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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1-05-11 00:07
   
《노매드랜드》 (Nomadland, 2020)
 글쓴이 : dangdang
조회 : 190  
   http://www.dangdang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5476 [161]

  

노매드랜드》 (Nomadland, 2020)

이진경 목사의 영화일기

 

이따금씩 영화는 사회에 심대한 영향을 끼친 실제 사건, 혹은 그 사건으로 인한 여파 등을 영화의 주제나 배경으로 삼곤 한다. 클로이 자오 감독의 노매드랜드역시 그런 영화에 속할 것이 분명하다. 영화가 배경으로 삼고 있는 2011년은 미국 사회를 뒤흔든 2008년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여파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흥미롭게도 주택담보대출을 의미하는 모기지’(mortgage)라는 영어단어는 프랑스어 죽음(mort)과 역시 고대프랑스어인 서약(gage)을 합쳐서 만든 말이다. 서약이란 늘 목숨을 걸고 행해야 했던 옛 전통에서 만들어진 말이었겠지만, 역설적이게도 이 말은 주택담보대출의 붕괴가 가져다 준 현재의 비극적 사태를 가장 잘 설명해주는 어원이 되고 말았다.

 

미국 네바다주의 엠파이어라는 도시는 석고보드를 만드는 공장으로 인해 형성된 도시다. 그러나 집값의 폭락과 부동산담보대출의 붕괴는 건축 재료를 생산하는 공장의 폐쇄로 이어졌고, 공장의 폐쇄는 다시 도시 자체의 폐허화로 이어진다. 처음 자막에서 영화는 엠파이어라는 도시의 우편번호가 사라져버렸다고 담담히 전한다. 우편번호의 사라짐과 함께 실질적으로는 도시 자체도 사라져버린 것이다. 그리고 영화는 직장과 집을 잃고, 하나 남은 차를 집 삼아 도시를 떠나는 여인을 보여주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 영화에는 원작소설이 있다. 제시카 브루더의 동명 원작소설 노마드랜드‘21세기 미국에서 살아남기라는 부제와 함께 경제적 파국을 맞은 새로운 계급, RV 차량을 타고 다니며 대륙을 유랑하는 신 유목민의 상황과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 논픽션 소설은 르포르타주 형식을 취하며 미국사회에 새롭게 탄생한 계급인 유목민 현상과 그 이면에 놓인 자본주의를 비판한다. 하지만 영화 노매드랜드는 이런 성격의 원작을 영화화한 영화라면 당연히 밟을 만한 수순을 밟지 않는다. 영화는 직접적이고 날선 사회비판 대신 한 유목민 여인의 실존적 여행을 카메라에 담고 있을 뿐이다. 그리하여 영화는 원작소설에는 등장하지 않는 창조된 인물인 주인공 펀(Fern)을 따라 흐른다. 중년의 그녀는 이제 막 물리적 안전망인 집을 잃었을 뿐 아니라 정신적 안전망인 사랑하는 남편마저 잃었다. 그리고 노마드의 삶을 향해 떠난다.

 

하지만 이 실존적인 노마드의 삶은 결코 낭만적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그것은 불편하고 구질구질하며 조악하고 위태롭다. 나는 홈리스(homeless)가 아니라 하우스리스(houseless)라며, 즉 가정이 없는 것이 아니라 집이 없을 뿐이라는 주인공의 호기로운 자존감도 그녀의 유목민 삶을 기름지게 만들어주지는 못 한다. 그러나 처음에는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인해 길 위로 몰린 주인공 펀은 점차로 스스로를 길 위의 삶으로 올려놓는 사람이 된다. 그리고 큰 길을 돌아 처음의 자리로 돌아온 펀은 진정한 노마드로 태어나 새 길을 나선다. 끝도 없이 놓인, 목적지로 이끄는 길 위가 아닌 길 자체가 목적인 길 위로.

 

영화가 소설과 다른 길을 걷는다고 해서 엄연히 존재하는 사회적 문제들이 희미해지는 것은 아니다. 평생을 열심히 일했음에도 불구하고 노년에 안정된 쉴 자리조차 얻을 수 없는 유목민, 그들의 존재 자체야말로 회피할 수 없는 비참한 사회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철마다 제공되는 임시 고용을 찾아 대륙을 이동하는 수많은 유목민들의 삶은 존재의 불안과 생존의 위기로 둘러싸여 있다. 영화는 소리 내어 고발하지 않으면서도 말없는 고발은 멈추지 않는다. 매우 특별하게도 주연배우 몇을 제외한 등장인물 모두는 전문배우가 아닌 실제 유목민들이다. 그리고 특정한 줄거리도 없이 유목민으로서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주인공의 흔적을 따라가는 영화는 놀랍게도 수많은 영화제의 최고상들을 휩쓸었다.

 

영화 속 유목민의 삶이 결코 낭만적이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낭만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가끔씩 길에서 마주치며 서로에게 기대는 유목민들은 서로를 위한 낭만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사건보다는 마음을 따라가는 영화를 보면서 그리스도인들의 삶도 결국은 유목민의 삶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성경은 그리스도인의 삶을 나그네 삶이라 표현하지 않던가. 저 멀리 떠나 온 고향을 마음속에 두고 이방인으로 정처 없이 길 위를 떠도는 나그네의 삶, 그 길 위에서 주님을 만나 함께 걷는 삶, 이런 삶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그리스도인들이 살아가야 할 삶의 모습이지 않을까?

 

여러분은 나그네 삶을 사는 동안 두려운 마음으로 살아가십시오.”(벧전 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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