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유통기한과 음미
사랑은 길어야 3년이라고 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남녀의 행복은 3년’이라는 의미도 됩니다. 정말 그것의 유통기한은 최대 3년입니까? 이에 답하기 위해 행복이란 어디서 오는지 생각해봅시다.
행복은 감사에서 나옵니다. 감사하면 행복하지요. 그럼 감사는 어디서 옵니까? 감사는 낮은 마음에서 옵니다. 즉 겸비함입니다. 행복은 나의 눈에 따라 내 마음이 느끼는 것으로, 겸비함은 사람을 최대로 행복하게 해줍니다.
결국 사랑의 행복은, 신앙이라 하겠습니다. 낮은 마음으로 하나님께 매달리고 화려한 것들을 눈에 두지 않는다면 하나님의 사랑을 힘입고 또한 서로에게 눈을 고정시켜둘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각자 자기의 마음이 식지 않도록 지키면서 그런 기도를 하십시다. 평생에 주님을 향한 믿음이 약해지지 않고 더욱 견고해지기를 간구하듯이, “내 배우자를 향한 허기짐과 목마름이 그치지 않게 해주소서. 그리고 내 마음은 내 배우자로만 만족되게 하옵소서. 저이가 아니면 내게 만족도 평안도 쉼도 없게 하옵소서.”
얼빠지도록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이라나 배우자와는 느긋한 세계를 이룩하십시다. 그이의 음성, 표정, 몸짓, 반응, 표현 등을 마음 깊이 담으며 살 때 상대를 즐거워하는 시간이 더욱 길어지겠지요.
분주함은 서로의 입맛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마귀입니다. 이는 ‘음미’를 만나면 줄행랑을 놓습니다. 음미가 무엇이간대?
음미란 똑같은 것에서도 의미를 찾아내어 오늘을 더욱 풍요롭게 함으로 복된 내일로 나아가게 하는 힘입니다. 음미란 아름다움을 보는 눈으로 내리는 따스한 해석입니다. 음미는 재발견의 힘이요, 조용한 숲길 그늘 밑 벤치입니다. 음미는 먼저 나로 하여금 새로운 세계를 보고 즐기게 하고, 나아가 상대로 하여금 그 세계 안으로 들어오게 하여 행복을 나눕니다. 또한 상대의 눈으로 인하여 그 세계는 더욱 풍요로워집니다.
사람의 욕망은 끝이 없다는데, 이는 음미가 없이 채우려고만 하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행하신 일들과 그 모든 선하심을 기도와 묵상과 찬송을 통해 음미하듯, 사랑하는 이와의 크고 작은 추억들도 음미의 대상들입니다. 분주한 세상살이 속에 빠르게 지나며 창고 깊은 곳에 저장된 장면들을 향해 느린 걸음으로 다가가 시계를 풀어놓고 천천히 바라보고 쓰다듬는 것이 음미입니다. 그 장면들 속에 있는 사랑하는 이의 표정을 감상하고 그를 즐거워하며 배경과 정황을 살펴보면 전에 모르던 의미가 발견되고, 그 의미가 우리 삶을 더 풍요롭게 하니, 이를 음미의 해석학 또는 음미의 행복학이라 하겠습니다. 사랑은 음미를 통하여 ‘유통기한’을 새롭게 해나갑니다. 음미는 사랑의 질김이요 사랑의 이김입니다.
“정재헌 저, <30대가 30대에게 쓰는 편지 : 사랑과 결혼편>(주의 것, 2016)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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