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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122]
 
 
 
     
 
 
 
작성일 : 21-10-14 00:05
   
들깨 베기
 글쓴이 : dangdang
조회 : 113  
   http://www.dangdang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6306 [152]

 

들깨 베기

 

이번 주도 내내 비가 왔다. 이럴 때 쓰라고 있는 단어라 생각한다. 정말 징글징글하다. 음성에 내려와 비와의 씨름이 작년에 이어 두 번째인거 같다. 여름 장마는 여름이면 으레 오는 것이라 그냥 저냥 지나갔는데, 작년의 국지성 폭우와 이번의 줄기장창 내리는 비는 처음 경험하는 날씨다. 일주일에 한두 번씩 내렸던 비. 이렇게 내리는 비는 봄 작물에는 호재였다. 봄 가뭄없이 때때로 내린 비로 봄에 심어 거둔 작물들은 대부분 풍년이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가을 수확을 앞두는 때에 내리는 비는 영 달갑지 않다. 일교차가 벌어지고, 일조량이 적어지는 가을에는 하루 반나절 쨍쨍 내리쬐는 볕으로 곡식들이 익어가는 것인데, 그 맛을 지금 느끼지 못하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 문을 열고 오늘의 날씨는 어떤가 하고 하늘을 쳐다본다. 

 

가을이 깊어가야 하는 시월. 지역의 산들을 둘러본다. 아직 파랗다.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기운을 느끼지만 가을을 깊어지게 하는 것까지는 아직 못미치는 기온인가 보다. 산천이 서서히 초록에서 노랗고 붉고 갈색으로 물들어가야 눈이 호사를 누리는데 올해의 단풍은 더딘것만 같다. 이 또한 틈만 나면 내리는 비의 영향이라 본다. 잎이 마를만 하면 비가 오고, 잎이 변할만 하면 또 비가 내리고 있으니 자연들도 지금이 여름의 끝인지, 아니면 가을로 가는 길목인지 헷갈릴 만도 하겠다. 그런 혼동 속에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니 지금 산들은 푸르죽죽한 모습으로 남아있는 것이다. 

 

이렇게 내리는 비로 가을의 대표적인 수확 작물인 들깨는 노랗게 익어가는 것이 아니라 검게 변하고 있다. 나도 먹을 만큼의 들깨를 심었다. 심은 면적을 본다면 사실 서너 말은 나올 면적이다. 7월 중순부터 쑥쑥 자란 들깨는 곁순도 꽤 나왔다. 더 많이, 더 굵은 깨를 얻기 위해 남들 하는 순도 잘 쳐주었다. 이렇게만 자라면 나는 들깨 부자가 되리라. 그러나 웬걸? 김칫국부터 너무 마셔버린 결과가 8월 하순부터 시작되었다. 비가 내리고 찬바람이 살짝 돌기 시작하더니 들깻잎들이 하나둘씩 떨어졌다. 무슨 병인가 싶었다. 어떤 것은 거의 뼈대만 남았을 정도로 앙상해졌다. 그리고 키는 커졌으나 알맹이는 별로 시원치 않았다. 대는 얇아 지난 바람에 거의 쓰러졌다. 농사의 재미를 확 꺽어놓게 하는 요인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듯 싶었다. 그래도 위로라면 위로인 것이 이런 현상이 나에게만 나타난 것이 아니라 동네의 내노라하는 농부의 들깨에도 보였다는 것이다. 그들의 들깨도 그다지 여물지 않아 보이는듯한 모습이었다. 멀대처럼 키만 크고 빼빼 말라 있었다. 

 

그러나 큰 관점에서 본다면 이것은 사실 위로가 아니라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풍작인 듯 보이나 흉작이다. 기후 조건이 농사를 짓는 조건과는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적절한 해, 적절한 비, 적절한 바람, 적절한 수고 등 모든 것이 적절함이 있어야 하는데 작년과 올해의 농사에는 그 적절함이 배제되었다. 과도한 해, 과도한 비, 과도한 수고 등으로 농부의 마음에 스크래치가 났다. 사과는 점점 더 윗 지역에서 재배되고, 따뜻한 아랫지역에선 열대 과일이 재배된다는 심심찮은 기사들이 보도되고 있는데 이러한 것들 또한 기후 조건이 바뀌고 있다는 증거다. 이러한 현상들이 점차 작은 농작물에 이르기까지 미치게 된다면 종래에는 야채도 멸종 위기로 우리의 밥상에서 사라질 것이다. 

 

비록 잘 안된 들깨일지라도 수확할 때를 놓칠 수는 없다. 그랬다간 있는 것마저 못 건진다면 진짜 공친 농사가 될 수 있다. 지난 월요일, 외출하고 들어오는 중에 눈여겨 보았던 동네의 들깨 밭들이 모조리 베어져 있는 것을 보았다. 아침에 나갈 때만 해도 멀쩡했는데 오락가락 내리는 비 속에서도 농부들은 낫을 든 것이다. 이유는 잘 모르지만 아마 마른 깨를 베다가 땅에 흘리는 것을 막기 위해 흐린 날에 부지런히 벤 것은 아닌가 싶다. 그래서 나도 지난 월요일 늦은 오후에 옷도 가라입지 않고 외출복 그대로 부지런히 들깨를 베었다. 이튿날인 화요일까지 베어 가지런히 눕혀 놓았다. 한나절 햇님이 방긋하면 잘 말렸다가 거둬 털기 위해서다. 멀리서 봐도 한 눈에 들어오는 것이 확실히 소출이 적다. 그렇다해도 방금 베어놓은 들깨의 진한 향기가 시름한 내 마음을 달래주었다. ‘이 맛에 농사짓는다’는 말은 차마 못해도 이런 저런 우여곡절 속에서도 이만큼이라도 얻었으니 감사하지 않은가.  

 

 

황은경/농촌선교훈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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