스로 잘라서 감자튀김처럼 튀김요리를 해도 좋고, 볶음요리를 해도 좋다. 일반감자처럼 국에도 넣을 수 있다. 히카마는 무 같아서 우리식으로 물김치를 하거나 깍두기를 담가서 먹어도 된다. 직접 깍두기 김치를 만들어 먹어보니 무로 만든 깍두기와는 약간 다른 식감과 단맛이 있다. 또 곱게 갈아 우유나 요구르트 등에 잘 섞어 주스 형태로 마시면 훌륭한 건강 음료가 된다. 육회에 들어가는 배 대신 히카마를 넣어도 좋고 부침개나 전으로 만들어도 좋다. 소고기국에 넣거나 밥을 지을 때 넣어서 먹기도 한다.
주의할 점도 있다. 히카마는 기본적으로 차가운 성질이기 때문에 너무 과다하게 섭취할 경우에 설사나 복통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또 히카마 꼬투리와 껍질, 그리고 씨와 잎에는 강한 살충 성분인 로테논이라는 독성 물질이 들어 있어서 섭취할 경우 호흡곤란이나 심할 경우 심장마비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하니 주의해야 한다.
히카마는 우리나라에 들어온 지 10년 정도 되었다. 더울 때 잘 자라는 이 식물이 최근 지구 온난화로 인해 아열대성기후로 변하고 있는 우리나라 기후에 잘 맞아서 새로운 소득 작물로 주목받고 있다. 주로 5월 중순 쯤 심어서 10월 중순에 수확을 한다. 요즘이 수화철이다. 혹시 당뇨로 고생하는 분들이 있다면 분명 도움이 될 음식이니 참고하시길 바란다.
임석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