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이야기...왕과
조금 낯설고 생뚱맞은 이름입니다. ‘쥐참외’라는 이름이 있지만 하늘타리의 열매도 쥐참외라 불리어서 그런지 보통 약재명 ‘왕과’로 부릅니다. 예전에는 논둑, 밭둑에도 많았다는데 깔끔하게 경지정리가 된 것이 원인인지 점점 자취를 감추어 요즈음에는 알려진 몇몇 군데로 일부러 찾아가야 만날 수 있게 되었지요. 찾아볼 수 있는 자료가 극히 적지만 거기에 분명 자웅동주(雌雄同株)라 적혀 있습니다. 하지만 두해를 찾아가 살펴봐도 암꽃은 볼 수가 없었습니다.
꽃이 노랗습니다. 그냥 ‘노랗다’고 이야기하기엔 성에 안차는 오묘한 노란빛입니다. 투명하지도 그렇다고 투박하지도 않은 얇디얇은 꽃잎과 그 꽃잎이 찢어지지 않을 정도로만 깊게 새겨진 주름은 들여다볼수록 매력만점입니다. 바람결대로 살짝 말려 올라간 제멋대로인 꽃잎 끝자락... 또 온몸에 돋아있는 가늘고 고운 털들은 보기에도 아까울 정도로 곱습니다. 가늘고 긴 덩굴손도 빼놓을 수 없지요.
제일 뜨거운 한여름 뙤약볕 밑에서 꽃을 피웁니다. 꽃에게는 열매를 맺어 다음 세대를 이어간다는 분명한 목표가 있을 터인데 수꽃만 보이니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주로 인적이 끊어진 폐허나 구석진 곳에 있어 관심을 끌지도 못하니 쉽지는 않겠습니다. 다행인 것은 암꽃 있는 곳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입니다. 제 힘으로는 어쩌지 못하나 우리 꽃을 아끼는 분들이 그 방법을 찾아내리라 믿습니다. 보탬이 되는 방법도 생각해봐야겠습니다.
류은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