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하나님 앞에 선다면
핵에 의한 방사능오염, 석탄화력 발전으로 인한 기후붕괴와 미세먼지, 마구 파헤쳐진 산과 강 등으로, 지구는 심히 고통 중에 있습니다. 우리 인간이 창조주 하나님 앞에서 경외심을 가진 피조물로 존재하지 않고, 자연을 생명 없는 것으로 여기며 지배와 이용의 대상으로만 여겨 왔기 때문입니다. 처음 사람이 죄를 지은 후 그 깨어진 관계를 이어온 탓입니다. 땅은 가시덤불과 엉겅퀴를 내었고 인간은 땀 흘려야만 식물을 취하였습니다. 죄 지은 후로 사람들은 우둔하여져서 자연 속에서 하나님의 뜻(지혜)을 보지 못했고 인간의 지식(선악을 아는 일)에만 의존해 살아 왔습니다.
지금의 위기상황 속에서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창조주 하나님 앞에 다시 서는 일, 관계를 회복하는 일이라 생각됩니다. 다른 피조물들처럼 지음 받았고, 또 그들과 함께 있을 때 참 좋은 존재인 인간으로 말입니다.
그러면 종이 한 장을 보고도, 그 속에 담긴 비와 구름, 나무와 태양을 보고, 산 속의 무수한 벌레들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종이를 종이로만 보는 것과 수많은 생명의 수고와 정성이 담겨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과는 굉장한 차이가 있습니다. 단순히 ‘아끼라’고 하는 것보다, 그 모든 것을 보게 되면 저절로 소중함을 깨달아 돌보게 될 것입니다.
밥을 먹으며, ‘자신 앞에 놓인 음식이 어디서 누구의 손을 거쳐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지’ 보게 될 것입니다. 수많은 관계의 그물망을 그릴 수 있게 되어, 밥상을 차리고 먹는 것이 ‘생명을 먹고 또 생명에 먹히는’, 생명 세상을 여는 일이 될 것입니다.
피조된 인간으로 하나님 앞에 다시 서면, ‘생명이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자연스레 알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지금의 핵에 의한 방사능오염도, GMO로 인한 종자와 밥상의 오염도, 모두 ‘나’의 문제, 아니 ‘나’의 문제까지는 아니더라도 가까운 이웃의 ‘하나님의 자녀’를 향한 신음소리로 듣게 되어 그들에게 필요로 한 도움을 베풀게 될 것입니다. 창조 신앙을 회복하고 다시 하나님 앞에 서서, 지구와 그 안에 거하는 수많은 생명 하나하나가 살아있는 생명임을 느끼고, 자연과 상생하도록 하신 본래의 관계를 회복한다면 말입니다. 비록 서툴지라도 신앙적으로 하나님의 한 형제자매로서의 사랑을 표현하고 실천한다면 지구의 위기 상황은 달라질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일찍이 아씨시의 프란시스는 이러한 관계 회복에 가장 먼저 눈떴습니다. 세상의 모든 만물을 형제자매라 하였습니다. ‘만물의 화해자가 되셨던 그리스도’(골 1:20)를 철저히 따랐던 그가 자연에 대하여 느꼈던 감정들을 우리들이 일깨운다면 지금껏 자행해온 죄 된 행위들을 끊어버릴 수 있을 것입니다. 아니 맨처음 하나님께서 세상만물을 창조하시고 ‘참 좋다’하셨던 그 마음을 우리도 지닐 수만 있다면 상황은 달라질 것입니다.
모든 만물은 하나님의 사랑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또 지금도 하나님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우리도 하나님이 창조하신 것들을 새로이 바라보고 그 이름을 부르며 관계맺음을 시도해야 하겠습니다. 틈틈이 지구 동산의 구석구석을 찾아가 세심히 살피고 ‘좋다’ 하다보면 다시금 창조의 모양과 그 질서를 알아채고, 창조주 하나님 앞에 바로 설 수 있게 되리라 믿습니다. 그 때에 창조주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이 땅과 세상 만물 위에 참 평화를 허락하실 것이라 믿습니다.
유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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