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사람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그는 새로운 피조물입니다. 옛 것은 지나갔습니다. 보십시오, 새 것이 되었습니다.” 고린도후서 5장 17절에서 사도 바울은 은혜를 따라 성령으로 거듭난 사람을 새로운 피조물이라고 선언한다. 이제까지의 죄의 지배 아래가 아니라 은혜 아래 사는 인간의 존재를 사도는 새로운 창조라고 표현한 것이다. 이것은 분명 영적인 선언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사람의 몸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물질적으로도 새로운 창조를 늘 경험하고 있다.
과학적으로 볼 때 인간은 매 16일마다 신체의 75%가 새롭게 바뀐다. 그 이유는 인간의 몸에서 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나이에 따라 대략 60-85% 정도인데, 건강한 사람의 몸은 매 16일마다 이 물 전체를 완전히 바꾸어내기 때문이다. 더 놀라운 것은 몸을 구성하고 있는 원자의 교체 주기다. 인간의 몸을 구성하고 있는 원자 중 98%는 1년에 걸쳐 새 것으로 교체된다고 한다. 그리고 약 5년을 주기로 인간의 몸을 구성하는 원자는 100% 교체된다. 말인즉슨 우리는 매 5년마다 완전히 새로운 몸으로 변한다는 것이다. 이 사실을 다소 과장되게 문학적으로 표현한다면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매 5년마다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새 사람을 입는다.
물론 새롭게 변한 몸의 구성요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의식이나 사고는 변함없이 그대로이기에 이런 교체 과정을 통해 우리의 이전 존재가 완전히 새로운 존재로 바뀌었다고는 말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쨌든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인간의 모든 물질적인 것이 새롭게 바뀐다는 과학적 사실은 놀랍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한 일이다. 수 년 전의 나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지금의 나는 완전히 새로운 나라니 말이다.
사람을 지치고 힘들 게 하는 것 중 단연코 최고는 ‘과거’라는 괴물일 것이 분명하다. 어두운 과거는 앞으로 나아가려는 의지를 꺾고, 희망을 짓밟기 일쑤다. 과거의 상처는 어찌나 그렇게 지독하게 앞을 향하는 우리의 발걸음을 방해하고 한사코 뒤로 잡아끄는지... 어제의 나는 오늘의 나를 절망시키고 내일의 나를 부숴버리곤 한다. 그런데 그리스도 안에서의 나는 과거의 나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전혀 새로운 나라니, 복음과 함께 우선적으로 믿어야 할 것은 현재나 미래와 관련된 약속이나 희망보다 이 과거와의 단절임이 분명하다.
알지 못하는 사이에 물리적인 몸이 새로운 몸으로 교체된다는 사실은 어떤 교훈을 불러일으킨다. 즉, 변화는 우리의 알고 모름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바울은 우리가 어떻게 새로운 피조물이 되었는지 설명하지 않는다. 그는 단지 선언할 뿐이다. 이 점은 예수도 마찬가지셨다. 예수는 복음을 설득하거나 설명하지 않으셨다. 단지 선포하셨을 뿐이었다. 그리고 선포에 대하여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인지가 아니라 믿음이다. 나는 내가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운 피조물이라는 사실을 경험으로 아는 것이 아니라 신뢰함으로 믿는 것이다. 아무리 그렇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할지라도, 그럴 리 없다고 사탄이 끊임없이 우리 귀에 속삭인다 할지라도, 지금의 내가 아무리 형편없다 할지라도 말이다. 우리는 우리를 향한 선언을 들었다. 알지 못하는 사이에 육체가 새롭게 바뀌는 것처럼 정말로 우리의 영적 존재 역시 그렇게 바뀌었을까? 그 말을 믿고 살아갈 것인지 아닌지는 오롯이 내게 달린 일이다.
이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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