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방문기
한주간도 안녕하셨습니까? 지난주에 저희 가족은 몽골을 방문하고 왔습니다. 저는 10년 전 교육전도사 시절 두 차례 몽골에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그 시절 모습을 상상하고 간 울란바토르 시내는 10년 전의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변해 있었습니다. 빌딩과 아파트, 다양해진 식료품, 자동차 등 많은 것이 10년 전보다 풍부해 보였습니다. 그리고 현지에서 사역하고 있는 목사님의 안내가 있어 더 잘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사막과 초원을 방문하면서 만난 몽골의 소와 말들은 초원에서 자유롭게 풀을 뜯으며 갈비뼈가 보이도록 건강함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원래 소와 말은 갈비뼈가 보여야 건강한 것이라고 합니다. 양과 염소도 이리저리 다니면서 자유롭게 풀을 뜯고 있었습니다. 도로를 끼고 양 옆으로 초원이 끝없이 펼쳐져 있으니 무리지어 다니며 풀을 뜯는 동물들을 이동하는 내내 볼 수 있었습니다.
사막에서는 비가 내린 후 마치 손에 잡힐 듯 가까이에 쌍 무지개가 떠올랐습니다. 밤에는 쏟아질 듯 아름다운 별들이 떴다고 하는데 저는 그만 깊이 잠들어 버려서 보지 못했습니다. 아이들은 사막에서는 낙타를 타고 초원에서는 말을 탔습니다. 6명의 아이들이 함께이다보니 싸웠다가 놀았다가를 반복하면서 함께하는 그 자체가 재미였습니다.
저희를 안내한 목사님이 계신 신학교 방문은 아이들 없이 어른들만 갔습니다. 외지에서 온 사람들이 정착했다는 동네의 한 가운데 신학교 건물이 있었습니다. 20여명의 몽골 학생들이 그곳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열심히 신학을 공부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 사모님이 사역을 하고 있는 NGO 기관에도 방문을 했습니다. 겨울이면 난방이 되지 않고 수도도 들어오지 않는 열악한 환경에서 부모의 돌봄을 받지 못하는 어린이들을 위해 작은 공간을 마련하고 식사 및 돌봄을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사모님은 사례가 전혀 없었고 적은 금액의 후원금으로 아이들을 섬기고 있었습니다. 현장을 돌아본 후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좀 더 나은 환경에서 돌봄을 받을 수 있을지 먼 이국땅의 아이들 생각에 제 머릿속도 복잡합니다. 할 수 있는 것이 없어서 더 안타깝습니다.
몽골의 부흥하고 있는 교회로 단기선교를 가서 전도활동을 돕던 10년 전에는 그저 많은 아이들이 교회 여름성경학교에 참석하여 예수님을 만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그런데 이번 방문에서는 아이들의 현실을 알고 그 아이들의 허기를 먼저 달래 주어야 예수를 만날 마음의 여유가 생길 수 있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배고픈 아이에게는 먼저 밥을 주어야 하고, 아픈 아이는 먼저 약을 주고 보살피고, 보모의 정이 그리운 아이는 먼저 안아준 후, 그 모든 것이 그리스도의 사랑임을 알려주어야 예수님이 누구신지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올해 2월의 독립운동가로 선정된 이태준선생 기념공원에도 다녀왔습니다. 이태준은 세브란스병원 의학교에 재학 중이던 시절 안창호의 권유로 항일비밀결사단체인 신민회의 자매단체 청년학우회에 가입했고, 105인 사건으로 중국 남경을 거쳐 몽골로 망명했습니다. 그는 울란바토르에 병원을 개업하여 전염병 퇴치에 큰 공을 세우게 되어 몽골의 마지막 왕인 보그드 칸 8세의 어의가 되어 큰 신임을 얻게 되었습니다. 이태준은 이런 신뢰를 바탕으로 각지의 애국지사들과 긴밀한 연락관계를 유지하면서 주요한 비밀 항일 활동에 큰 공적을 남겼습니다. 중국과 몽골을 오가는 독립운동가들에게 숙박과 교통을 제공하고, 독립운동자금을 제공하거나, 독립운동자금 운송에 깊이 관여하였고, 의열단에 가입해 러시아의 우수한 폭탄제조자인 마자르를 소개해 체계적으로 항일운동을 할 수 있도록 기여했습니다. 그러나 몽골 울란바타르를 점령한 러시아 백위파 군대에 의해 38세의 젊은 나이에 교살당하고 말았습니다. 이태준 선생의 기념관을 둘러보는 동안 1923년 일어난 황옥경부 폭탄사건을 다룬 영화 ‘밀정’이 생각났고 이 땅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독립지사들의 삶에 다시 한 번 감사하게 되었습니다.
百聞不如一見, 이번 몽골 방문을 통해서 감사해야 할 것이 무엇이고 해야 할 일이 무엇이며 꿈꾸어야 할 미래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먼 이국땅에서 낮선 사람들, 낮선 언어, 낮선 문화를 익히고 한 영혼의 구원을 위해 고된 삶을 달게 받아들이는 선교사와 그 가족들에게 하나님의 위로하심이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영광이 사막의 밤하늘을 뒤덮은 빛나는 별처럼 몽골 전역에 떠오르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홍지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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