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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123]
 
 
 
     
 
 
 
작성일 : 17-04-12 22:48
   
소망의 항구
 글쓴이 : dangdang
조회 : 373  
   http://www.dangdang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8273 [260]


소망의 항구


  마침내 세월호가 목포신항에 도착하였다. 인천에서 제주도로 항해한 지 꼭 3년 만이다. 비록 목적지에 도착하지는 못했으나, 그나마 목포에 들른 것만으로 미수습자 가족들은 국민을 향해 고마워하였다. 304명의 희생자 가족은 이날을 오매불망 기다렸다. 바다에서 건진 세월호를 바라보면서 잃은 식구에 대한 아픈 기억은 더욱 새록새록 떠오를 것이다.


  3년 전 기억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3주기가 다가온다. 첫 해, 안산 합동분향소에서 본 유가족의 글은 여전히 가슴 시리게 맺혀있다. “그동안 가난했지만 행복한 가정이었는데, 이제 널 보내니 가난만 남았구나.” 팽목항에도 많은 사연을 남겼는데 그중에는 아직 유가족이 못되어 더 오랜 시간 팽목항을 지켜 온 미수습자 가족들의 글도 새겨져 있다. 


  “엄마랑 이젠 집에 가자.”
  “4대 독자 우리 아이, 살려 달라 하지 않아요. 아이만 찾을 수 있다면, 양지바른 곳에 묻어주고, 평생 봉사하고 살 거예요. 가난해도, 부모 노릇 못해도, 불평 없이 살아온 아이, 형체 알아볼 수 없어도, 꼭 찾아 한 번만이라도, 부둥켜안아 보고 싶어요.”
  “다윤이 보고 싶다. 내 딸 냄새라도 맡고 싶어.”


  가족들에게 ‘세월’이란 글자는 얼마나 두렵고 무서운 단어일까? 돌아보면 3년이란 세월은 흐르는 시간이 아니라, 고여 있는 시간이었다. 앞으로 미수습자들을 수습하고 진상을 규명하면서 정지된 시간들은 다시 세월을 넘어 곧 넘쳐흐르게 될 것을 기대한다.


  세월호 참사는 그동안 숱한 기억을 남겼다. 지난 해 4월, 참사 2주년을 맞아 서울극장에서 연 영화 ‘416 프로젝트 망각과 기억’이 대표적이다. 모두 7명의 감독이 제작한 일곱 가지 옴니버스 영화는 ‘죽은 아이들에 대한 회고, 단원고 졸업식과 교실철거 논란, 1차 청문회 그리고 동거차도에서 바지선 인양작업 감시하는 부모들’ 등 증언들로 꼬리를 물었다. 


  부모들은 말하더라. “나중에라도 애들을 어떻게 다시 보겠냐고.. 가만히 있으면 살려줄 줄 알았는데, 그래서 웃으며 차분히 기다렸던 아이들이 순식간에 바닷물에 휩쓸려 죽어가면서 얼마나 원망을 했겠냐고.. 그러니 진상규명을 제대로 해야 부모 노릇하는 것이 아니겠냐고..” 그들은 끝 모를 절규를 계속하고 있었다.


  우리 사회는 처음 몇 달 간 한마음으로 애통해 하였으나, 너무도 빠르게 평정심을 찾아갔다. 겨우 대통령 탄핵 이전만 하더라도 세월호 이야기를 하면 “또 그 이야기냐?”며 외면하는 사람도 있었다. 남의 아픔에 냉담해진 현실은 아마 일상에서 너무나 많은 죽음의 사건을 겪고 있기 때문일 테지만, 그럼에도 고통당하는 이웃에 대해 공감과 연민을 잃고, 역지사지의 심정을 놓친 것은 우리 사회의 큰 손실이 될 것이다.


  영화 ‘망각과 기억’은 말하더라. “어떻게 아이들의 흔적, 그 자취를 지워버리려고 하는가?” 그동안 국가는 권력을 통해 기억을 빨리 과거로 만들려고 하였고, 또 교회는 신앙의 이름으로 기억을 미래로 미루려고 하였다. 기억하지 않으려는 것은 시대의 망각 증세에 그치지 않고, 반드시 역사의 실어증을 앓는 후과를 입게 될 것인데도 말이다. 


  십자가는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극심한 아픔을 드러낸 가장 보편적 상징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 시대에서 세월호 참사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노란 리본은 가장 특별한 십자가 이미지처럼 느껴진다. 언감생심 당사자의 심정은 못되지만, 다만 노란 리본은 아픔과 희망을 공유하며 함께 해 왔다. 노란 리본은 마치 눈물을 닦아주는 노란 손수건처럼 사랑의 일치를 표시하며, 또한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는 나비와 같이 부활에 대한 강력한 소망을 품고 있다.


  노란 리본으로 ‘세월호 십자가’를 만든 배경이다. 지난 3년 동안 사람들이 가슴에 달았던 노란 이미지들을 구해 44가지 오브제로 만든 ‘닻 십자가’ 형태는 사나운 바다에서 거센 풍랑을 이기고 소망의 항구로 인도한다는 절절한 희망을 담고 있다. “우리가 이 소망을 가지고 있는 것은 영혼의 닻 같아서”(히 6:19). 그래서 무성한 노란 띠들은 애통하는 가족과 나누려는 위로와 희망이며, 세상 안에서 이루어야 할 정의와 평화에 대한 연대의지로서 우리 시대의 가장 큰 십자가 이미지가 되었다.


  304명 중 맨 처음 발견된 희생자는 고 박지영 씨라고 한다. 그는 비정규직 아르바이트 승무원으로 “선원들은 맨 마지막이다. 너희 친구들을 다 구하고 난 나중에 나갈게”라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겨우 22살인데, 그 많은 어른들을 부끄럽게 한 진실한 선원 상(像)을 보여 준 그이는 이 세상에 의인이 필요한 이유를 몸소 보여주었다.


  그리고 맨 마지막으로 9명의 미수습 희생자들이 차례차례 나올 때가 되었다. 3년 동안 눈물이 마를 새 없이 기다려온 미수습 아홉 가족들은 하루 속히 유가족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하고 있다. 이 일이야 말로 가까스로 회항한 목포신항이 소망의 항구로서 세월의 전환점이 되는 계기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송병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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