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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121]
 
 
 
     
 
 
 
작성일 : 21-06-16 23:42
   
제 2차 풀과의 전쟁
 글쓴이 : dangdang
조회 : 161  
   http://www.dangdang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5692 [126]

 

2차 풀과의 전쟁

 

나는 요즘 밭매는 아낙으로 지내고 있다. 한날은 참깨 헛골을, 한날은 콩밭 헛골을, 또 한날은 밭의 가장자리를 부지런히 살피고 있다. 해가 어느 정도 떨어져 산 그림자가 밭에 드리워질 때 즈음해서 몸은 저절로 하던 업무를 정리하고 밭으로 향할 준비를 한다. 며칠 전 장터에 가서 산 삼천원짜리 창 넓은 모자를 쓰고 그 위에 밀짚 모자를 더 얹는다. 팔뚝까지 토시로 덮고 장갑을 낀다. 그리고 장화를 신는다. 모자와 토시는 자외선 차단 역할을 하는 것이요, 장갑은 거친 흙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함이며, 장화는 뭇 곤충들의 공격에 대비함이다. 물론 이렇게 차려입는다 해도 틈새를 파고드는 햇볕과 흙먼지와 날벌레들로 매해 여름날이면 노화의 지름길을 지나가야 한다. 이렇게 농사 패션을 차려 입은 뒤 호미와 낫을 들고 밭으로 향하면 풀과의 전쟁이 시작되는 것이다.

 

지난번 1차 풀과의 전쟁을 한바탕 치러내고 땅바닥에 바짝 엎드려 있던 풀들에 나는 신이 났다. 예초날이 지나갈 때마다 코끝에 전해오는 강한 풀향이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게 해주었다. 그 이후로도 수시로 예초기를 돌렸다. 그러나 올해들어 유난히 주마다 비가 내리는 통에 풀들도 역시 나만큼 신이 나는 듯 보였다. 쓰러지면 다시 일어날 기력을 매주 공급받고 있으니 다른 일거리로 잠시 방심을 한 사이 내 시야에 내 손가락 만큼이나 어느새 올라온 풀들이 그 증거다. 다시 올라온 풀들은 지난번보다 굵고 억세다. 더 강하게 무장을 하였다는 것이다. 그만큼 해가 길어져 여름의 한가운데로 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내가 느낀 승리의 함성은 저절로 한숨으로 바뀌어간다. , 나는 언제 풀들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그러나 방심도 금물이요, 한숨도 의미없다. 자유는 쟁취하는 것이니 넋놓고 있을 바에는 어떻게 해서라도 몸을 움직여야 한다. 저항의 무기는 호미와 낫과 예초기다. 더욱이 올해는 작년보다는 힘이 남았다. 재작년과 작년 두 해 동안 갱년기에 접어들면서 몸의 변화가 시작되어 두 해는 무얼 해도 힘이 안나고 무얼 해도 힘에 부쳤다. 그런 연유로 농사에 농자도 떠올리기 싫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작년에 엄청난 비로 여름 내내 농사에 손을 놔도 용서가 되는 해여서 조금이나마 위안과 쉼을 얻었다. 그러던 것이 올해는 힘이 좀 붙었고, 무리하게 무식하게 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 농사란 것이 단박이 아닌 끈기와 인내를 가지고 해야 하는 것이기에 그 리듬에 나도 이제는 맞춰가고자 한다. 이 정도면 어느 정도 양아치 농부의 닉네임을 슬그머니 내려놔도 될 것이다.

 

그렇게 늦은 오후 한두 시간 정도 밭에서 시간을 보낸다. 참깨와 콩에 복토를 하는 것도 있지만 헛골에 무성히 자란, 내 무릎까지 올라온 풀들을 베는데 힘을 다하고 있다. 하루에 두세골 정도 베어낸다. “슥싹슥싹낫에 베어지는 풀소리가 시원하다. 키가 큰 풀들은 아직 습을 머금고 있어 손으로 뽑으면 쉽게 뽑힌다. 베어지고 뽑은 풀들을 헛골에 가지런히 누이면 밤새 이슬을 머금다가 다음날 아침 동쪽으로부터 해가 찬란히 떠오를 때 이슬은 날라가고 한낮이면 바짝 말라버린다. 멀리서 그것을 바라보면 마치 마른 짚을 깔아놓은 듯 보인다. 풀이 땅의 습기 증발을 막아주는 역할을 해주니 일석이조가 아닐 수 없다. 이런 노동을 아직 며칠 더 해야 한다. 마지막 헛골의 풀 베는 일이 끝나면 다시 처음 헛골로 돌아가 똑같은 일을 시작해야 할 것이다. 여름날 풀 자람새는 베고 나서 뒤돌아보면 다시 그 자리에 그대로 올라오는 풍경이 재현되는데 8월 처서 전까지 반복 학습을 하다보면 그제야 자유를 얻을 수 있다. 저항의 애씀, 전쟁의 고단함이 여름내내 묻어나긴 하지만 앞서도 말했듯이 올해의 나의 몸은 천하무적은 아니더라도 앞으로 몇 번은 예초를 하기에는 그나마 괜찮다는 것이 감사한 일이다. 체력은 국력이란 말은 농사에도 적용될 수 있는 말이다. 그러기에 해가 서산으로 완전히 떨어져 그 빛이 어스름함만 남을 때 집으로 돌아오면 거의 830, 그때서야 나는 저녁을 먹는다. 밭에서 갓 뜯어온 상추와 깻잎에 고추장과 된장을 얹어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다. 이 저녁상으로 풀과의 전쟁을 잠시 내려놓고 쉼을 얻는다. 다음날의 출정을 기다리며

 

황은경/농촌선교훈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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