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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123]
 
 
 
     
 
 
 
작성일 : 17-02-12 00:00
   
클럽 교회
 글쓴이 : dangdang
조회 : 398  
   http://www.dangdang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7970 [226]


클럽 교회


‘오픈’이라고 크게 적힌 네온사인과 함께 예루살렘 성전은 클럽으로 묘사되고 남녀가 줄을 지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최근에 보게 된 새로운 연출의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의 성전정화 장면이다. 난잡한 춤사위와 함께 펼쳐지는 노래의 가사는 다음과 같았다.


“값이 싸니까 둘러보세요. 마을 최고의 상점입니다. 가장 훌륭한 포도주를 고르세요. 나의 새에게 내기를 걸어 봐요. 값만 말해요, 나에게 다 있으니까. 금방 팔리니까 서두르세요. 좋은 조건으로 현금도 빌려드려요. 물건이 있을 때 서두르세요. 예루살렘이여 돌아라. 여기선 우리도 그들도 상관없어. 우리의 성전이 버티는 한, 적어도 우린 아직 살아있으니. 모든 계층과 어떤 믿음을 가졌든 누구든 오세요. 상상에서나 나올 법한 물건이 있으니 취향을 말하면 내가 다 팔리다. 천국이 있어요, 지옥도 있어요. 물건은 전시된 그대로예요. 실망한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겁내지 말고 한번 해 보세요. 사지 못할 물건은 없어요. 값이 싸니까 둘러보세요. 마을 최고의 상점입니다.”


성전을 세속적인 클럽으로 묘사한 이 파격적인 장면을 보고 있자니 불경하다고 여겨지기보다는 오히려 지금 교회의 본질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면과 겹쳐지는 가사 하나하나가 아프고 정확했다. “값이 싸니까 둘러보세요. 마을 최고의 상점입니다.” 최고의 교회라고 자랑하는 목소리들... “누구든 오세요. 취향을 말하면 내가 다 팔리다.” 교인들이 듣기 원하는 소리에 맞춰 원하는 대로 들려주는 목회자들... “값만 말해요, 나에게 다 있으니까. 천국이 있어요, 지옥도 있어요. 사지 못할 물건은 없어요.” 천국이든 복이든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다 얻을 수 있다는 장담들... “예루살렘이여 돌아라. 여기선 우리도 그들도 상관없어. 우리의 성전이 버티는 한, 적어도 우린 아직 살아있으니.” 교회와 그 종사자들은 성전이 버티고 있는 한 적어도 먹고 사는 일엔 지장이 없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클럽은 사람들이 즐기기 위해 가는 곳이다. 지친 삶을 위안 받고 기쁨을 얻기 위해 가는 곳. 때로 노래와 춤 가운데 황홀경의 엑스타시를 맛볼 수 있는 곳. 함께 먹고 마시며 타인들과의 적당한 친교를 누릴 수 있는 곳. 적당한 대가만 지불할 수 있다면 그 대가에 걸맞은 효용들을 맘껏 얻을 수 있는 곳. 이렇게 적고 보니 본질을 잃어버린 작금의 교회와의 차이점은 점점 더 희박해지기만 한다. 클럽 교회, 이렇게 교회를 불러도 큰 위화감이 없다는 사실이 지금 우리가 당면한 비극이다. 이천 년 전, 성전에 들어서며 이 난잡한 상황을 목도한 예수는 앞뒤가릴 것 없이 채찍을 휘두르며 폭력적으로 무리를 내쫓으셨다.(요 2:13-22) 곰곰이 생각해보면 성전 장사치들도 나름의 지난한 생계의 사정이 있었을 것이고, 제사에 바칠 짐승을 끌고 올 수 없는 외국 거주 순례자들의 고충도 있었을 것이며, 우상이 새겨진 돈을 성전에 들일 수 없었던 성전 제사장들의 신학적 고뇌도 있었을 것이겠지만, 예수는 앞뒤가릴 것 없이 채찍을 휘두르셨다. 그리고 성경은 예수를 앞뒤가릴 것 없게 만들어버린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이렇게 밝힌다. “주님의 집을 생각하는 열정.” 이천 년 전 주님께서 맞닥뜨린 성전의 모습이 바로 지금의 교회의 모습이라면,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도 이 ‘앞뒤가릴 것 없이’가 필요한 것은 아닐까? 우리 교회가 아니라 주님의 교회를 생각하는 열정, 바로 그것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내 아버지의 집으로 장사하는 집을 만들지 말라.” (요 2:16)


이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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