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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125]
 
 
 
     
 
 
 
작성일 : 21-10-20 22:45
   
그리운 사계절!
 글쓴이 : dangdang
조회 : 112  
   http://www.dangdang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6345 [126]

 

그리운 사계절!

 

사계절이 뚜렷했던 시절이 언제였던가. 30년 전 학창시절까지만 해도 봄 여름 가을 겨울은 봄방학, 여름방학, 겨울방학으로 확연하게 구분하여 보냈었다. 봄이 오면 새로운 학년의 새학기가 시작되었고, 새로운 담임 선생님과 교과 선생님들과의 만남으로 기대가 넘쳤다. 간혹 그 시절 좋아했던 선생님이 과목을 가르치시는 분으로 배정되면 그 학년은 꿀학년이라 해도 무방하였다. 중학교 때만 해도 선생님에 대한 뜨거운(?) 마음이 없었는데, 고등학교 때는 한문 선생님을 유독 좋아했다. 곱슬머리에 알이 크고 두꺼운 안경을 쓰셨고, 목소리가 고왔으며 웃으실 때의 그 미소는 좋아하는 마음을 가진 소녀만이 꺄악~~~ 하고 소리 지를 수 있는 법이다. 그 선생님은 고등학교 내리 3년 동안 뵐 수 있어서 3년 내내 봄과 같은 설렘으로 학창 시절을 보냈다. 한참 세월이 흐른 뒤 선생님을 두어번 찾아 뵈었고, 이후는 어떤 소식도 들을 수 없었다. 지금처럼 휴대폰이라도 있었더라면 기억을 해 두었을 것인데 그렇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안타까울 뿐이다. 봄은 그렇게 푸릇푸릇하게 돋아나는 새순처럼 설렘과 기대가로 내 가슴을 뛰게 했다. 

 

사계절이 뚜렷했던 그때의 여름은 왜 그리 더웠을까. 1997년인가? 그때 잠시 은행에서 근무한 적이 있었는데 함께 근무했던 남자 직원의 1994년 여름날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1994년 당시는 그 남자 직원이 전방에서 군 복무를 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비상경계령이 내려져 전방의 모든 군인들은 초긴장 상태로 전쟁 준비 태세에 돌입했다고 한다. 이유인즉슨 북의 김일성이 죽었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그때 그 직원은 이 무더운 여름날 죽은 김일성을 하염없이 원망했다고 한다. 이제 겨우 이십대 초반에 고생하는 것도 모자라 결혼도 못하고 죽다니 하면서 욕을 했다고 한다. 전쟁은 나지 않아 천만다행이었고, 그는 제대를 하자마자 좋은 처자를 만나 바로 결혼을 하였다고 한다. 그때는 한참 시일이 지난 다음에 하는 말이라 낄낄거리며 말하고 들으며 웃었지만 1994년 무더운 여름은 불안과 두려움과 공포의 순간이었다고 한다. 계절에 대한 기억은 누구에게나 특별한 경험에서 유독 더 강렬하게 느껴질 수 있는 법이다. 나는 100년 만의 기록적인 더위였던 1994년의 여름이 그다지 덥게 느껴지지 않았는데, 그때가 유독 더웠다고 하는 사람들이 내 주위에도 꽤 있었으니 그 해가 더웠던 해이긴 했나보다. 

 

가을은 어떤가. 한때는 봄은 여자의 계절이요,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 부르곤 했다. 봄은 여인의 옷자락으로부터 봄이 옴을 알 수 있고, 가을은 남자의 고독과 음유로 가을이 왔음을 알 수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이야 특히 나처럼 농사를 짓는 사람에게는 가을은 가을걷이가 하나 둘 이뤄질 때 가을 냄새를 맡는 것이다. 거기다가 시야 가득히 들어오는 산의 나무들이 옷을 갈아입기 시작하면서 어제와 오늘, 오늘과 내일이 다름을 통해 가을이 왔음을 실감할 수 있다. 논의 누렇게 익은 벼들이 수확되고 들녘들이 서서히 비워질 때는 가을이 깊어가는 것을 본다. 사계절이 뚜렷했었던 가을은 알록달록한 색이 천지를 물들었다. 단풍의 빨강은 가을의 눈부신 햇살 아래서 더더욱 붉게 타올랐다. 가을을 흠뻑 머금은 은행은 가을 바람이 불때마다 우수수 떨어지며 노란 은행비를 선물해주었다. 노랗게 쌓인 은행잎 가로수를 친구와 걸으며 발로 한번 걷어차 공중 부양을 하게 하고, 두 손 가득히 안아 흩뿌리면 친구와 나는 깔깔거리며 가을을 만끽했다. 또한 플라타너스 특유의 알싸한 향이 코 끝을 간지럽힐 때 드디어 가을을 지나 겨울로 가고 있음을 실감했다. 

 

그런데 말이다. 언제부터 봄과 가을이 사라졌다. 봄의 새순이 돋아난다 싶었는데 어느날 보니 꽃들이 만개해 버렸다. 봄의 따스함이 여름의 강렬한 볕으로 돌변해 있는 것이다. 이제 가을걷이를 시작하려고 하는데 어랍쇼! 지난 주일 갑자기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면서 매우 추워진다는 예보가 있었다. 설마 그러겠는가 싶었지만 토요일 오후의 차가운 바람이 예사롭지 않았다. 부랴부랴 연탄 보일러를 가동시켰다. 탄소 배출을 생각한다면 연탄을 멀리하고 싶지만 아직은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야 해서 기름보다는 연탄으로 온기를 돌렸다. 지구야 미안! 여햐튼 변변한 가을 경험도 없이 바로 초겨울로 그것도 10월 중순에 겨울을 마주하였다. 이러다가 말겠지 하였지만 그것도 아닌 것 같다. 앞으로 내내 낮은 20도를 넘지 않고, 저녁은 거의 0도 근처라고 한다. 가을의 상징 바바리 코트는 구경도 못하고 깊숙이 숨겨놓은 겨울옷으로 옷장을 채워야겠다.   

 

아, 올 봄엔 때아닌 비가, 여름엔 늦장마가, 그리고 가을에도 예상치 않게 비가 오더니 계절은 그렇게 계절다운 향기를 흩날리지 못하고 겨울로 들어가고 있다. 그러나 또 누가 알랴! 그렇게 치고 들어온 겨울 손님이 정작 겨울의 한복판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변하게 될지 걱정과 염려가 된다. 사계절이 뚜렷했던 시절이 그리워지면서 현재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은 분명한데 몸살약을 지어줄 방도가 쉬워보이지 않으니 안타까움만 크다. 에궁! 갑작스런 추위에 우리 냥이들도 해가 떨어지면 마음이 맞는 냥이들과 떼를 지어 보금자리로 일찍 들어가 서로 엉켜 긴 겨울밤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황은경/농촌선교훈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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