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박한 모습 속에 감추어진 쫀득함의 매력 감자옹심이
내가 감자옹심이를 처음 먹은 것은 첫 목회지였던 강원도 양양의 전통시장 안에 있는 옹심이집에서였다. 태어나서 처음 먹어본 감자옹심이의 투명하면서도 쫄깃한 식감과 구수하고 담백한 국물의 맛, 그리고 함께 곁들여먹는 열무김치와 무채김치의 어울림은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 20년 전의 일이다.
최근 딸의 추천으로 이천의 유명한 옹심이집에 간 적이 있다. 옛 추억을 떠올리며 기대하고 갔지만 실망하고 말았다. 그 옛날 먹었던 쫄깃쫄깃한 옹심이의 식감이 아니었다. 색깔도 감자떡 같은 거무스름하면서 반투명한 색이 아니고 흰색이었다. 육수도 내가 기대한 맛은 아니었다. 하지만 점심때 가면 번호표를 받고 한참을 기다려야 할 정도로 손님은 엄청 많았다.
그 다음날 또 다른 옹심이집을 발견하게 되어 가보았다. 먼저 간 집보다는 오픈한지 얼마 되지 않은 집이었지만 쫄깃한 식감의 옹심이와 구수한 들깨가루의 향이 깊게 느껴지는 국물 맛은 20년 전 양양에서 먹었던 그 맛이었다. 사람들의 입맛과 맛의 기준은 참 다른 것 같다.
옹심이는 감자를 갈아 건더기와 수분을 분리한 뒤 건더기를 수분 아래 가라앉은 전분앙금과 섞어서 반죽해 동그랗게 만든 요리로 강원도의 향토음식이다. 강원도에 감자가 유명한 이유가 있다. 강원도에는 해발 600미터 이상의 고랭지가 많고 일교차가 커서 감자가 크는데 적합한 환경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온이 서늘하고 밤낮의 기온차가 크면 감자의 녹말성분이 많아지는데 이 녹말 성분이 많을수록 감자는 더 풍부한 맛을 갖게 되기에 강원도 감자가 유명하고 맛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옹심이란 이름이 붙은 것일까? 새알처럼 빚어서 끓여 먹기 때문에 새알심의 강원도 사투리인 옹심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다. 새알심’은 팥죽 속에 넣어 먹는 새알만한 덩어리로, 찹쌀가루나 수수가루로 동글동글하게 만든 것을 말한다. 하지만 우리가 음식점에서 접하는 감자옹심이는 새알심처럼 작고 동글동글하지 않다. 이유는 만드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빨리 익히고 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수제비처럼 얇고 크게 떼어 만들거나 투박하게 적당한 모양으로 덩어리를 만들어 끓이기 때문이다. 조리 과정에서 빨리 익히고 먹기 편하도록 하기 위해 가게마다 만드는 방법이 약간씩 달라진 것이다.
집에서도 그리 어렵지 않게 옹심이를 만들 수 있다. 먼저 껍질을 벗긴 통감자를 강판에 곱게 갈아야 한다. 중요한 것은 강판에 갈아야 쫄깃한 옹심이를 만들 수 있다. 강판에 간 감자를 약 20분간 체에 밭쳐서 건더기와 수분을 분리한다. 배보자가를 이용하여 건더기와 수분을 분리할 수도 있다. 20분 후 분리한 수분의 웃물을 버리면 아래에 하얀 앙금이 모아져 있는데 이것이 감자전분이다. 바로 이 전분을 걸러둔 감자 건더기와 섞어서 반죽한 뒤 옹심이를 만든다. 믹서로 갈면 섬유질이 파괴되어 앙금분리가 되지 않는다. 강판으로 갈아야 녹말도 나온다.
육수는 멸치와 다시마를 1시간 이상 끓여서 준비한다. 호박, 표고버섯, 마늘, 고추 등을 채 썬 것과 함께 김가루, 깨소금, 황백지단 등의 고명도 만든다. 육수가 끓으면 옹심이를 넣고, 옹심이가 익어 떠오를 때 채를 썬 재료를 넣어 함께 끓이며, 국간장과 소금으로 간을 맞춘 후 그릇에 담은 뒤에는 고명을 얹는다. 큰 감자 4개면 5인분을 충분히 만들 수 있다.
다가올 여름에 감자를 먹어야 하는 이유가 있다. 감자에는 비타민C가 풍부하다. 채소나 과일 속 비타민C는 가열할 경우 쉽게 파괴되지만 감자는 비타민C가 전분에 둘러싸여 있어서 가열 후에도 파괴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감자에는 칼륨이 풍부해서 체내에 염분을 조절해서 균형을 이루게 해 주기 때문에 신장질환자나 고혈압 환자에게 큰 효과가 있다. 감자의 풍부한 전분과 찬 성질 때문에 위산과다나 손상된 위를 회복하는데 도움을 준다.
메밀 칼국수와 함께 넣어 삶은 뒤 참깨와 김 등 양념을 해 먹기도 하는데, 열무김치나 무생채김치왜에도 깍두기나 갓김치를 곁들여 먹으면 더욱 맛이 있다. 사실 옹심이만 준비되어 있다면 김치찌개나 미역국, 각종 전골이나 라면, 떡볶이에 사리대용으로 넣어도 잘 어울릴 것이다. 한 번도 안드셔보신 분들은 꼭 한번 드셔보길 바란다.
임석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