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게시판
바이블25
크리스천라이프
커뮤니티
갤러리
성경/찬송가
지역정보
로중
전도
뉴스
QT
전도모음
Cristian YouTube
     
커뮤니티
칼럼
명언묵상이미지
하늘양식
오늘의책
십자가
명상
영상
설교
말씀
독자편지
독자편지 [124]
 
 
 
     
 
 
 
작성일 : 21-07-26 23:35
   
프로페서 앤 매드맨
 글쓴이 : dangdang
조회 : 147  
   http://www.dangdang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5899 [162]

  

 

프로페서 앤 매드맨 (The Professor and the Madman, 2019)

 

이진경 목사의 영화일기 

 

한 나라가 처음으로 자국의 국어사전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떠한 절차와 노력이 필요할까? 우선 사용되는 모든 단어들을 모으는 일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아니, 사용되고 있는 단어뿐 아니라 지금 사용하지는 않더라도 옛 문서 어딘가에 실린 단어라면 마땅히 함께 모아야 할 것이다. 이렇게 단어들을 모은 다음에는 이 단어들의 의미를 파악하는 단계로 들어가야 한다. 단어들의 의미를 파악하는 것은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닐 것이 분명하다. 왜냐하면 한 단어의 의미는 시대에 따라서도 여러 모양을 지닐 수 있기 때문이다. 정확한 단어의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그 단어가 사용된 예문을 통해 의미뿐 아니라 의미의 역사 또한 파악해야 한다. 만약 문서에만 남아 있는 옛 단어라면 예문은 필수적이다. 모든 예문을 검토하고 그렇게 한 단어씩 한 단어씩 항목을 작성해나간다. 프로페서 앤 매드맨은 사전을 만드는 일의 모든 지난한 과정, 그리고 그 작업에 착수한 사람들의 고뇌와 노력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빅토리아 시대, 영국은 자국의 언어사전을 편찬하는 대사업을 진행한다. 오늘날에도 유명한 바로 그 옥스퍼드 영어사전의 편찬이다. 그러나 앞서도 말했듯 사전을 만드는 일은 지난하고 힘겨운 작업이다. 방대한 작업이 잘 진척되지 않고 교착상태에 빠졌을 때, 천재 언어학자인 괴짜 교수 제임스 머리가 투입된다. 교수는 전국적으로 단어가 쓰인 예문을 모으자는 공모아이디어를 낸다. 그리고 한 정신병원으로부터 닥터 윌리엄 체스터 마이너라는 이름으로 엄청난 양질의 예문들이 날아오기 시작한다. 정신병원의 의사일 거라 짐작했던 마이너는 알고 보니 정신착란으로 살인을 저지르고 정신병원에 수감된 죄수였다. 광인 마이너는 미국 군의관 출신으로 남북전쟁에서 겪은 트라우마로 정신병을 얻었고, 영국으로 건너온 후 정신착란 상태에서 영국인 한 명을 권총으로 살해하고 정신병원에 갇혀있었던 상태였다. 이 교수와 광인의 협업은 옥스퍼드 영어사전을 편찬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괴짜 교수와 광인의 합작 사전 편찬이야기도 무척 흥미롭지만 영화는 이외에도 속죄라는 무거운 종교적 주제를 함께 실어 나른다. 광인 마이너는 자신이 망상 때문에 살해한 남자에 대해 끝없이 속죄하기를 원한다. 속죄의 첫 걸음으로 마이너는 남자의 남은 가족에게 자신이 받는 연금의 상당액을 전달한다. 당연히 처음에는 이 호의를 거절했던 살해된 남자의 아내는 남겨진 자식들의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마이너의 재정적 도움을 수용하게 되고, 더 나아가 자신에게 글을 가르치고 새 삶을 살도록 이끌어주는 마이너에게 차츰 마음을 열게 된다. 그러다 결국 여자는 마이너를 사랑하기에까지 이른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마이너는 충격을 받는다. 만일 자신이 살해한 남자의 아내가 자신을 사랑한다면 자신에게는 더 이상 속죄할 길이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리하여 그는 경악스런 결심을 하고, 그 결심을 실행에 옮긴다.

 

사전 편찬과 속죄라는 언뜻 보기에 어울리지 않는 두 주제를 담은 영화 프로페서 앤 매드맨1998년 출간된 사이먼 윈체스터의 베스트셀러 교수와 광인을 원작으로 한다. 영화 내내 광인 마이너가 보여주는 속죄에 대한 집요한 의지는 자연스레 이창동 감독의 밀양을 떠오르게 만들었다. 자신이 유괴하여 살해한 아이의 어머니 앞에서 나는 하나님께 용서받았으니 되었다며 편안한 얼굴을 시전한 남자와 이에 절망하여 하나님을 원망하여 정신을 놓아버린 여자, 광인 마이너는 그 뻔뻔한 유괴범과 가장 먼 대척점에 놓여있는 인물이다. 마이너는 타인의 목숨을 빼앗은 자신의 죄에 대해 자신의 목숨으로까지 속죄하기를 원한다. 마이너는 물질적인 보상이나 헌신으로는 자신의 죄가 속죄될 수 없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는 그 믿음을 끝까지 밀어붙인다. 자신의 죄에 대한 이 진지함과 과격함은 은혜를 중요시여기다 못해 저지른 죄를 가벼이 여기는 안일한 마음을 돌아보게 만든다. 자신이 저지른 죄의 무거움을 알지 못하는 자가 어찌 은혜의 무거움을 알 수 있을까? 영화 속의 광인은 꼭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Copyright(c) 2012 http://bible25.bible25.com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