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 시대의 결혼
한국이 헬조선(hell朝鮮)이라고, 교회가 타락했다고, 아이들이 막 나간다고, 이제 한국은 끝장이라고. 어쩌다 우리 이리 된 겁니까?
이는 부부가 서로 사랑하는 일에 신실하지 못하였기에 발생한 난국임을 아셔야 할 것입니다. 그리스도인 부부가 주님의 가르침대로 사랑하지 못한 것에서부터 온갖 문제가 출발하고 있다는 말이올시다. 자녀들의 문제, 나아가 한국사회와 교회의 난제는 부부의 서로 사랑치 못함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이외다. 하나님과 이웃 사랑을 배워야 할 시간을 허비하면서 자기 사랑에 함몰되어 있었던, 사랑에 합당치 못한 모습을 자처해온 우리 지난날들이여!
헬조선은 사랑이 없어진 나라의 이름이었나이다. 사랑의 불길이 사그라지고 사랑의 산들바람이 그친 곳, 사랑의 나뭇잎이 앙상히 뜯겨진 곳 - 그곳이 바로 ‘헬’이었나이다.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하신 말씀을 남편과 아내 사이에서는 최대로 불순종하지 않았습니까? 남편과 아내 사이는 뒷전으로 밀리기에는 너무도 값비싼 것이어서, 그것이 외면되고 소외되고 발에 채여 무관심의 하수구로 떨어졌을 때에는 본래 이루어져야 했을 관계가 이루어지지 못함으로 말미암아 생각도 못했던 무시무시한 골칫거리들을 자초함이 되는 것입니다.
사랑은 햇살이요 수분입니다. 사람은 사랑을 먹고 마시어 자라나는 꽃입니다. 사랑은 상대를 먹이는 것입니다. 나의 피와 살로 먹입니다. 이 사랑은 인간 차원에서는 결혼 관계 안에서 가장 깊이 이릅니다. 완전한 사랑은커녕 못 잡아먹어 안달이어 툭하면 이혼 운운하는 시대임을 모를 정도로 제가 순진한 건 아닙니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가 죄인이고 못나서 그런 것이지 본래 하나님이 뜻하신 것은 결혼 안에서 사랑이 활짝 피어나는 것이었습니다.
사랑은 나의 피와 살을 베어 상대를 살리는 것인데, 다시 말하면 상대의 필요를 채우는 것입니다. 이때 ‘필요’란 온갖 것을 포함합니다. 정서적 필요, 심리적 필요, 육체적 필요, 성(性)적 필요, 성(聖)적 필요 등등. 결혼 안에서 ‘나’는 ‘너’를 위하여 이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대로 다 내어주고자 합니다. 상대를 섬기려는 욕구가 우리의 마음과 생활을 그리스도 닮은 거룩함으로 인도하는 성화의 줄이 됩니다. 서로 사랑하고 복종하라는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니 다른 길에서는 얻을 길 없었던 성숙을 결혼 길에서 얻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나라가 내 안에서 확장되고 배우자 안에서 확대되어 온 천하로 퍼져나갈 바탕을 든든히 다지는 것입니다.
남편과 아내의 신실한 사랑은 그리스도와 교회의 사랑을 디지털카메라로 찍어줍니다. 다시 말하면, 눈으로 성경책에서 읽었던 하나님의 사랑을 부부의 사랑을 통해 몸과 삶으로 읽습니다. 하나님의 사랑에 대한 경험적 지식이 부부 간의 사랑을 통해 늘어나면 그 사랑의 범위는 점차로 확대되어 동포사랑에서 원수사랑에까지 이릅니다. 이런 사랑의 원리는, “가장 좋은 것을 소유한 사람은 그밖의 작은 것들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부부 관계 안에서 하나님의 사랑을 구체적으로 경험하는 이들은 ‘가장 좋은 것’을 누리고 있기에 동포를 위해 희생하고 심지어 원수까지도 사랑할 사랑의 풍부와 여유를 갖게 된다는 것입니다.
나를 채우기 위해 급급한 사랑 말고, 너를 채우기 위해 넉넉한 사랑! 우리들의 사랑이 진실로 그러하다면 그 향기가 헬조선에 잃어버린 봄을 가져다주지 않겠습니까? 우리는 그리스도의 향기입니다. 부부가 서로 그렇게 사랑할 수 있다면, 하루만이라도 그렇게 산다면, 사랑 없이 산 천천의 날보다 왜 더욱 값지지 않겠으며 사랑을 뒷전에 두고 쏟은 만만 볼트의 봉사보다 하나님 나라에 기쁨이 되지 않겠습니까. 부부의 향기는 ‘헬’에서 사람들을 건지는 구원의 꽃송이입니다.
이제는 무슨 일보다도 사랑을 할 때요, 참된 사랑을 할 때입니다. 하늘을 닮은 사랑, 나를 기쁨으로 내어주어 상대를 채우는 사랑! 결혼을 했든지 안 했든지, 사랑을 위하여 살고 또 사랑 덕분에 살아야겠습니다. 결혼하지 않았어도 사랑으로 살아야 한다면 하물며 결혼한 이들, 이제 ‘뼈 중의 뼈요 살 중의 살’과 한 몸을 이룬 이들은 얼마나 더해야겠습니까?
형님, 누님, 결혼하셨습니까? 결혼하시렵니까? 부부의 사랑에서 성공하는 편이 세상 권세로 성공하는 편보다 위대합니다. 장관, 교수, 회장이 되는 것보다 부부다운 부부이룸이 더 고차원적입니다. 왜냐하면 더욱 어려운 때문인 것이 첫째요, 더욱 즐거운 때문인 것이 둘째며, 더욱 근본적 차원이란 때문이 셋째요, 더욱 영원한 까닭인 것이 넷째입니다.
헬조선을 이기는 최선의 방법은 가정을 천국으로 삼는 것이요, 내 이웃을 내 인생처럼 사랑하는 길입니다. 이만 줄입니다.
“정재헌 저, <30대가 30대에게 쓰는 편지 : 사랑과 결혼편>(주의 것, 2016)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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