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기송이풀
귀한 꽃들과 만나는 방법은 여러 가지입니다. 친절에 의지해 있는 곳을 알기도 하구요 있는지도 귀한지도 미처 모르고 있다가 우연히 만나기도 하구요 인터넷을 뒤져 가까스로 찾아내기도 합니다. 치밀한 듯한 꽃 지도라도 한걸음이 어긋나면 엉뚱한 결과를 가져오는 산속에서는 오히려 탐험을 방해하기도 합니다. 어림짐작하는 거리에 관한 개인의 느낌도 천차만별이구요. 이 녀석은 전봇대번호를 알고 찾아가 차를 세우고 맨발로 계곡을 건너서 만난 제겐 무척 특별한 녀석입니다.
꽃모양이 남다른 것은 알고 갔으나 막상 만나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특이했습니다. 뱀이 입을 벌린 모습 같기도 하고 날아오르려는 작은 새 같기도 하고 옹기종기 모여 있는 아이들 같기도 하구요. 사는 곳을 보면 참 고급집니다. 깊은 계곡, 물소리 들리는 바위 섞인 경사면..풍광 좋은 곳에 살고 있네요. 원래 빛깔이 분홍이고 드물게 하얀색도 보입니다.
애기송이풀...이름이 붙은 이유는 정설이 없고 추측만 합니다. 송이풀과 비슷하지도 애기처럼 작지도 않으니 말입니다. 일제 강점기 때 개성 천마산에서 발견되어 천마송이풀이라 보고되었고 그 후의 기록에도 천마송이풀로 되어있어 다시 생각해야 하는 이름입니다. 우리나라 고유종이며 멸종위기2급으로 보호해야할 꽃입니다.
연두,초록빛 종류가 이리 많았던가 새삼 감동하는 요즈음입니다. 한가지 푸르른 신록으로 보일때까지만이라도 그 다양함을 느끼며 인정하고 즐기시길 바랍니다. 그 짧은 시간만이라도...
류은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