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주일을 보내며

나는 솔직히 말해 올해 5월이 정말 못마땅하다. 첫 주일부터 그랬다. 열심히 어린이주일을 준비하고 치러내는 부목사에게 애매히 화를 내고 힘들게 할 뻔했다. 왜냐하면 무언가 방향이 잘못되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아동부와 유치부를 맡고 있는 우리 부목사는 올해도 열심히 아이들의 선물을 준비하고 먹을 것을 마련하여 성대한 어린이주일 잔치를 벌였다. 예전처럼 아이들이 많이 모이지도 않고 교회에서 주는 선물이나 먹을 것이 아이들을 그리 기뻐 뛰게 하는 것도 아니어서, 안쓰럽게 애를 쓰며 열심히 준비하는 부목사와 부장들을 나무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나 뭔가 ‘이건 아니잖아?’ 하는 마음을 거둘 수가 없었다. 아이들에게 준 선물이라며 유치부와 아동부에서 목양실로 선물을 하나씩 가져왔을 때 나는 참지 못하고 불평을 말할 뻔했다. 좋은 얼굴은 아니었으니, 부목사는 왜 그런가 했을 것이다.

오늘날 교회의 신앙교육은 길을 잃어버리지 않았는가 싶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확신하지 못하고, 그냥 자꾸 교회를 떠나가는 어린이들 눈치를 보면서 어떻게든 ‘잘해주어서’ 떠나지 않게 하려고 애쓰는 형편이다. 그러다보니 아이들에게 잘해주려고 어떻게든 힘쓰는 것과 그래도 일반 사회교육에 못 미치는 교육환경과 부족한 교육과정 때문에 미안해하고 힘들어하는 것, 이 둘(힘쓰는 것과 힘들어하는 것) 사이에 교사들과 교육담당 사역자들이 놓여있는 것 같다. 이번 어린이주일도 아이들을 야외로 데리고 가서 예배드리려다가 5월 마지막주일에 전교인야외예배가 있으니 그때 나가기로 하는 바람에 그냥 교회에서 예배드렸다. 그러자 선물보따리 안겨주는 것 말고는 이렇다 할 내용이 없는 날이 되고 말았다.

자료를 찾아보니 어린이주일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1856년 미국의 메사추세츠주 첼시의 제일 유니버설리스트교회 목사이던 찰스 레나드는 ‘기독교 생활에 대한 어린이들의 헌신을 위해, 아이들을 기독교 양식으로 양육하는 데 대한 부모 및 보호자들의 재헌신을 위해’ 어린이주일을 제정하였다. 1867년 볼티모어에서 열린 유니버설리스트 대표자 회의에서 ‘우리의 훈령대로 매년 한 주일을 어린이의 날로 정하여 그날에 부모들이 그들의 가장 귀한 보물을 제단 앞에 데려와 적절하고 거룩한 의식으로서 그들을 주님께 바치게 하는 교회들의 관습’을 권장하면서 그런 일이 이미 보편화되었음을 시사하였다.

그러니까 어린이를 손님처럼 대우하고 즐겁게 해주려고 애쓰는 어린이주일이 아니라, 어린이들을 신앙의 주인공으로 주님 앞에 바로 세우는 어린이주일이었던 것이다. 우리 어린이주일이 둘 중 어떤 날이냐 하는 질문에서 내 불만은 터져 나왔다. 그러나 누구에게 불평할 것인가? 가장 큰 책임이 내게 있는데. 본래 어린이주일의 의의는 전체 교회에서 어린이 스스로 자신의 존재를 하나님께 감사드리며, 하나님과 신앙공동체 속에서 자기 역할을 결단하게 하는 것이고, 부모와 교사는 주의 교양과 훈계와 하나님의 법도로써 가르칠 수 있기 위한 재헌신의 날이다.

정말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교회학교의 현실에서 나의 이런 생각대로 어린이의 자아상과 신앙관이 새롭게 눈이 뜨이고 하나님의 자녀로서 인격형성을 강화하는 어린이주일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 같다. 다음 세대를 위한 기독교교육을 생각하면 눈물이 앞을 가릴 정도다. 그러니 더욱 이번 5월이 불편하다. 어디 좋은 사례, 어린이를 하나님의 사람으로 세우는 멋진 이야기는 없을까?

박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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