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이야기...솔나리
솔나리에게는 알고 있는 어떤 형용사도 붙여주고 싶지 않습니다. 그저 다른 나리들과 다르다고만 얘기하고 싶네요. 잎 모양, 빛깔, 사는 곳,,어느 것 하나 비교할 수가 없습니다. 꽃을 그리워하기도 하는구나,그리워할 수도 있구나.,,그런 것을 가르쳐준 꽃입니다.
이름이 솔나리인 까닭은 잎이 소나무 잎을 닮아 삐죽삐죽 해서지요. 첫 만남때 제일 먼저 한 것이 잎을 만져보는 것이었어요. 생긴 것 보다 훨씬 부드럽습니다. 쓸어보던 그 느낌이 아직 손에 남아있답니다. 솔나리는 또한 어떤 꽃도 감히 넘보지 못할 정말 남다른 빛깔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나리의 여왕’이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가 단지 잎과 꽃빛깔이 달라서 일까요?
나리를 구별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꽃이 하늘을 보고 있으면 하늘나리, 땅을 보고 있으면 땅나리, 그 중간쯤 되면 중나리입니다. 중나리 중에 줄기에 털이 나있으면 털중나리구요 말나리는 줄기 아래쪽에 커다란 잎이 돌려나지요. 솔나리 피는 때가 장마철이어선지 세 번째 만났지만 밝은 햇살아래 있는 솔나리를 담지 못했습니다. 올해는 장대비가 쏟아지고 있는 깊은 산속에서 마주쳤는데 젖어있는 솔나리는 유혹적이기까지 했습니다.
숲에 들 때는 나도 모르게 심호흡을 합니다. 설레임 때문일꺼라는 생각이 들지만 기대하는 만큼 조심스러워서라는게 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 마음을 비우려는 몸짓이기도 할테지요. 그렇게 담아오는 들꽃들 입니다. 글 한줄 끄적이거나 읽으면서도 교훈을 머리에 떠올리는 강박관념이 꽃이야기에서만은 저만치 멀어지기를 바랍니다.
류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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