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무책임한 사람들
요즘 여기저기서 무너지는 소리가 들린다. 온 국민의 책임의식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린다. 하룻밤 자고 났더니 이번에는 한국의 경제가 무너져 내리는 소리가 들린다. 어떻게 손을 써야 할지 모를 지경이다.
아무도 책임지려는 사람이 없다. 일은 벌어졌는데, 그 일을 한 사람은 없다. 모두들 입을 모아서 나는 모른다고, 나는 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러면 어느 귀신이 밤사이에 와서 일을 저지르고 사라졌단 말인가!
정유라가 부정한 방법으로 입학을 한 것이 분명한데, 학장도 입학처장도 총장도 모두 모른다고 한다. 그리고 출석도 하지 않고 시험을 보지도 않은 학생에게 학점을 준 류 교수는 자기는 시키는 대로 한 것뿐이라고 자기에게는 잘못이 없다고 말한다.
블랙리스트가 만들어져서 돌아다니고 직접 피해를 본 사람들이 있는데, 아무도 모른다고 자기에게는 책임이 없다고 말한다. 장관도 차관도 그 리스트를 본 일이 없고 그 일에 관여한 일도 없다고 말한다. 모두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최순실이가 국정에 깊이 관여한 것이 분명한데, 대통령 비서실장도 정무실장도 최순실을 모른다고 한다. 최순실이가 장관 임명에까지 관여한 것이 드러났는데도 대통령을 최측근에서 보좌한 사람들이 최순실을 모른다고 말한다.
참으로 답답하다.
대통령은 신년 기자간담회에 나와서 아랫사람들을 잘못 써서 일이 벌어진 것이지 자기는 잘못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아랫사람들이 잘못한 것이 분명하다면, 그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윗사람에게는 전혀 책임이 없단 말인가?
그리고 자기는 돈 한 푼 먹은 일이 없다고 말한다. 그러면 아랫사람들이 돈을 먹을 수 있도록 방조하거나 도와준 자기에게는 책임이 없는가? 누구에게나 지인은 있는 법이고 지인에게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하는데, 그러면 대통령이 지인의 손에 놀아나서 나라가 온통 요동치게 된 것은 대통령이 책임져야 할 아닌가?
법적 책임뿐 아니라 도덕적 책임이라는 것도 있다. 한 나라의 국정을 책임진 사람에게는 높은 수준의 책임감이 요구된다. 최소한 도덕적인 면에서라도 책임을 느낀다고 말해야 하지 않는가?
세세하게 열거할 필요 없이, 이렇게 나라가 혼란스러워진 것은 한 나라의 국정을 맡은 대통령이 재택근무를 했기 때문이다. 박 대통에게는 출근시간의 개념도 집무실의 개념도 없었다. 침대에서 일어나는 시간이 출근시간이고 잠자리에서 일어나서 움직이는 사적인 공관이 집무실이었다.
박 대통령은 비서진들이나 장관들과도 면대해서 국정을 상의하는 일이 별로 없었고 대부분 전화나 인터넷으로 의사소통을 했다고 한다. 이것은 재택근무자의 태도다. 재택근무자는 집안에서 자기 일을 하면서 틈틈이 맡은 일을 처리하고 전화로 상의하거나 인터넷이나 팩스로 보고하면 된다. 중요한 일이 있으면 회사의 사무실에 나가서 담당자와 면대해서 상의하기도 한다.
한 나라의 국정을 맡은 사람이 재택근무를 하면서 게으름을 피웠으니 나라꼴이 이 모양이 된 것이다. 온 나라의 일을 떠맡은 사람이 어떻게 이토록 게으르고 무책임할 수 있는가? 지금 자기에게는 잘못이 없다고 책임을 외면하는 박 대통령에게는 애당초 책임의 개념이 없었던 것이 분명하다. 실상 재택근무자는 회사에서 일어나는 전반적인 일에 대해서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
대통령의 주변에서 일한 사람들 모두에게 책임감이 없는 것을 보면, 박 대통령은 책임감이 없는 사람들을 주변에 모았거나 그 사람들이 대통령 밑에서 일하면서 배웠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책임감이 있는 사람들은 쫓겨나거나 견디지 못하고 나갔을 것이다.
참으로 답답하다.
이렇게 대통령으로부터 시작해서 고위 공직자들이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갈 궁리만을 하고 있으니 그들의 행태를 보고 들으면서 자라는 이 나라의 젊은이들이 무엇을 배우겠는가? 이렇게 무책임한 고위 공직자들로 인해서 이 나라의 도덕의식이 무너져 내리고 있으니 나라의 장래가 걱정이다.
무책임한 고위공직자들로 인해서 한국 경제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린다. 수출은 감소하고 물가는 오른다. 대기업들에서는 대폭 감원을 하고 가계부채는 늘어난다. 취업을 하지 못하는 젊은이들은 몇 년씩 고시원이나 도서관에 처박혀 있다. 여기저기서 자영업자들이 문을 닫는다. 너도 나도 못살겠다고 아우성이다.
무책임한 사람들로 인해서 사방에서 무너지는 소리가 들린다.
최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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