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과 기후중보기도
유미호 /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
올해 11월 190여 개국 정상들이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로 글래스고에 모인다. 이번 회의는 2015년 파리기후협약 이후 지구 온도 상승을 2도 훨씬 아래 1.5도로 제한하지 못한 바, 2030년까지의 더 강력한 목표와 그에 따른 조치를 취해야 한다. 1.5도로 제한하려면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010년 수준 대비 45% 감축해야 하는데, 현재 각 나라들의 목표나 그에 따른 노력은 크게 부족하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은 현재 각 나라들의 감축 목표로 보면 2030년까지의 감축량은 2010년 대비 1%에 불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만약 이번 회의가 성공하지 못한다면, 이미 1.2도나 따뜻해진 지구 온도는 3도 이상 오를 것이고, 그러면 지구 회복력은 완전히 상실될 것이다. 그만큼 이번 회의는 그 어느 해보다 중요하다.
창조의 풍요로움을 보존하는 합의가 이번 회의를 통해 나올 수 있을까? 지난 5일 발표된 우리나라 탄소중립 시나리오(안)을 보면 기대하기 어렵다. 발표된 세 가지 안 가운데 둘이 탄소중립을 포기한 안이었고, 나머지 하나도 온실가스 주요 배출원인 석탄화력 발전 및 휘발유·경유 차량 퇴출 시점이 담겨있지 않다. 2050년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담아야 할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도 뒤로 미뤄두고 있다.
왜, 우리는 인간 사회와 지구상에 사는 모든 생명을 위협하는 전례 없는 위기 앞에서 이토록 둔감할까? 기후위기는 코로나 팬데믹과 별개의 것이 아니고,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 코로나 바이러스와 달리 회복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것인데, 왜 이토록 반응하지 않는 것일까? 이번 회의의 중요성뿐 아니라 위기의 시급성을 알리는 목소리를 높여야 할 필요가 있다.
이번 회의를 앞두고, 우리는 창조주 하나님과 그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차원에서 무엇을 해야 할까? 더 이상의 폐기물로 지구를 더럽힌다거나, 더 많은 것을 탐욕스럽게 욕망함으로 지구를 파괴하지 않는 일, 하나님의 창조물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가르치고 그들의 서식지를 보전하는 일도 해야 하겠지만, 지금 당장 해야 할 것이 있다. 이번 COP26 회의까지의 중보기도다.
위기를 깨닫고 그에 반응하는 기도는 그 자체로서 내일의 희망을 일구는 영성이다. 더구나 함께 공감하며 드리는 기도라면 분명히 선한 영향력을 미칠 것이다. 지금의 기후위기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다줄 수 있을 것이다.
기도할 때 중요한 건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우리를 도우시는 성령님과 하나로 연결되는 것이다. 지구를 위한 중보기도는 우리가 지구를 구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이미 시작하신, 만물 곧 땅에 있는 것들이나 하늘에 있는 것들이 그로 말미암아 자기와 화목하게 하시는 구원 사역에 동참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그동안 믿는다고 말하면서도 실천하지 못했다. 무언가 바꾸려고 기도하면서도 정작 그것을 바꾸기 위한 노력은 게을리했다. 그러고 보면 지금의 기후위기는 실제로 교회 위기이다. 만약 지금의 상황에서 왜 지구를 구해야 하는지, 또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내는 게 어렵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지구를 지키고 돌봐야 할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다. 게다가 지금 세상은 우리가 위기에 처한 지구와 신음하는 피조물을 위해 무엇을 할지 지켜보고 있다.
COP26 회의가 세 달 남짓 앞으로 다가왔다.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도록, 창조의 회복을 위해 일하시는 하나님을 믿고, 그의 부르심에 귀 기울이는 기도를 드려보자. 이스라엘 사람들이 포로로 잡혀가서 자신들을 사로잡아 간 그곳에 뿌리내리고 공동체의 유익을 위해 기도하게 하셨던 것처럼, 지금도 하나님은 우리 모두에게 기도할 것을 요구하신다. 창조세계에 대한 하나님의 궁극적 보살핌을 믿으며, 각국의 탄소중립과 내일의 희망을 여는 기후중보기도를 시작해보자.(국민일보 시온의소리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