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과 달고나
넷플릭스에서 ‘오징어게임’ 드라마를 보았다.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보면서 드는 생각은 과연 해외에서 다른 나라 사람들이 우리나라의 정서가 녹아있는 여러 가지 놀이(게임)들을 어떻게 공감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 밖이다. 전세계적으로 흥행돌풍을 일으키면서 드라마에 나온 전통놀이와 먹거리까지 관심을 끌고 있다. 영화속 내용처럼 전세계 지하철역에서 딱지치기를 하는 이들의 사진이 뉴스에서 소개되고, 프랑스 파리 2구 한 카페 지하에 개장한 오징어게임 팝업 스토어는 관람객들이 250미터 줄을 설 정도로 북적였단다.
여러 가지 게임 중에 그 무엇보다도 화제가 된 것은 달고나게임이다. 그 덕분에 국내에서 5000원정도 가격의 달고나키트가 이베이에서는 5-8배 비싼 가격으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유투브에서도 달고나 만들기 영상이 인기이다. ‘이색적인 한국 과자’로 통하는 달고나가 해외에서 새로운 놀이문화로 떠오르고 있다.
나도 어린 시절에 인천 효성동의 초등학교 앞 문방구에서 달고나를 먹어본 적이 있다. 달고나 만드는 방법은 이렇다. 포도당 블럭을 쇠로 만들어진 국자에 넣고 연탄불이나 버너에 올려 녹인 후 베이킹소다를 조금 넣고 저으면 연한 금빛으로 부풀어 오른다. 포도당이기 때문에 단단하게 굳어지지 않고 찰기가 있는 내용물을 젓가락으로 떠 먹는 방식이 달고나를 먹는 방법이다. 그리고 눌어붙어 찍어먹기 힘든 부분은 국자에 물을 넣어 불려서 마셨다. 달고나의 재료인 흰색 포도당블럭의 제품명이 달고나였다고 한다. 하지만 포도당 블록을 사용한 달고나는 1980년대부터 불량식품으로 여겨져서 단속되고 사라지게 되었다.
포도당블럭이 사라진 후에 설탕이 대체제가 되었다. 국자에 설탕을 넣고 불에 올려 젓가락으로 저어 녹이다가 설탕이 완전히 녹으면 베이킹 소다를 약간 넣는다. 내용물이 부풀어 오르면 철판에 붓고 그 위를 둥근 철판으로 누른다. 그렇게 납작해진 내용물이 굳기 전에 다양한 모양의 틀로 누른후 모양대로 뜯어서 먹는다. 설탕으로 만들어서 빨리 굳기에 틀에 찍어 사탕이나 과자처럼 먹는 것이다 동그라미나 별, 우산이나 하트 등 다양한 모양을 잘 뜯어내면 하나를 더 주었던 기억이 있다. 생각해보면 깔끔하고 깨끗하게 뜯어내는 것이 쉽지 않았다.
포도당을 녹여 만들었던 원래 초창기의 달고나가 후에 설탕을 녹여 만들게 되면서 이 방식을 뽑기라고 불렀다. 달고나와 뽑기는 전혀 다른 방식이다. 추후 달고나가 사장되면서 뽑기가 달고나라는 이름으로 통합되게 되었다. 오징어게임 2번째로 등장하는 달고나게임은 초창기 방식의 달고나가 아니라 80년대 이후 유행하던 뽑기 게임(설탕달고나)이다.
오징어게임에서 그 많은 달고나를 만든 사람은 대학로에서 25년째 달고나장사를 한 임창주씨이다. 드라마의 영향으로 손님이 많아져 밥 먹을 시간도 없이 바빠졌다고 한다. 드라마속 등장하는 둥근 케이스에 들어있는 동일한 달고나 한 개를 7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최근 손님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달고나 모양은 주인공 이정재가 뽑은 우산’모양이란다.
과거 초등학교 앞 문방구에서 판매했던 뽑기 중에 탁한 금빛의 달고나와는 다르게 투명한 색깔의 잉어나 거북선, 자동차나 총이나 배 또는 용모양의 사탕이 기억나는가? 일정한 금액을 내고 기다란 막대로 된 제비를 뽑아서 나온 값에 따라 사탕을 받는 방식이었지만 달고나 모양을 잘 분리하면 이 사탕을 주기도 했다. 이 넓적한 사탕이 투명한 이유는 베이킹소다가 들어가지 않고 설탕만 녹여서 굳혔기 때문이다. 운동회날 많이 보였는데 왕잉어나 거북선을 받을 때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설탕덩어리 커다란 잉어사탕의 재료값은 아마도 몇백원 안되었을 것이다.
한편의 드라마가 40년 전 어린시절을 회상하게 해 주었다. 하지만 드라마 곳곳에 녹아들어 있는 대한민국 개신교를 풍자한 장면들은 보기에 마음이 불편했다. 일반인들에게 비춰진 한국의 개신교와 목사들의 모습이 이럴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더 힘들었다.
임석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