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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120]
 
 
 
     
 
 
 
작성일 : 21-07-23 23:13
   
오나라 오나라
 글쓴이 : dangdang
조회 : 225  
   http://www.dangdang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5879 [139]

 

 

오나라 오나라

 

지난 주 월요일 장모님께서 하늘나라로 가셨습니다. 제가 장모님을 특별하게 생각하는 것은 저와 맺은 천륜 때문만은 아닙니다. 고인께서는 경남 함안 최고 부잣집의 외동딸로 태어나셨는데 일본 유학까지 다녀오신 장모님의 아버지는 가산을 탕진한 후 일찍 돌아가셨고 그 후 어머니마저 잃은 장모님은 홀로 상경해서 제 장인 어른을 만나셨습니다.

 

장모님은 매사에 거침없이 힘찬 분으로 머리가 매우 좋으셨고 미모 또한 출중하셨습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굉장히 까다로우셨고 자존심과 애착이 매우 강한 분이셨습니다. 짐작컨대 대를 이은 부잣집 이라는 집안 내력과 혼자의 몸으로 견뎌 내기에는 너무나도 거칠었던 인생의 풍파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일찍 발견했더라면 완치할 수 있었던 암을 그렇게 늦게 발견하게 된 것도 스스로에 대한 완고한 믿음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목사인 저 조차 놀라웠던 모습은 막상 암을 받아들이시고는 그 누구보다 더 담담하고 평안하게 생의 마지막 나날들을 보내셨다는 것입니다. 한복이 너무나 잘 어울리셨던 장모님은 드라마의 안방마님 같으신 분이셨고 전문가에 버금가는 한국 무용 실력을 늘 자랑스러워 하셨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우리 곁을 떠나셨습니다.

 

워낙 사람을 곁에 두지 않는 분이라 생전에 사위 노릇을 제대로 해 볼 기회도 그리 많지 않았지만 세상을 떠나시기 전 몇 주 동안 드시고 싶은 음식들을 요양원으로 가져다드릴 수 있었던 것은 장모님과 저의 마지막 추억이 되었습니다. 어느 날에는 미나리와 함께 새콤하게 무친 광어회가 드시고 싶다고 해서 아직 장사를 시작하지도 않은 횟집에 사정을 해서 가져다 드린 적이 있었는데 이제는 그 음식만 보면 장모님 생각이 날 것 같습니다.

 

비록 독실한 크리스천은 아니셨지만 장모님은 매우 영적인 분이셨습니다. 장모님이 저를 처음 보셨던 것은 제가 대학교 3학년이었을 때였습니다. 당시 저는 대학 동아리 합창단을 지휘했고 노래를 잘했던 제 아내는 어느 공연에서 오 해피 데이!’의 솔로를 맡았는데 바로 그 날 장모님을 초청한 것이었습니다. 그 때 저는 아내와는 눈인사만 겨우 하는 사이였습니다. 그 후 저는 군대를 다녀와서 졸업을 했고 4년여가 지난 어느 날 어렵사리 저와의 결혼 이야기를 꺼내려던 아침에 장모님께서는 훗날 제 아내가 된 딸에게 먼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몇 년 전 그 음악회에서 지휘하던 학생은 지금 뭐하니?”

 

장모님을 요양원에 모신 후 차마 아내 앞에서는 말을 꺼낼 수는 없었지만 조용히 장모님과의 이별을 준비해야만 했습니다. 작은 교회를 담임하거나 부목사 생활을 전전하느라 사위랍시고 외적으로 자랑스러운 모습을 보여드린 적이 없었기에 막연한 생각으로 장모님의 장례를 목사인 제가 집례하면 더 의미 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물론 말도 안 되는 생각이었지요. 그런데 장모님께서는 친족 외에는 문상객을 받을 수 없는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가 시작하는 날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문상객 없이 매우 조용하고 평온한 가운데 돌아가신 분께 집중하며 장례를 치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곱게 다린 하얀 까운을 입고 장례의 순서 순서를 집례 했습니다.

 

장모님과 그의 한 평생을 함께 살았던 강아지 리지는 주인보다 몇 주 전에 먼저 세상을 떠났습니다. 마지막을 보내셨던 요양원 방에서 낯익은 작은 CD 오디오가 눈에 들어옵니다. 제 아들이 크레파스로 여기저기 색칠을 해 놓은 그 것을 매우 아끼셨는데 요양원에까지 가지고 가셨나봅니다. 눈물을 삭이며 유품을 정리하던 중 문득 어머니께서 마지막으로 들으셨던 음악이 무엇이었을까 궁금해서 이젝트 버튼을 눌러봅니다. 스르르 열리며 한복을 곱게 입은 여인이 저를 바라봅니다. 우리의 영원한 장금이, 이영애입니다.

 

오나라 오나라 아주오나

가다라 가다라 아주가나

나나니 다려도 못노나니

아니리 아니리 아니노네

헤이야 디이야 헤이야 나라니노

오지도 못하나 다려가마

 

오라고 오라고 한다고 정말 오시겠는가

가라고 가라고 한다고 정말 가시겠는가

한없이 기다려도 함께 어울리지 못하니

아니리 아니리 역시 아니로구나

헤이야 디이야 헤이야 나라니노

오지도 못하니 나를 데려가 주십시오

 

이 노래의 가사는 우리말 고어로 써졌기에 현대어로 해석을 해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작곡가 임세현은 이 노래가 임금을 향한 궁녀의 애절한 마음을 표현한 것이라 했는데 장모님은 왜 이 노래를 선택하셨으며 죽음을 맞이하는 침상에서 홀로 이 노래를 들으며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요? 어린 장금이와 같이 티 없이 해맑았던 부잣집 애기씨 시절을 추억하셨을까요? 아니면 너른 무대에서 꽃단장을 하시고 넘실넘실 춤을 추시는 모습을 상상하셨을까요? 그나저나 전주의 단소 소리는 어찌하여 이토록 아름답고도 구성진 것이며, 흥겨운 것으로만 알았던 이 노래는 원래 이토록 슬픈 것이었던가요?

 

오나라 오나라 아주오나...’ 장모님께서 그토록 기다리셨던 것은 삶과의 완전한 화해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오라고 해도 오지 않고, 그렇다 해서 가라고 해도 함께 어울리지도 못한 채 생의 주변을 맴돌기만 하는....그래서 결국, 차라리 나를 데려가 달라며 모든 것을 내려놓고야 말 즈음... 그제서야 살며시 어깨를 내어 주는 ...

 

그래서 이 노래가 오늘따라 그토록 슬피 들렸나봅니다.

어머니, 이제 만나셨던가요?

편히 쉬세요...

감사하고 죄송하고 사랑합니다.

 

https://youtu.be/zNe2fVqqY8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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