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로 시작하는 새해
2017년 정유년 새해 인사드립니다. 하루의 시작을 가장 먼저 알려주던 시간 전달자였던 닭의 부지런한 울음소리가 우리의 삶에 새로운 시대가 왔음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어제 일어났던 힘든 일들은 어제와 함께 떠나보내고 오늘 새로운 일을 시작하시는 하나님을 바라보며 용기와 힘을 얻습니다.
2016년을 떠나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송구영신 예배에 마을 교우들과 군인들이 모두 함께 모였습니다. 일 년에 두 번, 추수감사주일과 송구영신예배는 이렇게 군인교회와 민간인교회가 함께 모여 예배를 드립니다. 손자 같은 청년들이 함께 예배를 드리면 마을 교우들은 한층 고양된 마음이 됩니다. 올 한 해 믿음을 지키고 열심히 살아왔다는 것을 군인들을 보면서 확인합니다. 특별할 것이 없는 심심산골에서 마음을 쏟아 돌보고 기도할 젊은이들이 있고, 이들이 아무런 사고 없이 무탈하게 복무하고 있으니 한 해를 잘 보낸 것입니다.
사랑을 주면서 행복해하는 교우들의 모습을 보니 하나님의 마음이 꼭 그렇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랑을 받는 우리도 하나님께 감사하지만 사랑을 주시는 하나님도 행복하실 것입니다. 사랑을 주는 것에는 인색하고 계속 사랑 받기만을 원하는 사람을 만나면 누구나 마음이 어렵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사랑해 주어도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스스로 낙심하는 사람 역시 사랑을 주는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올 해 기도제목 중 지혜롭게 사랑을 주고받는 것도 포함시켜야 겠습니다. 하나님이 주시는 사랑을 잘 받아서 누릴 수 있는 마음도 함께 말입니다.
새해에는 작은 아이가 초등학생이 됩니다. 지금까지는 그저 존재하기만 하면 무조건적으로 얻을 수 있었던 것들을 이제 스스로 노력하면서 이루어나가야 합니다.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을 늘리고 타인과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건강한 학생이 될 수 있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 친구가 없어서 힘들어 하는 누나와 함께, 비록 하루에도 열 번은 싸우고 화해하며 지내지만, 서로의 좋은 친구가 되어줄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올 해 남편과 저의 가장 큰 기도제목은 학교에 큰아이의 또래친구가 한 명 생기는 것입니다. 함께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교회에서는 지붕공사를 위해 기도하고 있습니다. 작년 거센 바람에 날아간 지붕 싱글들 때문에 예배당에 물이 흘러들어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봄, 마을의 피망 비닐하우스를 쓰러뜨린 바람이 지나간 후 교회 앞마당에도 검은 직사각형 널빤지 같은 것들이 떨어졌습니다. 저는 그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어디서 장판이 찢어져서 날아온 줄 알았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것이 지붕을 덮고 있는 싱글이었습니다.
진부령으로 이사를 온 후 맞는 두 번째 새해입니다. 그 어떤 멀미도 싹 가시게 하는 시원하고 깨끗한 공기와 정수기나 생수가 필요 없는 수돗물과 믿고 먹을 수 있는 우리 농산물과 경쟁적인 사교육 걱정이 없는 학교와 산과 바다가 어우러져 아이들이 놀기에 좋은 이곳으로 보내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어려운 점도 있고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지금 여기서 사랑을 주고받기에 부족함이 없기 때문에 이곳이 바로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라고 생각합니다. 비를 피하고 추위를 피해 가족들과 따듯이 누울 수 있는 집과 교우들이 있어 애찬을 나눌 수 있는 교회를 허락해 주신 것에 감사합니다.
2017년 새해, 감사의 기도로 시작합니다. 일출을 보고 새해 다짐을 하기 위해서 애써 진부령을 넘던 이들과, 함께 예배드리며 기도하던 이들, 서울 도심의 한복판에서 빛을 들고 걸어가는 이들, 그리고 저에게 올 한 해 감사가 넘쳐나기를 기도합니다.
홍지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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