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도시산업선교회는 존치되어야
인류는 오랜 삶을 통해 다양한 유산을 남겨오고 있다. 문화와 예술, 건축(물)과 구축물 등이 대표적이다. 유산, 유물은 인간이 살아오며 자연과 연관되거나 자연 또는 인공 형태로 오래 된 것이며, 유적(遺蹟)은 과거 인류가 남긴 잔존물로, 형태가 크며 위치를 변경시킬 수 없는 신전, 고분, 주거지, 거석기념물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유네스코는 세계 유산(유네스코 世界遺産, UNESCO World Heritage Site)을 제정하여 세계에 산재한 다양한 인류의 소중한 문화 및 자연 유산을 보호하기 위해 지정해 오고 있다. 1972년 11월 제17차 정기 총회에서 채택된 세계 문화 및 자연 유산 보호 협약"에 따라 정해졌고, 세계 유산 목록은 세계 유산 위원회가 전담하고 있다. 세계 유산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가지는 문화유산과 지구의 역사를 잘 나타내고 있는 자연 유산, 그리고 이들의 성격을 합한 복합 유산으로 구분된다.
우리에게도 선사시대, 고조선, 삼국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 대한제국 등 각 시대별로 다양한 유적과 유물을 지정하고 우리의 문화 예술로 자량하고 배우고 있다. 이후 일제의 만행 등을 나타내는 유물, 유적과 근대화, 산업화 그리고 민주화의 긴 역사적 도정에서 기억해야 할 사건과 시설, 건축물 등을 문화,역사 유적(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후대에 배우고 기억하게 한다. 그런 사건과 시설, 건축물 등 사물에 대한 인식과 가치는 사람에 따라 달리 이해할 수 있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것들이 인간의 보편적 가치와 인권, 인간 존중을 지향하는가 그리고 나라와 민족의 공동선과 공존을 지향하는가 더 나아가 기독교 등 종교적 가치와 지향점에 부합하는가 등이 중요한 판단의 준거가 되어야 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근래 인천도시산업선교회가 속절없이 사라질 위기에 있어 지역문제가 되고 있다. 인천도시산업선교회(현 미문의 일꾼교회)가 재개발이라는 명분으로 화수화평재개발 구역 내 철거 대상으로 계획되어 있기 때문이다. 인천도시산업선교회는 우리의 엄혹한 군사 독재시대에 열악한 노동현실을 드러내고 개선하려는 의미 큰 운동의 산실이다. 민주화의 산실이요, 노동운동의 산실인 공간이 단순한 인천 화수‧화평지구 재개발 사업의 희생양으로 사라질 위기에 쳐해 있다는 점이다.
인천도시산업선교회는 1962년 인천의 화수동에 초가집을 매입하여 노동자들의 고단하던 삶을 위로하고 노동자들의 권리의식과 인권을 함양하는 선교기관으로 출범하였다. 미국감리교회의 조자 오글 목사가 ‘약한 것을 강하게’라는 슬로건 하에 많은 노동자 동아리를 만들어 노동자로서 삶과 권리의식을 깨우쳐 70년대에 동일방직, 삼원섬유, 한국기계, 대성목재, 반도상사 등의 노동자들이 민주노조를 만들고 민주적인 의식을 깨우치는데 역할을 다 하였다.
또한 군사독재정권에 의해 죄없이 희생된 인혁당 희생자들의 무고함과 억울함을 국제사회에 알려 대한민국 인권신장에 앞장섰고 무고한 시민들의 인권보호를 위해서도 의연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되고 있다. 동시에 이곳에서 조지 오글 목사, 조화순 목사, 황영환, 김근태, 최영희, 인재근 등 민주인사들이 희생적으로 일했던 곳이며, 수많은 민주인사들과 약한 노동자들이 기댈 수 있는 ‘최후의 피난처’역할을 하며 대한민국의 민주화와 인권신장 ,민주 노동운동의 한 역할을 담당한 곳이기도 하다.
도시의 지역개발과 도시민의 정주여건 개선을 위해 도시의 재개발은 필요한 사업이기도 하다. 다만 이런 사업은 거의 모든 경우 기존의 의미와 역사적 평가 그리고 관련 조직과 직,간접 당사자들의 의견과 미래지향적 가치 등을 고려해 조정되고 결정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도 일제시대 31운동의 만세운동이 전국 각처에 발생함을 각 지역에서 유적을 세워 기록하고 정신을 계승해 오고 있으며, 산업화 관련 여러 지역에서도 관련 유적, 건축물을 건립, 보전해 오고 있다. 민주화 이후 부마민중항쟁, 518 광주민주항쟁 관련 유적, 남영동 대공분실의 보전 등 다양한 시설, 유적으로 관련 정신의 계승, 발전을 이어오고 있다.
인천도시산업선교회는 2009년 9월부터 민주화 관련 유산이자 노동 산업유산인 인천도시산업선교회 건물을 존치해 달라고 조합측에 의견서를 냈고, 2019년 12월에도 인천시, 인천동구청, 조합 측에 같은 내용의 진정서를 보낸바 있다. 이후에도 공식기자회견과 담당기관장 면담을 통해 존치의견을 개진하였다. 지방 정부는 이에 대한 아무런 개선이나 변화 없이 기존의 철거 입장만 되풀이 되고 있다가 2021년 5월 26일 인천시 도시계획심의위원회에서 사업승인이 일시 보류된 상황이다.
‘역사를 기억하지 못한 자, 그 역사를 다시 살게 될 것이다’(The one who does not remember history is bound to live through it again. 조지 산타야나 (George Santayana, 에스파냐 출신의 미국 철학자)란 말은 역사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회자된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문자를 갖고 과거의 경험과 지혜를 기록하고 배우고 그것을 조직의 집단지성으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기본적 문화, 경험 자산으로서 역사 유적, 문화 유물은 보호할 중대한 논거와 가치를 갖는다. 세계 여러 문화 선진국들과 달리 우리는 기록에 약하다 또는 관련 자료나 유물의 보존에 노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경우가 많다. 인천광역시와 관련 구청은 인천이 갖는 근대화 유적 등과 같이 민주화, 산업화 관련 유적의 보전에 적극적 자세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인천에서 역사에 의미 크고 가치있는 소중한 ‘민주 인권 유산’이며 ‘노동 산업유산’인 인천도시산업선교회를 존치하도록 전향적인 방안이 모색될 필요가 크다.
김홍섭 교수

도시산업선교회의 옛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